공감할 수밖에 없는 웃픈 <대학일기>
공감할 수밖에 없는 웃픈 <대학일기>
2016년 교육기본통계 조사결과에 따르면 2016년 현재 고등학교 졸업자의 국내외 대학진학률은 69.8%라고 한다. 2011년 72.5%에서 서서히 하락하는 추세긴 하지만, 어쨌든 고등학교 졸업자 열 명 중 일곱 명은 ‘대학생’이라고 할 수 있다. 대학진학률 50%를 넘은 것이 1995년(51.4%)이고 70%를 넘은 것이 2001년(70.5%)이니, 적어도 2000년대 이후부터는 대학생이거나 이었던 청년이 그렇지 않은 청년보다 훨씬 많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대학 생활에서의 경험과 정서가 지금 현재 청년층의 보편적 경험이고 정서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자까 작가의 «대학일기»는 이러한 청년층의 보편적인 경험과 정서를 자극해 웃음을 자아내는 자칭 ‘극사실주의’ 일상툰이다. 이 작품은 ‘대학 생활’이 그리는 환상과 로망을 제거하고 대부분의 대학생이 겪을 법한 에피소드들을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앞서 «슈퍼시크릿» 리뷰에서, 어떤 작품이든 작품 속 인물들은 어느 정도 전형적인 ‘캐릭터’로 등장하며, 그 인물들이 모두 흔한 특징을 갖는다면 리얼리즘이 되고 드문 특징을 가진다면 판타지가 되며 어떤 작품은 이 양극단 사이에서 자신의 위치를 갖게 된다고 말한 바 있다. 그 기준을 따른다면, «대학일기»의 등장인물과 에피소드는 현실에서 발견하기 쉬운 ‘흔한’ 특징을 갖고 있다고 하겠다. 다시 말해, 대학 생활을 하고 있거나 해본 청년들은 «대학일기»의 등장인물이 보여주는 모습 및 느끼는 정서와 비슷한 행동 및 정서를 가져본 적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특징이란 실패와 좌절로 점철된 일상이다. 그것이 개그만화의 형식으로 재미있게 표현되었을 뿐이다. «대학일기»의 주인공은 언제나 애써 무엇을 하려고 하지만 제대로 하지 못하고 실패한다. 특히 수업 ∙ 시험 ∙ 과제 등 대학 생활 중 주어지는 ‘과업’에 해당하는 것이면 어김없이 그렇다. 그리고 이런 모습이 공감을 얻고 재미를 준다는 것은, 대학생 대부분이 이런 경험을 한다는 의미겠다.
▲ 개그 같지만 실제로는 고통스러운 경험이다
70%가 넘는 고졸자가 대학에 진학하지만 모두 다 성공적인 대학 생활을 보내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자신도 이해하고 남들도 인정하는 성공적인 대학 생활을 보냈다고 할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런데 사실 대학 생활을 충실히 성공적으로 보내기 위해서는 많은 의지와 노력과 자원이 들어간다. 공부와 학문에 뜻을 두고 대학에 진학하는 사람은 극히 적지만 대학이 주는 과업은 어디까지나 ‘학문’이 기준이다. 대학생들은 ‘공부’를 하러, 미래를 준비하러, 한 사람 몫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대학에 진학하겠지만, 그것이 나에게 ‘만족스러운’ 것인지는 확신할 수 없다. 그 확신이 있다면, 그래서 대학에 진학하고 그 생활을 감당하고자 한다면 대학생활이 즐거울 수 있겠지만, 대다수 학생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대학 생활은 자신에게 어려운 것이 되고 모든 과업은 버거워지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그 과업을 ‘미루게’ 된다. ‘생존’이 문제 되는 사회를 지나 ‘인생’이 문제 되는 사회가 됨에 따라 나의 온전한 삶을 찾는 것은 점점 더 어려운 일이 되었지만, 당장 나에게 닥친 대학생활은 나에게 버거운 과업을 준다. 그 과업들은 그것대로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싶지만, 그것을 성공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이유와 확신은 자신에게 없다보니 과업을 미루게 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오는 보편적 정서가 ‘무기력증’이다. 나의 의지와 현실이 괴리되고 그것이 오래되면 나는 나 자신을 의심하게 되고 무엇도 하고 싶어지지 않게 된다. 내가 원하는지 아닌지 확신이 없는 것을 심지어 내가 주도적으로 나의 생활을 조직하고 관리하여 열심히 성공적으로 수행해야 한다는 것. 이것이 대학생 대부분이 경험하는 것이며 따라서 대학생에게 보편적인 정서 중 하나가 무기력증이 되는 것이다.
▲ 대학생활은 정말 내가 원하는 생활이었을까?
«대학일기»는 재미있는 웹툰이다. 같은 경험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주인공의 행동과 정서를 보고 웃게 된다. 그것은 독자들의 공감 때문이지만, 그 기저에 깔린 경험과 정서가 좌절과 무기력이라면, 그것은 조금 마음 아픈 일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