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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 인 더 트랩 : 청춘> : 결국엔, 로맨스
뚜뚜
| 2017-03-13 10:16
<치즈 인 더 트랩 : 청춘>
: 결국엔, 로맨스
치즈 인 더 트랩, 목요일의 명실상부한 강자로서 자리한 웹툰이며 '로맨스릴러'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킨 작품이기도 하다. 대학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로맨스 작품이나 그보다 더 첨예한 감정적 대립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긴장감을 줌과 동시에 이입을 하도록 했다. 비인간적인 유정과, 다소 예민하나 인간적인 반응을 지닌 홍설, 그리고 그에 반해 완벽하게 인간적으로 포장되는 백인호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에서 유정은 '비인간성'만을 강조당해온 캐릭터였다. 그는 끊임없이 아버지를 통해, 백인호를 통해, 백인하를 통해 이상하다는 것을 증명당했으며 홍설의 과거를 통해 그 특이성이 입증되면서 만화 자체를 '로맨스릴러'라는 새로운 장르로 개척하게 한 주역이었다.
최근에 등장한 에피소드 <청춘>에서의 유정은, 그런 면에서 여태껏 유정이 받았던 평가를 모두 뒤엎는 계기가 되었다. 유정이 '소시오패스'라는 별명을 얻게 된 것은 그가 사람 사이의 감정적 교류를 모두 인위적으로 해낸다는 점, 외려 그 감정적인 것을 이용하여 타인을 쥐었다 폈다 한다는 점 따위였으며 이것들은 유정은 더욱 '이상하고' '무서운' 존재로 만들었다. 유정 역시도 자신의 이러한 성향을 두고 이상하다는 평가를 끊임없이 받아왔으며, 본인 스스로도 타인과 같지 않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었다.
오해가 풀리는 과정은 단순하다. 유정이 이상하다, 보통 사람과는 다르다는 이 오해는 홍설과 백인호, 백인하, 그리고 많은 대학교 사람들과 심지어는 유정 스스로, 그리고 독자까지 모두 지니고 있었다. 홍설이 점점 유정과 같이 변하면서 유정은 두려움을 느낀다. 다른 사람을 이용하거나 다른 사람의 뒷통수를 치고 통쾌해하는 장면, 그리고 웃는 홍설을 보며 유정은 자신이 설이를 망치고 있지 않나, 하는 고뇌에 빠진다. 유정의 속성은 '비인간성'이다. 즉, 그는 결코 인간적이지 않으며 따라서 그와 같이 되는 것은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힘든 일이다. 그러나 홍설이 지니고 있는 속성은 '인간성'이다. 이것은 그녀가 유정과 구분되며 백인호와 끊임없이 엮이는 이유 중 하나였다.
그러나 인간적인 홍설이 동화되어 다가설 수 있는 비인간성이라면, 그 속성은 이미 특정한 힘을 잃는다. 유정은 특별하지 않다. 남들과 다르지도 않다. 물론 돈이 많고 잘생겼고 집안이 좋다는 게 누군가는 '특별하다'고 말할 수 있으나, 적어도 그의 내면의 속성은 동일하다. 여기서부터, 유정의 아주 어린 시절부터 쌓여온 오해가 해소된다.
아버지에게 '이상한 아이'라는 눈초리를 계속 받으며 살아온 유정의 머릿속에는 역시 자신이 이상한 아이라는 생각과 함께 아버지에 대한 피해의식이 잠재되어 있다. 아버지가 자신을 감시하고, 자신을 이상한 아이로 보고, 때문에 백인호와 백인하 남매가 유정의 아버지에게 한 이야기들 모두가 그에게는 '아버지'라는 존재에게 자신의 특이함을 강조시켜주는 매개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들이 틀어진 이유는 그렇다, 유정이 스스로 자신이 이상한 사람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홍설이 자신처럼 변해가는 과정이 두려운 이유 역시도, 유정은 스스로를 '이상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스스로를 타인과 분리시키는 탓에 그럴 듯한 친구 하나 가질 수 없었으며, 홍설과의 연애 과정 역시 겉에서 뱅뱅 돌고 속마음이나 진실을 제대로 주고 받지 못해야 했다.
그러나 결국, 사랑이다. 홍설이 유정처럼 변화했다는 건 홍설이 깨달았다는 증거다. 유정은 이상하지 않다는 것을. 유정은 무너진다. 자신이 쳐놓은 수많은 굴레에 홍설이 걸려들어 고통을 받는 것을 볼 때마다 깊은 곳에서부터 무너진다. 유정은 스스로를 무너지지 않는다고 여겼겠으나, 그는 무너짐의 대비책으로 '회피'를 선택한 것뿐이다. 백인호가 자신을 고발했다고 생각했을 때도, 아니 매 상황마다 그는 회피하고 외려 상대를 나락으로 밀어 넣으면서 사실 그는 자신한테 큰 존재가 아니었다고 스스로를 세뇌시킨다. 홍설은 다르다. 홍설에게는 친구보다도 더 큰 이름이 붙는다. 유정조차 이해할 수 없는 감정.
결국, 사랑이다. 그러므로 사랑에 빠진 유정은 도망칠 수 없다. 발목이 붙잡혀 자신에게서 홍설이 벗어나기를 바라지만 결코 먼저 떠날 수는 없다. 사랑에 빠진 그는 결국 평범하다. 자신의 비인간성이라고 믿는, 그저 섬세한 감성의 뒤에 숨을 수가 없다. <청춘> 에피소드에서는 그렇기 때문에 유정의 인간적인 면모가 터져나온다. 여태껏 볼 수 없었던, 독자도 유정도 백인호도 백인하도 그 누구도 몰랐던, 홍설만이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던 그 인간적임을.
그렇기에 비인간성 뒤에 숨으려던 지극히 인간적인 한 남자의 결말은 결국 사랑이다. 우리는 이제야 풀리지 않았던 의문들을 잡을 수 있다. 그것은, 다소 모순적이고 논리적이지 않더라도 이해할 수는 있는, '감정'의 세계이며 인간적인 세게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