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소개 - «Hello, 브리» 귀엽고 예쁘면 그걸로 됐어!

«Hello, 브리»의 기기 작가는 ‘귀여움’을 컨셉으로 잡아 독자들에게 귀여움 덩어리를 안겨주겠다는 결심이라도 한 것 같습니다. 작품을 열자마자 눈을 사로잡는 것은 아름다운 색감과 순정만화에 기반한 캐릭터 디자인, 깔끔하고 보기 편한 작화로 무장한 ‘예쁜’ 연출입니다. 이 작품은 아무래도 ‘아름답다’고 하기보다는 ‘예쁘다’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뚜렷한 그림체, 팬시한 캐릭터, 대상을 포착하는 구도, 대사를 자제한 상황 연출 위주의 이야기 진행은 모두 이 만화를 ‘예쁘게’ 만들기 위한 장치라고 해야겠죠. 종종 나오는 일러스트같은 인물 연출 역시 같은 맥락에 있습니다. 보라색과 인디고 계열의 색 사용도 눈에 띕니다. 이 계열의 색이 작품 전반에 지배적인 것은 아니지만, 캐릭터 표현 및 연출 상의 포인트가 되는 색으로 삼은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 한 장의 일러스트라고 해도 손색이 없습니다.
동화적인 분위기를 ‘우리 동네 어딘가’일 것 같은 공간에 구현한 것도 주요 포인트입니다. 이에 따라 동화적 설정과 스토리가 지금 어디선가 일어나고 있을 것만 같은 착시를 줍니다. 중성적 매력의 캐릭터 컨셉은 보다 남성적인 여성 캐릭터와 보다 여성적인 남성 캐릭터를 만들어 냈습니다. 작품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야자와 아이의 «내 남자친구 이야기(사랑은 정말)»를 연상시킵니다. (연상시킨다는 것이지 유사점이 있다는 것이 아닙니다.)
작품의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어느 날 어느 동네(독자는 우리 동네 어딘가라고 받아들일테죠), 작은 바를 운영하는 젊은 바텐더가 있습니다. 그 동네에 있는 디자인 회사 직원, 중국집 사장님, 커피숍 직원, 노부부 등이 이 바를 자주 찾는 모양입니다. 이 바텐더가 역시 어느 날 우연히 고양이 인형 하나를 주워 집에 가져오게 되지만, 알고보니 그 인형은 말하는 고양이 인형이었고 원래 주인은 토마토를 좋아하는 조그만 뱀파이어 아가씨였네요. 이 예쁘고 귀여운 등장인물들이 주인공의 바를 중심으로 조그만 에피소드들을 만들어가는 이야기입니다.

▲ 주인공 주위 여러 인물의 에피소드가 작품의 내용이 될 것입니다.
아쉬운 점 하나는, 그렇게 공을 들인 작화에도 불구하고 각 인물들의 ‘얼굴’이 모두 같은 스타일로 그려졌다는 점입니다. 헤어스타일과 옷차림으로 인물을 구분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 만으로는 각 인물이 서로 뚜렷이 구분되는 ‘캐릭터성’을 드러내기가 어렵습니다. 작품이 2차 창작으로 이어질 여지가 많아보인다는 것을 고려하면 아쉬운 부분입니다. 캐릭터성의 문제는 인물 설정에서도 드러나는데요, 각 인물의 성격이 대동소이하고 뚜렷하게 구분되는 성격적 특성이 없습니다. 이러한 종류의 작품일수록 캐릭터성이 명확해야 스토리를 끌고나갈 힘이 생기는데, 현재까지는 ‘귀엽고 자그마한 뱀파이어의 존재’만이 스토리 진행의 동력으로 보입니다. 어차피 작품이 일상툰이 아닌 이상 극劇의 전개를 통해 이야기를 전개해야 할텐데요, 그 동력을 어디서 찾을 지 궁금한 대목입니다.
그러나 «Hello, 브리»는 이 귀엽고 예쁜 인물들이 귀엽고 예쁜 짓을 하는 작품입니다. 귀엽고 예쁜 짓에 대단한 극적 위기가 필요하지는 않겠죠. 앞으로는 여러 인물 간의 이야기에 작은 뱀파이어 브리가 끼어들면서 벌어지는 일이 그려질 것입니다. 아주 귀엽고 예쁘게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