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죄부는 어디까지 - 임인스
연예인 김구라는 2002년 경 딴지일보 시사대담에서 위안부를 가리켜 창녀라 비하한 적이 있었다. 이 사실은 당시엔 김구라가 유명하지 않아 크게 이슈가 되지 못했지만, 2012년 경 다른 사건과 얽히며 이슈로 떠올랐다. 이후 김구라는 모든 방송에서 하차했다. 이후 한참 시간이 흐르고 나서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직접 사죄하고, 수시로 봉사를 간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방송에도 복귀했는 데, 당시 시청자들은 이제 복귀해도 되지 않느냐, 절대 복귀해선 안된다 이 두가지 의견으로 나뉘었다.
웹툰계에도 이런 작가들이 있다. 예를 들어서 2015년 4월 연재를 시작하여 2015년 6월 30일 연재가 중지된 [내 남자친구]란 작품은 창작자로서는 해서는 안될 일인 표절 관련된 논란이 일었던 작품이었다. 중국의 웹툰 작가 탄지우와 컷의 구도, 그림체 면에서 비슷하단 점이 주요 논란의 쟁점이었고, 이는 각 웹툰 사이트를 통해 표절이다 아니다 논란이 커지다, 작가가 직접 표절을 인정하고 해당 장면을 삭제하면서 일단락되었다. 작품은 네이버 웹툰 칸에서 아예 삭제되었고 이후 박미숙 작가의 신작은 없었지만 만일 박미숙 작가가 다른 작품으로 돌아온다면 우리는 환영해야 할까?
웹툰 작가가 비록 공인은 아닐지라도 어느 한 창작 분야의 대표이자, 웹에 가장 노출이 많이 되는 작가 중 하나라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박미숙 작가가 평생 연재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옳은가? 이는 결국 표절을 인정하지 않는 문화만 만들어낼 뿐이다. 박미숙 작가는 강제로 작품 연재가 중지당하고 작품 자체가 삭제되는 것으로 이미 충분한 죗값을 치뤘다고 볼 수 있다. 오히려 표절에 관대했던 우리 사회에 드물정도로 확실한 대처였기에 이후의 행보가 어떻든 긍정적으로 본다.
이런 논란에서 항상 비켜서있는 작가가 있다면 임인스가 아닌가 싶다. 작가는 과거 [싸우자 귀신아 시즌2]에서 스토리가 감당이 되지 않자 20화 한 화를 통채로 소비해서 주인공들이 우주로 날아가더니 우린 안드로메다로 간다 외치고, 말하고 싶던게 뭐냐고 묻자 월척이라고 외치고, 마지막엔 작가의 오너캐인 임인 스님이 나와서 건물을 폭파시켜버리는 이상한 만화를 그려 올린 전적이 있었다.
이후 시즌 2 분량을 다시 그려 마무리하는 행보는 애초에 치밀하게 스토리를 짜지 못한 작가의 잘못이다. 나중에라도 완성했으니 괜찮지 않냐는 갑론을박을 벌이게 만들었고, 작품은 무사히 최종편인 라크리모사까지 연재되었다. 하지만 이 라크리모사에서 작가는 다시 한 번 사고를 치는 데, 건강 상의 문제를 이유로 웹툰 계에서 은퇴한다며 라크리모사를 연재 중단하고 결말까지의 시놉시스를 전부 블로그에 공개한 것이었다.
그리고 2017년 2월 5일 자 SNS를 통해 작가는 복귀를 선언했다. 작품을 두 번이나 폭파시킨 경력이 있는 작가가 은퇴 선언까지 번복하고 돌아온다는 것인데, 장장 2년에 가까운 시기만에 돌아오는 작가인 만큼 환영하는 이들도 있지만, 나는 이 복귀에 대해 부정적이다. 처음부터 돌아올 생각이 있었다면 왜 라크리모사를 시놉시스로 완결을 내고 은퇴 선언까지 했냐는 것이다. 3부작으로 그렸던 작품 자체를 시놉시스로 완결내는 것으로 작가의 은퇴 의지는 굳건해 보였거늘, 이제와서 다시 복귀 선언을 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 행보다.
계획된 복귀든 충동적인 복귀든 한 번 작품을 터뜨리고 복귀한 작가의 작품을 신뢰할 수는 없다. 그 작가의 작품은 전적이 있기에 언제 터져도 이상할 게 없다. 세계적으로도 은퇴 선언을 번복한 창작자는 많이 있다. 유명한 애니메이션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만 해도 수차례 은퇴 선언을 번복했다. 하지만 이런 경우 자기 작품을 온전히 완성해낸 뒤에 은퇴를 한 경우였다. 감명깊은 은퇴작으로 하여금 감독의 빈자리를 느끼게 하여 은퇴 번복을 환영받게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임인스 작가는 어떠한가? 작가의 전작은 작가 스스로 연재 중단하고 스토리를 공개하며 여지없이 끝장을 냈다. 그 이전에 작가는 연재분으로 장난을 친 전적이 있다.
임인스 작가의 은퇴복귀는 작가가 웹툰계에 만들어낸 또 다른 안좋은 선례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