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활약으로 가득찬 지옥캠프 단편선 시즌 6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 왔다. 신인들의 역량이 대폭발하여 자신의 연재작 이상의 실력을 뽐내는 시간. 이름하여 [지옥캠프 단편선] 시리즈가 온것이다. 매 년 소소한 재미를 주는 신인작가들의 단편으로 가득했던 시리즈 답게 올해도 기대를 했다만, 올해를 한 줄로 표하자면 기대 이상의 선전!
BLOSSOM
어린 시절 사랑은 부끄럽고 숨겨야 할 질병과 같은 것이었다. 한번도 해보지 못한 탓에 단어 선정이 악의적인 감이 있지만, 쑥쓰럽게 내뱉지 못하고 남들을 의식해야 하는 것이 어릴 적의 감성이었다. [BLOSSOM]은 이 숨겨야 할 감성, 상대가 자신을 비웃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시각적으로 표현해내는 데 성공했다. 상대의 감정을 모를 때 느껴지는 두근거림과 상대의 감정이 나와 같을 때 느껴지는 기쁨의 순간을 순차적으로 담아낸 이 작품에 호평하고 싶다.
잃어버린
경험해 본사람만 알수있는 그 감정선이라는 게 있다. 어찌할 수 없는 답답함과 짜증, 그리고 분노. 이 작품에서 표현되는 감정선은 다소 미화된 경향이 있다. 실로 추적추적한 사실에 대해 일일히 적는 것은 작품에 어울리지 않는 일이기에 이에 대해 문제삼고 싶지 않다. 가족의 안쓰러움이 더욱 부각될 수 있던 스토리 라인이기에 박수를 보낸다.
지옥철투
질풍기획의 영향이 진하게 느껴지는 본격 직장인 능력자 배틀 코미디. 하지만 그 메시지나 작화의 역동성에 있어 질풍기획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 아쉽다. 일단 어느 정도 배틀물을 표방하고 있음에도 기술의 밸런스가 좀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고, 회사 생활을 열심히 사는 노력과 청춘이 비등하기 보단 즐겁게 산 청춘이 우월하며 열심히 회사생활에 충실한 삶을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식으로 표현되어 조금 거부감이 든다.
기린인간
괴기한 비주얼 하나만으로도 호평을 보내고 싶은 작품. 기괴한 것에 집착하는 주인공의 광기와 아파트를 주거지로 삼은 정체 불명의 괴물의 사투가 잘드러났다. 특히 초반부부터 이해할 수 없을만큼 대상에 집착하며 작품을 이끌어나가는 주인공이 단순한 민폐 발암덩어리에서 정체 불명의 존재와 동격으로 보일 정도의 광기를 보여주는 캐릭터 변화는 인상적.
소녀샵
쓸때없는 반전 하나 때문에 작품 전체의 분위기와 개연성을 모조리 말아먹었다. 작품 어디를 봐도 이 마지막 반전이 합당하다고 여겨질 부분이 없는 데, 분명 장치들은 깔려있었으나 이 장치들의 합당함이란게 하늘에서 빛이 번쩍 빛나는 컷이 잠깐 나온 연애물 마지막에 주인공이 유성에 맞아 죽는 수준이라 사람을 벙찌게 만든다.
직소
이영도의 판타지 소설 [드래곤 라자]에선 '나는 단수가 아니다.'라는 말이 나온다. 이 말의 의미는 사람은 한 명의 개인으로 존재하지 않으며 타인의 주관 속의 또다른 모습으로 존재해있다는 말이다. 이 때문에 사람은 혼자서 살아가는 게 아니며 함께 살아간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이 '복수'의 개념이 가장 멋지게 드러난 단편이 아닌가 싶다. 주인공의 캐릭터 형성부터 처음 분위기 좋은 상담실에 들어가기 까지의 짧막한 편집 능력에서 부터, 작품은 자신의 역량을 기대하라고 내게 말해왔다.
별거 아닌 듯 했던 상담 내용이 조금씩 주인공 주변을 변화시키고 이로 인해 다시 주인공이 치유받는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은 마치 영화 예고편을 보는 듯한 수준의 멋진 연출이었다. 사람 개인개인을 퍼즐에 비유하여 이 개인이 합쳐져 만들어진 것이 나라는 주제를 멋지게 전개한 작가에게 호평하고 싶다.
요물 아가씨
정말 힘든 삶을 살더라도 자신을 살아가게 해주는 삶의 원동력인 아이를 요물로 비유한 작품이지만, 작 중에서 묘사되는 힘든 삶이 지나치게 작위적으로 눈치없는 캐릭터로 대변된다는 게 너무 안타깝다. 그리고 따옴표를 지나치게 많이 넣는 데 이 때문에 오히려 대사가 강조하는 부분이 많아져서 산만해진다. 정말 중요해서 강조해야 될 부분이 아니라면 따옴표는 적당히 쓰는 게 좋아보인다.
얼마나 따옴표를 좋아하는 건지 '한가지'라고 딱 세 글자 쓰여진 말칸에도 한가지에 따옴표 처리가 되어 있다. 제발 적당히.
되돌이 고개
인상적이지만 스토리 면에서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이 있는 데, 왜 도깨비는 주인공의 문제점에 대해 설명해주지 않았을까? 그림은 상당히 좋지만 연출 면에서 아쉬운 부분들이 가끔씩 보이고 스토리도 아쉬워 뒷맛이 개운치 않다.
LIMBO
등장인물들의 캐릭터 형성이 제대로 되지도 않았고 설정의 기틀이 제대로 잡히지도 않았으며 설명도 애매모호 한 상태에서 극적인 전개로 작품을 마무리 지었다.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진 알겠는데 이런식으로 설명하니 그래서 뭐 어쩌라고? 하는 반문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비월
나쁘지 않았다. 왕따를 당하는 중인 캐릭터와 주인공이 어떻게 교감하게 됐는 지가 잘 묘사되지 않은 점이 아쉬웠다. 화해하기 위해 비월을 뛰는 주인공과 마지막 화해 장면은 참 멋졌지만 나쁘지만 않았다.
도깨비불
전통설화의 현재의 드라마를 잘 엮어냈다. 도깨비 캐릭터에 비해 다른 인물들이 제대로 살지 못하고 등장인물들의 변화가 극단적인게 아쉬웠지만 단편으로는 나쁘지 않은 작품이라 할 수 있었다. 여담으로 뿔달린 도깨비는 오니라고 주장하는 댓글들이 보이던데 단양 도깨비 마을에 존재하는 도깨비 박물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도깨비 역시 뿔을 가지고 있는 종류가 있다.
너와 나의 균형
나는 사소한 게 시경쓰이면 작품에 집중하지 못한다. 이 제목을 보면 정학 면제라는 문구가 보이는 데 대체 왜 사진을 찍으면 정학 면제가 되는 지 작품 내내 안나온다. 이 점이 정말 사람을 신경쓰이게 만들었다. 작품 자체는 무난하게 좋았다고 생각한다. 등장인물이 감정적으로 대립하다 화해하는 감정선이 확실하게 보였고 심리가 직관적이었다.
안녕
마무리에 걸맞는 멋진 작품이라 말하고 싶다. 떠나고 나서야 깨닫는 사랑을 독백하는 곰돌이의 대사가 참 인상적이다. 갑자기 찾아오는 연애와 같은 사랑보단 오랜시간 쌓아오는 정과 같은 개념의 사랑을 가시적으로 보여준 훌륭한 작품이었다. 인상깊다 못해 멋지다고 느껴질만큼 세밀한 그림체 역시 인상적. 제목과 더불어 마지막을 훈훈하게 끝낸 작품이기에 멋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