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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내린 산기슭 - 지층에도 정령이 있다?

namu | 2016-08-18 18:18

 

 

 

지질학자가 만화를 그린다면 어떤 느낌일까. 또 지질에 관련된 만화가 나온다면 어떤 느낌일까. 사실 이 웹툰은 오래전부터 이곳저곳을 거쳐 연재와 연재 중단을 거쳐 다음에 자리를 잡았다. 그 과정이 이 웹툰에 나오는 ‘흥월리층'의 여정과도 많이 닮아 보인다. 박사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작가는 네이버에 고생물 삽화도 그렸다. 삽화는 아래 주소에서 확인하실 수 있다.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57&contents_id=7191

 
 

Screen Shot 2015-09-03 at 6.37.38 PM.png

 

 

산이 원래 있던 자리를 깎아 도로를 만든 자리에 사고가 자주 일어나 어른들은 이 자리에 귀신이 들렸다 표현했다. 이 귀신을 색다르게 표현하는 것이 참 독특하고 재미있다. 모든 사물에는 혼령이 깃들어 있다는 일본의 그것과도 많이 닮아 보인다. 지질학자였던 주인공은 산을 다니며 캐는 화석을 팔아 생활을 한다. 돌을 찾는 주인공. 전석이 아닌 노두를 찾는다. 전석은 굴러떨어진 돌이고 노두는 땅속의 지반이 노출된 돌. 노두를 찾아 계십니까. 하고 이내 대답이 없자 그럼 돌을 두드리겠다는 주인공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돌에서 하얀 한복을 입은 사내아이 하나가 신비스럽게 등장한다.

 

주인공은 이 사내아이를 산신령이라 불렀다. 땅이 있는 곳에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수맥이라는 것이 있다. 이 수맥이 많으면 사람이 살수 있는 터가 못된다는 말이 있듯이, 산에도 맥이라는 것이 있어서 본래 있던 산의 기운을 끊어버리게 되면 사고가 잦아진다는 이론이 자연스러우면서도 어쩐지 흥미롭다. 남자는 산신령에게 새로 생긴 도로에 사고가 자주 일어나니 주의해 달라는 말과 함께 도로 절단면 위로 생태 통로를 하나 만들어 줄 것을 마을 선생님에게 이야기하고 다시 떠나가는 것을 끝으로 이렇게 단편은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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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운이라는 게 만화에도 존재할 수 있을까. 있다면, 이 웹툰에는 그 기운이 있는 것 같다. 무언가 알 수 없는 강한 기를 전달받는 느낌이 든다. 10년 만에 다시 같은 산을 찾아온 주인공 오원경. 우연히 벼락을 맞아떨어진 낙석을 치워주면서 그곳에 떠있는 여자아이를 발견한다. 원경은 떨어진 걸 보아하니 산신령은 아니고 동네 바위 정령쯤 될 거라는 추측을 한다. 하지만 이 여자아이의 이름은 흥월리층, 그 일대 지층의 정령이다.

 

어떻게 된 일인지 흥월리층은 자기가 튕겨져 나왔던 돌 속으로 다시 들어갈 수가 없고, 원경과 동행을 하게 된다. 하얗고 매끄러운 지층이라 예쁜 모습을 하고 있는 여자아이라는 설정 또한 기발하다. 길을 가며 히치하이킹을 해서 만난 남자는 사실 이 일대의 산신령. 산신령이 우리가 생각하는 백발에 하얀 한복을 입은 모습이 아닌 젊고 트럭 몰고 다니는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다는 것도 인상적이다. 살짝 너무 교과서를 보는 것처럼 낯선 단어들의 등장으로 머리가 아파지려 할 무렵 어려운 지층 이름이 나올 때마다 알 필요 없는 지층 이름이라고 써놓은 작가의 센스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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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인 원경이 대학원 때쯤부터 정령들을 눈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는 대목에서 혹시 박사 과정을 준비하시던 작가님의 실제 경험담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회가 거듭할수록 월리의 귀여운 원피스를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서울로 올라와 남산 구경을 하는 원경과 월리.(흥월리층) 돌을 만져보며 땅의 느낌이 다르다고 하는 월리의 대사가 어쩐지 뭉클하다. 같이 다니는 동안에는 월리에게 많은 것을 보고 느끼게 해주겠다는 원경의 마음씨가 느껴진다.

 

남산의 산신령과 이야기를 하는 원경. 남산의 산신령은 이미 흥월리층에 대해 함백산 신령에게 전해 들어 알고 있었다는 말을 한다. 어떻게 소통을 하세요. 아 송신탑으로.. 하는 원경의 말을 가로막으며 남산 산신령이 한다는 말이 같은 온라인게임을 한다고 하는 부분 또한 만화적인 재미가 느껴지고 작가의 센스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월리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대사가 만화 곳곳에 자주 등장한다. 월리의 수명이 다하기 전까지 또 어떤 가슴 따뜻한 에피소드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읽을수록 따뜻함과 가슴 저미는 느낌이 동시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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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상상력과 얕은 사전조사를 바탕으로 나온 웹툰이 아닌, 논문까지 쓸 정도의 지식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게 새삼 존경스러우면서도 놀랍다. 먼 나라 이웃나라 이후로 지식과 재미를 동시에 전달해주는, 아니 더 나아가 판타지 요소까지 섞여있는 이 매력적인 작품. 그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산들바람이 불어오는 시원한 계곡에서 발 담그고 있는 듯한 아주 기분 좋은 느낌이 든다. 만화 곳곳에도 그의 산과 돌, 지질을 사랑하는 마음씨가 아름다운 색감으로 표현된다. 어쩐지 돌의 질감을 표현하기 위해 거친 느낌을 준 것 같은 배경을 보는 것도 좋다. 지층이나 산에 대한 관심이 없더라도, 독자들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는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의 웹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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