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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준진담» - 청년들이 공유하는 나의 이야기

MrCrazyani | 2017-03-22 10:11

[웹툰 리뷰]취준진담 - 쥐곰이


    ‘청년 백수 100만명 시대’, ‘청년 실업 사상 최대’ 운운하는 이야기가 청년들에게 익숙해진 지도 벌써 한참입니다. ‘취업준비생’이라는 황당하다면 황당한 단어가 버젓이 하나의 직업군처럼 되어버린 지금, 실업에 대한 공포와 취업에 대한 욕망에서 어떤 청년도 자유로울 수 없는 2017년 오늘입니다. 생산자와 향유자의 대부분이 청년층인 웹툰계 역시 이러한 ‘공유 정서’와 무관할 수 없습니다. 대학생활과 연애가 여러 웹툰의 주요 소재인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겠지요. 그리고 30대를 비롯한 대다수의 청년층에게 웹툰이라는 매체가 익숙해진 지금, ‘취업의 어려움’이라는 소재를 다룬 웹툰의 등장은 한편으로 당연한 일이기도 할 것입니다.


    쥐곰이 작가의 «취준진담»은 제 1회 레진 만화왕전 우수상에 빛나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외국 대학교’까지 졸업한 소위 ‘고 스펙’의 청년이라도 피할 수 없는 취업 준비의 어려움을 그린 작품인데요, 주인공인 최하은이 수많은 어려움과 시행착오를 거치며 취업에 도전하는 과정을 그렸습니다. 작가 본인의 경험을 살려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을 실감나고 코믹하게 그려냈습니다.


[웹툰 리뷰]취준진담 - 쥐곰이

▲ 나의 장단점을 아는 것에서부터 어려움에 부딪힙니다.


    ‘취업스터디’라는 구체적인 소재에 집중해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것도 독특합니다. 취업의 어려움이라는 공유 정서, 그리고 작가 스스로 겪은 고통스러운 경험 때문에라도 인물의 주변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텐데, 그런 군더더기를 최대한 자제하고 순진한 하은이 취업에 필요한 과제들을 하나하나 배워나가는 과정만 구체적으로 그렸습니다. 사실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라면 사연 하나 정도는 가지고 있을 것이고, 그런 여러 사연을 작품에서 풀어놓고 싶은 욕망이 있었을텐데, 다행히 작가는 한 가지 이야기에만 집중함으로써 산만함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그럼으로써 작품은 다큐멘터리와 개그만화 사이 어딘가에 위치하게 됩니다. 전체적인 이야기의 진행은 하은이 참가하는 취업스터디의 진행과 일치하고, 그 가운데 취업스터디에서 준비하게 되는 항목, 벌어지는 일들, 참가자들의 심리 등을 묘사함으로써 다큐멘터리와 같은 형태가 됩니다. 반면 세부적으로는 만화적 표현과 아이러니, 최근 네티즌의 개그 트렌드를 적절히 사용해 개그만화의 형태가 됩니다. 다만 작품의 완성도만을 따지자면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습니다. 작화, 화풍, 이야기의 전개, 개그 센스, 인물 서사 등 작품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독특하지도 치밀하지도 않습니다. 다양한 요소들을 잘 버무려놓았지만, 그것이 조화로운 하나의 요리가 되지는 못한 모습입니다.


[웹툰 리뷰]취준진담 - 쥐곰이

▲ 다큐멘터리와 개그 사이를 순간적으로 오갑니다.


    그러나 이 작품이 독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내는 것은 작품의 내적 완성도에 있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 사회에 수많은 ‘최하은’이 있다는 것, 그리고 최하은의 이야기가 곧 나의 이야기라는 데 있습니다. 최하은은 뛰어나지 않습니다. 자기 자신을 몰아붙일 자신도 없습니다. 작은 유혹에 흔들리고, 흔들린 자신을 보며 자책합니다. 하지만 가족도, 회사도, 세상도, 무엇보다 나 자신도 나에게 뛰어날 것을 주문합니다. 그것은 동시에 독자 자신의 이야기이고, 자신의 경험이며, 자신의 마음입니다. 나의 이야기를 대변하고 그럼으로써 위로와 안심을 준다면, 그것만으로도 작품의 가치는 충분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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