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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보통의» - 사랑이냐 삶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MrCrazyani | 2017-03-17 09:35

[웹툰 리뷰]이토록 보통의 - 캐롯


    2017년 현재 대한민국 사회를 사는 청년 세대는 ‘보통의 삶’ 을 지켜내는 것만으로 자신의 모든 힘을 소진한다. 보통의 보금자리를 가지고 보통의 일을 하며 보통의 삶을 꾸려나가는 것이 어찌나 버거운지, 그 버거움에 독립은 유예되고 욕망은 포기된다. 그러나 그 가운데서 우리가 끝내 놓을 수 없는 욕망 하나가 바로 사랑이다. 외롭지 않고자 하고, 위로받고자 하며, 사랑하고자 하고 사랑받고자 하는 그 욕망. 사랑의 감정을 가질 뿐 아니라 인간적 관계를 맺고 연인만의 행위를 하고 마음을 보살피는 그러한 연애에 관한 지향. 그것은 우리가 끝까지 포기하지 못하는 욕망이다. 연애와 결혼과 출산을 포기한 삼포세대라고 해서, ‘사랑하는 것’ 자체를 지향해 오지 않은 적은 없다. 그래서 사랑과 연애는 보통의 삶을 살며 끝내 지키고픈, 유지하고픈 마지막 그 어떤 것이다.


    «이토록 보통의»의 작가 Carrot은 ‘사랑하는 삶을 사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하려는 듯 하다. 웹툰 장르 자체가 청년층에 의해 향유되고 그 창작자 역시 청년층이 다수라는 것을 생각할 때, 많은 웹툰이 청년 세대의 담론을 담아내는 것은 한편으로 당연하기도 하다. 작가는 다소 긴 호흡의 여러 에피소드를 통해, 청년 세대의 인생 ・ 가치 ・ 감정 ・ 행동 등의 여러 측면을 재현하는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한다. 작가는 일부러 정돈되지 않은 거친 선과 색을 사용하여 ‘보통의’ 삶과 연애를 다루고자 하는데, 대상을 세밀하게 묘사하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독자와 대상의 거리를 좁히고 작 중 인물의 이야기를 나와 가까운 이야기로 여기게 만든다.


[웹툰 리뷰]이토록 보통의 - 캐롯

▲ 인물에 대한 거친 묘사는 그 인물을 일종의 ‘상징’으로 받아들이게 해 인물과 독자의 거리를 좁힌다.


    이러한 ‘보통의’ 연애를 다루는 작품의 첫 화 첫 소재가 섹스라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사실 섹스는 연애의 핵심 요소 중 하나이다. 정서적 안정이나 상호 배려도 물론 중요하지만, 성애性愛야 말로 서로 사랑하는 연인이 서로를 원한다는 강력한 증명이다. 그것은 비단 오르가즘에 대한 추구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서로의 살이 닿고 가장 깊숙한 곳을 서로에게 드러내며 애무하는 그러한 행위는, 서로의 감정을 승화시키는 일종의 예술적 행위로 간주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 인간을 연애 대상으로 인식하는 데 있어 섹시함의 인식, 즉 대상에 대한 성적 인식은 필수적이며, 이는 오히려 사랑과 연애를 관념적으로 다루지 않고 실제적으로 다루도록 하는 중요한 계기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섹스로부터 사랑의 실제적 측면이, 보다 정확히는 연애의 실제적 측면이 부각된다. 우리는 사랑을 숭고하다거나 특별하다거나 아름답다고 하지만, 사실 사랑이 ‘연애’라는 실천적 행위와 불가분의 관계라고 할 때, 그 실천적 행위가 나의 삶을 위협하는 순간 그 사랑은 오히려 두려움의 대상이 된다. 한국의 청년들이 연애를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다면, 그것은 연애의 실천과 나의 ‘보통의’ 삶이 양립 가능하기 어렵다는 사실에 기반하는 것이겠다.


[웹툰 리뷰]이토록 보통의 - 캐롯

▲ 우리는 그저 매 순간 두려워할 뿐이다. 사랑 앞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작가는 이러한 딜레마의 해결을 어떻게 그려낼까? 우리가 보통의 삶을 지켜내려고 악전고투하듯, 보통의 연애도 지켜내고자 고뇌하고 투쟁하는 인물을 그릴까? 아니면, 아무리 대단한 사랑도 그저 그런 연애로 전락하기 마련이니, 보통의 삶을 지키고자 보통의 연애로부터는 도망치는 인물을 그릴까? 작가는 이미 이 만화가 옴니버스 만화임을 천명한 바 있기에, 지키려는 인물이든 도망치는 인물이든 각자의 선택을 모두 나름의 설득력을 가지고 그려낼 수 있을 것이다. 보통의 삶을 살고 보통의 연애를 하는 대부분의 한국 청년 세대들이라면, 이 작품의 인물들이 어떤 선택을 하는 지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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