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터 - 수지의 다이어트 도전기
기춘 씨에게도 봄은 오는가에 짤막하게 등장했던 은행원 수지 양이 주인공이 되었다. 과거 캐러멜 작가의 아내 네온비 작가가 어시스턴트 시절 통통했던 과거를 가지고 있었다는 점과, 네온비 작가의 ‘결혼해도 똑같네’에 비치는 네온비 작가의 과거의 모습이 지금의 수지 양과 상당히 흡사하다는 점에서 네온비 작가의 과거에서 모티브를 얻은 게 아닐까 하는 추측을 조심스레 해본다.
‘결혼해도 똑같네’에서 과거의 네온비 작가의 모습 동글동글하니 귀여운 모습이 수지와 닮았다.
적어도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태어났으면 다이어트를 한 번도 안 해본 적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 웹툰이 그만큼 많은 사랑을 받게 된 것도 결국에는 그만큼 다이어트에 신경 쓰는 사람이 많다는 증거다. 다이어터 웹툰에 발맞춰서 다이어터 앱까지 등장하여 많은 다이어트 하는 사람들의 사랑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 다이어트 열풍의 이면에는 남을 배려하지 않는 의식들이 깔려있기도 하다. 한국에서 유독 살을 빼지 못하면 자기관리를 못한다는 소리를 듣는다. 병원 가서 체지방 수치를 재서 지방보다 근육량이 더 많고 지방은 정상 수치인 사람도 덩치가 커서 보기 싫다는 이유로 살을 빼라는 소리를 듣는다. 자신이 인생을 대신 살아줄 것도 아니면서 자신의 기준을 무조건 남에게 강요하며 살을 빼라고 하는 모습은 정말 폭력적이다.
또 이 자기관리라는 말도 참 웃긴데 어차피 인생은 한 가지에만 몰두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라다. 자식을 키우다가 뒤돌아 보니 어느새 살이 부쩍 찐 어머니들도 계실 거고, 밖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건강하게 해소하는 방법을 몰라 그 허전함을 먹을 걸로 채우는 수지 같은 사람들도 있을 거고, 우리가 재밌게 읽고 있는 만화를 그려주시는 작가님들도 하루 종일 꼬박 작업을 하셔서 자기관리가 안 될 수도 있다. 최근에 필자는 고3이었던 학생이 입시 때문에 한자리에 앉아 꼬박 공부하다 보니 예전의 날씬한 몸매에서 통통한 체형으로 바뀌었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원하는 대학에 입학하게 되어 너무 기쁘고 몸을 포기한 대신 원하던걸 얻었다고.. 하지만 예전에는 그런 고민을 해본 적이 없지만, 살을 빼려고 운동을 나가면 사람들이 자신에게 꼭 한마디씩 욕을 하며 자기관리도 못한다고 비난하는 말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그런 일들이 한두 번도 아니니 자신감이 위축되어서 자꾸 밖에 나가기도 꺼려진다고.. 내 사정을 속속들이 모르는 타인이 나에 대해 인신공격을 서슴지 않는 일은 정말 화가 나는 일이다.
작품 내에서는 수지의 주변 인물들이 수지가 상처받을까 봐 외모적인 발언을 하지 않았다고 그려지지만, 현실은 조금 다르다. 한국은 유독 외모에 민감한 나라이고 보이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라임은 확실하다. 하지만 남에게 폭언을 쏟기 이전에 자신이 상대방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사람은 어떻게 서든지 서로에게 영향을 주기 마련이고, 또 그 결과 너무 남의 기준에 맞춰서 사는 삶을 살게 된다.
즐겁고 행복하고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기에도 모자란 인생인데 자신의 인생 절반 이상을 남의 기준에 맞춰서 단순히 자기관리 잘한다는 소리를 들으며 살았던 삶이 자신의 기준에도 맞는 인생인지는 잘 모르겠다. 외모가 취업과 인간관계에까지 영향을 주는 지금, 다이어트도 좋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그들도 우리와 같은 한 인격체라는 것을 인지하는 것과 외모가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는 인식 전환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건강하게 남의 기준이 아닌 나의 기준을 위해 하는 다이어트. 자신의 삶의 주인공이 자기 자신이 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