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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바우» - 대한민국 청년에 대한 존재론적 성찰

MrCrazyani | 2017-02-27 13:41

«우바우» - 대한민국 청년에 대한 존재론적 성찰


[웹툰 리뷰]우바우 - 잇선


    대한민국에 사는 청년 치고 자신의 미래에 대해 걱정 한 번 하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누구는 자신의 적성에 대해 고민할 것이고, 누구는 자신의 능력에 대해 고민할 것이다. 누구는 꿈이 있어서 그 꿈을 실현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누구는 꿈이 없어서 대체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고민할 것이다. 게다가 그러한 고민은 각자의 물적 조건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결국 그 고민은 ‘내가 원하는 삶’과 ‘세속적 성공’ 중 하나를 선택하는 문제가 된다. 그 둘 사이 어느쯤에 있을 수 있다면 참 좋겠지만, 대한민국의 현실이 그것을 쉽게 허락할 만큼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은 이미 모두가 알고 있다.


    잇선 작가의 데뷔작인 «우바우 - 우리가 바라는 우리»는 이러한 대한민국 청년의 고민과 방황을 그려내는 작품이다. 그 시선은 약간은 염세적이고 약간은 비관적이지만, 동시에 약간은 희망적이고 약간은 긍정적이다. 고양이, 여우, 쥐, 고슴도치, 토끼, 강아지 같은 동물 캐릭터에 인격을 부여하고 각 캐릭터의 상황과 그에 따른 심리 상태를 묘사하는데, 서로의 이야기가 회를 거듭해 교차하며 서서히 의미를 드러낸다. 귀여운 캐릭터들이 무심히 내뱉는 날카롭고 냉소적이며 사르카스틱(sarcastic, 비꼼, 풍자)한 대사는 독자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히 신선하다. 컷툰에 최적화된 연출은 갑작스러운 장면 전환을 최대한 활용해 독자의 감정 변화를 이끌어내며, 흑백 위주의 색감은 현실의 건조함을 더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웹툰 리뷰]우바우 - 잇선


    «우바우»의 등장인물들은 주변인을 비롯한 사회 안에서의 자기 위치를 냉정하고 정확하게 인지한다. 재산 - 능력 - 꿈이라는 세 요소로 된 삼각형을 얼마나 채울 수 있을 지, 무엇을 양보하고 무엇을 추구할 것인지, 작품의 독자들이 그러하듯 끊임없이 고민하고 계산하며 의심한다. 그러나 우리도 그들도 모두 물적 조건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존재이기에, 능력과 꿈은 쉽게 또 자주 의심받고 포기된다. 보다 개인화된 현대사회에서 각 개인의 자기 성취는 중요한 가치가 되었지만, 동시에 충분한 물질을 소유하지 못하면 불행을 넘어서 실존 - 생존이 아니라 - 이 위협받는 사회가 되기도 했다. 따라서 이제 모두는 자기실현과 물질적 만족을 양립시켜야 하는 과제를 부여받은 것이고, 그것을 ‘성공적으로’ 해결할 것을 요구받는 것이다. 그다지 성공적이지 않았던 사람들에게서까지.


    그렇기에 «우바우»의 인물들은 끊임없이 불안해한다. 포기하는 것이 하나둘씩 늘어나고, 모든 것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하고, 자신에게 최우선인 것에 집중하며 나머지를 버린다. 티컵은 스스로 홀로 되고자 하고, 난방이와 서니는 친구 사이로 남기로 한다. C벌은 끝끝내 꿈을 향해 가려고 하고 도치는 행복하고자 하는 욕망을 버린다. 최소한의 것이라도 지키고 싶지만, 3천원짜리 과자 정도는 살 수 있기를 바라지만, 결국 삶은 항상 제자리 걸음이 되고 꿈은 가도 가도 멀기만 하다.


[웹툰 리뷰]우바우 - 잇선

[웹툰 리뷰]우바우 - 잇선


    그럼에도 그들은 그 길을 가고, 이야기의 끝에서 마침내 나름의 해답을 찾는다. 그것이 어떤 형태의 대답이든 말이다. 그들은 왜, 그리고 우리는 왜, 그러한 대답이 필요한 것일까? 현대사회에서 개인이란 결국 사회의 한 요소에 불과한 지도 모른다. 개인은 생각보다 주체적이지 않고, 그의 삶을 잘 뜯어보면 결국 자본주의 경제의 생산력을 담당하는 ‘노동력’이라는 요소 이외의 의미를 찾기 어려울 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것을 떨쳐내고 극복하려고, 그래서 요소로서의 개인이 아닌 ‘실존하는 나’로 존재하기 위해 그렇게나 꿈과 의미를 찾고, 또 타인을 나의 의미로 삼고 내가 타인에게 의미가 되기 위해 그렇게 사랑하는 것은 아닐까?


    대한민국의 청년들이 무언가를 포기하는 세대가 되는 것은 그저 버거운 현실에서 도피하고자 함도 아니고 이기심의 발로도 아니다. 그것은 청년들 스스로 ‘무슨’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를 진지하게 모색하는 방법이다. 무언가를 포기하지 않고도 모색할 수 있다면 더 할 나위 없겠지만, 아쉽게도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은 «우바우»가 말하듯 ‘개똥’이다. 하지만 «우바우»의 인물들이 그랬듯 우리도 결국은 각자 해답을 찾아낼 것이다. 어떤 해답이어도 좋다. 그 해답을 위해 포기한 것 만큼 다른 무언가는 확실히 지켜낼 수 있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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