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 작가에 대한 잡설 - 케로로쟝재미슴
프로 작가와 아마추어의 사이를 명확히 구분하긴 쉽지 않은 이 시기, 아마추어 작가들에게 시선을 돌려야 할 때가 왔다. 아직 다 자라지 못한 새싹이나 묘목을 관찰하며 이것이 장차 거목이 될 것이라 예측하는 일이란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이 작가가 거장이 될 것이란 보증도 아니요, 무조건 성공할 것이며 프로 작가보다 대단하단 글도 결코 아니지만, 우리가 몰랐던, 혹은 우리가 알고 있는 아마추어 작가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은 상당히 즐거운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준비한 시리즈. [아마추어 작가들에 대한 잡설] 되시겠다.
케로로장재밌슴. 줄여서 케장이라 부르는 작가는 알려진 것이 많이 없지만 그 특유의 막그린 그림체와 이해할 수 없이 막나가는 전개로 디시인사이드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작가다. 그 작품의 퀄리티에 대해선 분명 막그렸다. 못그렸다라고 누구나 말 할 수 있겠지만, 이 인기 원인에 대해선 뭐라 한마디로 정의하기 쉽지 않다. 작품의 전개도 두서없이 흘러내려가고, 작품의 그림은 괴악하며 작가는 맞춤법도 지키지 않는다. 하지만 케장 작가의 작품은 여기저기서 패러디 될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블리자드의 TCG 하스스톤의 카드 고양이 마술의 추가 텍스트에서 패러디 된 케장
이런 인기의 근간을 단순한 병맛 하나로 확정하기도 어렵다. 케장 만큼의 개그 감각을 가진 아마추어 작가는 많고 많아서 이들 중 대부분은 현재 메이저 웹툰 사이트에 데뷔를 하기도 했다. 병맛도 스토리 텔링도 뛰어난 연출도 없는 케장 작가는 어째서 디시인사이드 등지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일까?
2008년부터 꾸준히 만화를 그려온 케장이 최근 1년 사이에 다른 사이트에도 이름을 알리게 된 데엔 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커뮤니티 사이트 디시인사이드는 글 대신 자신이 임의로 설정한 사진을 댓글로 다는 디시콘이란 기능을 추가했다. 이 기능을 이용하기 위해 많은 디시인사이드 유저들이 자신이 사용하고 싶은 사진들을 모아 디시콘 팩을 만들기 시작했는 데, 이 때 내용 전개는 엉망이지만 단순한 그림체와 괴상한 어투로 매니악한 팬층이 존재했던 케장이 주목받기 시작한다.
막그렸지만 그 때문에 어떤 캐릭터로도 대체 가능한 특유의 그림, 그리고 맞춤법도 안맞고 과격한 표현을 사용하지만 그 때문에 확실하게 자기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강렬함 탓에 디씨콘으로 만들어 쓰기 최적화된 작품이 바로 케장의 만화였기 때문이었다. 머리색만 바꾸면 바로 다른 캐릭터가 될 수도 있고 대사들도 상황에 따라서 바꾸기 쉬우며 바꾸지 않아도 융화되기 좋은 말들이기 때문에 케장은 급속도로 디시 서브컬쳐 관련 갤러리 등에 퍼져나갔다.
디시인사이드의 디시콘 패치의 최대 수혜자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디시콘으로 쓰이기 시작하면서 케장은 단순히 카연갤의 아는 사람들만 아는 매니악한 만화에서 나름대로 인지도를 갖춘 마이너 작가가 될 수 있었고, 많은 매체에서 패러디 되기도 했다. 케로로장재밋슴은요즘같은 시대기에 나타날 수 있는 유행의 한가닥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