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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부수며 자라나는 청춘들 : <윈드 브레이커>
뚜뚜
| 2017-02-16 14:21
깨부수며 자라나는 청춘들
: <윈드 브레이커>
새는 태어나기 위해 알을 깨뜨려야 한다, 알은 새의 세계이다. 데미안에서 등장해 아직까지도 많은 곳에서 인용되는 구절이다. 자신의 세계를 깨부수어야 태어날 수 있다는 건 비단 새에게만 해당하는 내용은 아니다. 모든 탄생은 투쟁의 결과이며 성장은 탄생이나 다를 바 없다. 인간은 성장을 할 때마다 과거의 자신에서 '새로 태어난다'는 표현을 한다. 이는 성장 역시 투쟁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과거의 모습에서 벗어나기 위해 앞에 보이는 장애물들을 뚫고, 부수고, 깨뜨리며 앞으로 나아가고 그 과정은 전부 투쟁이다. '과거의 자기 자신'이라는 세계에서 탈피한 뒤 새로운 세상으로 진입하는 과정이다.
웹툰 <윈드 브레이커>는 청춘들의 성장 이야기이니만큼 이 투쟁의 역사를 올곧이 쓰고 있다. 주인공들은 태양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이다. 아이들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지녔다, 학업과 부모님의 압박을 받으며 부모님이 원하는 길을 걷는 자현, 꼬인 인생을 살고 있는 부잣집 아들 민우, 조폭 집안의 외아들 한남, 잔뜩 엇나간 문제아로 취급받는 유빈, 절대로 모일 일 없어 보이던 그들은 우여곡절 끝에 라이딩 크루인 '허밍버드' 안에서 함께 모이게 된다. 그리고 스트릿 라이딩 대회에 출전한다.
자전거란 단순히 페달을 밟아 앞으로 나아가는 일로 보일 수 있으나 세세히 들어가면 복잡한 구조를 지닌다. 특히나, 바람의 저항을 어떻게 받아내느냐에 따라서도 속도나 나아가는 느낌이 달라진다. 자전거는 단순히 자전거의 기종이 얼마나 좋냐의 문제를 넘어서서 주변 지형, 그리고 자기 자신을 어떻게 이용하여 바람을 이겨내느냐의 문제인 것이다. 여담으로 이 밖의 라이딩에 대한 기본 상식들은 웹툰 안에 잘 정리되어 있으므로 라이딩에 관심 있는 독자들이 찾아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주변을 이용하여 앞으로 나아가는 것, 이것만큼 그들의 '성장담'을 잘 표현하는 일은 없다. 억지로 이어 붙인 것 같았던 허밍버드 크루 사이에 동료애가 생기고 우정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부터 그들은 나아갈 힘을 얻는다. 자현은 부모님의 압박에서부터 벗어나 '하고 싶은 걸 할' 용기가 생기고, 한남은 진정한 친구들을 얻고, 유빈은 또 다시 나아갈 수 있는 탈출구이자 원동력을 찾고, 민우는 자신의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주변의 지형을 이용하여 나아간다는 것은 즉, 그들의 주변을 차츰차츰 차지하기 시작한 '사람들'일 것이다. 학업 이외의 곳에서 펼쳐지는 열정에 도움을 보태는 선생님, 응원해주는 친구들, 출발선에 같이 서주는 친구들이야말로 역풍에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준다.
아무리 좋은 자전거가 있다고 해도 모든 경기에서 이길 수 있는 게 아니다. 웹툰 내에서는 비싼 자전거를 사모으는 사람들도 많지만, 그들이 모두 경기에서 승리하지는 않는다. 특히 허밍버드 크루의 '에이스' 자현을 이기기란 쉽지 않다. 자현이 자전거를 타는 것은 '본능'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무모하고 서슴 없다. 그는 망설이지 않고 자신이 향하는 길에서 또 다른 길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있고, 이것은 본능이 아니라 스스로를 믿는 마음이다.
청소년기의 성장에 주변인이 영향을 끼치는 것 이상으로, 본인이 스스로에게 끼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외려 전자보다 후자가 더 크다. 웹툰에 등장하는 '미영'이라는 캐릭터의 성장 이야기는 때문에 값지다. 그녀는 직접적으로 자전거에 타서 라이딩을 하지는 않지만, 허밍버드 크루의 라이딩을 보면서 그 크루의 중심인 민우를 보면서 서서히 자신감을 회복한다. 라이딩에서 중요한 것은 주변 상황에 못지 않게, '본인'이다. 본인이 할 수 있다는 믿음, 그리고 반드시 해내겠다는 의지야말로 자전거를 움직이고 결승선에 도달하게 하는 힘이다.
다리가 안 움직이는 민우도, 자전거를 처음 타보는 한남이도, 유빈도 자현도 낙차를 한 상황에서까지 자전거를 다시 일으켜 세우고 다려 결승선으로 달려간다. 패배가 뻔히 보이는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다. 이건 주변에서 나오는 힘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에게서 나오는 힘이다. 알을 깨고 나오는 새는 알이 얼마나 단단한지, 혹은 온도 따위에도 영향을 받겠지만 알을 깨고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겠다는 본인의 의지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청춘들은 알에서 깨어나 성장해야 한다, 그들은 그런 이미지로서 소비되기 때문이며 그러기를 요구받기 때문이다.
웹툰 <윈드 브레이커>는 정석적이고 탄탄한 스토리 안에서 이 청춘들을 성장시키고 나아가게 한다. 바람을 가르며 페달을 밟는 모습을 보고 누군가는 용기를 얻을 수도 있고, 누군가는 자전거에 흥미를 붙이게 될 수도 있다. 웹툰 <윈드 브레이커>는 네이버 웹툰에서 월요일에 찾아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