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아침에 개가 되었다, <명예소녀의 추락>
하루아침에 개가 되었다, <명예소녀의 추락>
케이툰 수요웹툰 연재중
글/그림 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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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어느 학교든 동경의 대상이 되는 학생이 꼭 한 명씩은 있다. 대개 이런 학생은 반반한 외모에 매학기 1등을 놓치지 않는 똑똑한 두뇌를 겸비하고 있으면서 누구에게든 아낌없이 친절을 베푸는 상냥한 성격까지 지니고 있다. 한 마디로 말해 머리부터 발끝까지 흠잡을 데 하나 없이 완벽하다. 예컨대, 본 웹툰의 주인공인 엄나무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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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인격의 명예소녀
나무는 자신이 다니고 있는 학교에 ‘명예소녀’로 통한다. 긴 생머리에 하얀 피부, 귀여운 외모 덕에 뭇 남학생들의 동경을 받는 건 물론이고, 사근사근한 성격으로 같은 여학생들에게도 부러움을 사며 활발한 교우관계를 자랑한다. 학교생활은 또 어떠한가. 상위권의 성적을 유지하면서도 합격하기 어렵다는 학생회에 들어가 학생회장의 총애를 받는다. 모두가 꿈꾸는 완벽한 고등학교 라이프, 그게 바로 나무의 학교생활이다.
그러나 나무가 집으로 돌아가는 순간 이야기는 180도 달라진다. 집에서의 나무는 학교에서의 나무와 같은 사람이라고 보기 어려울 만큼 난폭하다. 선천적으로 몸이 아픈 동생 시내를 혐오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시내와 산책을 나가라는 엄마의 말에 버럭 소리를 지르며 신경질을 내는 것이 일상이다. 바깥에서는 시내에게 잘해주는 척 연기를 하며 ‘진흙 속에 피어난 꽃’ 행세를 하기까지 한다. 명예소녀가 아닌 난폭소녀라는 타이틀이 더 어울릴 정도다.
그런 그녀가 명예소녀를 자처한데에는 어린 시절의 기억이 한 몫 한다. 어린 나무는 엄마에게 사랑을 풍족하게 받지 못 했다. 온 가족이 아픈 시내에게 정신이 쏠려 있었기 때문이다. 아낌없이 보살핌 받아야 할 나이에 어딘가 결핍된 나무는 저도 모르게 사랑받는 법을 터득하게 된다. 다시 말해, 그녀는 모두에게 사랑 받기 위해 완벽한 여고생의 모습을 ‘연기’하고 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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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이 바뀌다
공든 탑이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었다. 사건은 엄마의 명령으로 시내와 산책을 나간 날 발생했다. 산책도중 길가에서 소변을 보는 시내에게 손찌검을 한 것이다.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모든 상황을 우연찮게 마주친 같은 반 친구인 황제리가 목격함으로 인해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았던 나무의 본성이 밝혀질 위기에 처하기까지 했다. 제리가 나무의 이중적인 모습을 목격한 사건은 제리에게 입조심만 시키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제리에게 자신의 정체(?)를 들킨 날, 키우는 강아지 엄지와 영혼이 바뀐 것이다.
바로 이렇게 말이다.
개가 주인의 몸에 들어가 인간의 행세를 하고 다닌다.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말해도 열 명중 한 명 믿을까 말까한 일이다. 영혼이 바뀐 이후, 그러니까 나무가 강아지가 된 이후 나무는 말 그대로 ‘멘붕’ 상태에 빠진다. 그도 그럴 것이 말을 하고 싶은데 입에서는 ‘멍멍’ 소리만 나오고, 엄마는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고, 무엇보다 엄지가 자신의 모습을 하고 학교를 다니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웹툰의 본격적인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지난 몇 년간 수차례 비슷한 내용의 드라마와 영화가 히트를 쳤다. 따라서 ‘영혼 체인지’가 참신한 소재라고는 볼 수 없다. 그렇지만 강아지와의 ‘영혼 체인지’는 나름대로 참신한 소재의 축에 속한다.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하지원과 현빈처럼 사람끼리 영혼이 바뀌었으면 말이라도 통하겠지만, 상대는 강아지다. 그것도 자신만을 믿고 따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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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보다 못한 인간
며칠간의 잠수를 끝내고 다시 학교에 돌아온 나무는 눈에 띄게 변했다. 물론 좋지 못한 쪽으로 말이다. 교과서를 챙겨 오지 않는 것은 기본이고 젓가락질을 못해 반찬을 여기저기로 튕겨내는 등 계속해서 모자란 행동을 하며 아이들에게 충격을 안겨주었다. 동경의 대상이었던 나무는 조롱의 대상이 되어 놀림을 당했고, 나무를 완벽하다고 찬양했던 아이들마저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나무가 변하자 그녀와 가장 가까웠던 태영과 준영도 변해갔다. 두 사람 모두 가장 가까이에서 나무의 ‘인기’를 이용한 사람들이었다. 태영은 중학교 시절, 존재감 없는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나무와 의도적으로 친하게 지내기 시작하면서 주변 친구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던 아이였다. 나무와 친하게 지낸다는 사실만으로 자신의 가치를 높일 생각이었던 것이다. 나무를 이용하려는 목적이 분명했기에, 다시 이상한 행동을 하는 (사실은 강아지가 된 거지만) 나무를 부끄러워하는 건 당연했다.
나무를 이용하는 건 준영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학생회장으로서 아이들과 선생님에게 무한 신뢰를 받으면서 자신을 짝사랑하는 여학생까지 두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에게는 자신을 더욱 빛내줄 존재가 필요했다. 마침 적당한 타겟인 나무가 학생회에 들어왔고 준영은 그녀에게 모든 걸 맞춰주며 물심양면 퍼주었다. 그렇지만 사실 그가 하는 모든 행동은 호의가 아닌 악의에 가까웠고 마음속은 새하얀 얼굴과 달리 캄캄했다. ‘개만도 못한 인간’처럼 말이다.
때때로 사람들은 자신의 사리사욕을 위해 ‘개만도 못한’ 행동을 하고는 한다. 가식적인 얼굴을 하고 호의를 베푸는 척 하며 이익을 얻으려고 하기도 하고, 과감하게 배신을 하기도 한다. 우리도 인간의 탈을 쓰고 엄지만도 못한 행동을 하지는 않았는가. 태영과 준영의 행동은 독자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낳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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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마 탄 황제리
이쯤에서 본 웹툰의 남자 주인공 제리를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나무에게 진심으로 호의를 갖고 대하는 몇 안 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제리가 처음부터 나무에게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관심보다는 오히려 무관심, 혹은 적대심에 가까웠다. 아픈 동생을 때리고 괴롭히는 나무의 본모습을 본 후부터 나무를 가식적인 아이라고 간주했기 때문이다.
그런 제리가 나무에게 관심이 생기기 시작한 것은 나무의 몸에 엄지가 들어온 후부터였다. 딱히 교류가 많지 않았던 평소와 달리 계속해서 이상한 일로 얽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제리의 머리에 토를 하거나 갑자기 달려들어 안기거나 코앞까지 얼굴을 들이 밀며 냄새를 맡는 등. 나열하면 밤을 새야할 것 같으니 자세한 에피소드는 생략하도록 하자.
덕분에 나무의 감정선은 시시각각 바뀌며 요동쳤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학교에서 착하고 예쁘다며 찬양받던 짝이 무서운 표정으로 동생을 때리는가 하면, 며칠 후에는 정신이 반쯤 나간 상태로 학교에 와서 자신에게 들이대니 혼란스러운 것도 당연했다. 결국 나무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던 제리는 어딘가 이상함을 느끼고 나무의 뒤를 밟기로 결심하고,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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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며
지금부터 웹툰의 전개 방향은 전적으로 제리에게 달려있다. 나무의 본모습을 알고 있는 유일한 인물이자, 나무를 구해줄 수 있는 독보적인 인물이기 때문이다. 과연 제리는 강아지가 된 나무를 본래의 모습으로 돌려놓을 수 있을까. 궁금하지만 좀 더 지켜보면서 앞으로 펼쳐질 제리의 활약상을 기대해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