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투 - 네이버 웹툰에 등장한 순정만화
만화나 웹툰을 보다 보면 내용보다 먼저 그림체가 눈에 밟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좋은 의미에서든 나쁜 의미에서든 말이다. 포털 사이트에서 연재되는 웹툰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최소한의 검증은 거쳤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아주 나쁜 의미에서 거슬리는 경우는 많이 없는 것 같다. 물론 아예 없지는 않겠지만 말이다.(언제나 예외는 있는 법)
그런데 가끔씩은 분명 특이하지만 좋거나 나쁘다의 이분법으로 설명하기 곤란한 케이스도 있다. 흔히 보기 힘든 개성 있고 특이한 그림체의 만화들이다. 주로 극도로 과장되거나 생략된, 사람 같지 않은 인물들, 몽환적이거나 어두운 느낌을 주는 채색, 기이하고 종잡을 수 없는 배경들이 그렇다.
웹툰 ‘타투’ 도 처음 만화를 펼쳤을 때 그림체가 눈길을 끈다. 그림이 특별히 훌륭하거나 형편없어서는 아니고, 앞서 언급한 ‘특이함’ 때문인데, 사실 장르적으로 보면 굉장히 흔한 그림체라고 할 수 있다. 말하자면 전형적인 순정만화의 그림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림체가 눈에 띄는 것은 네이버 웹툰에서는 드문 경우이기 때문이다. 순정만화에 익숙한 독자가 아닌 이상에야 상당히 장르적인 그림체의 특성에 당황하거나 낯선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 외에는, 사실 별다른 특징이 없는 것 같다. 전형적인 그림체와 마찬가지로 작법 역시 순정만화의 그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순진한(?) 소녀(일단은 고등학생)와 잘생긴 청년이 사랑에 빠지는 내용인데, 특징이라고 할 만한 것은 두 가지 소재를 언급할 수 있을 것 같다. 청년이 운영하는 ‘타투’ 와... 그리고 ‘이중인격’ 이다. 이중인격이라는 소재 자체는 대단할 게 없지만 상당히 과격한 방식으로 소모되는데 어쩌면 순정만화에서는 클리셰에 가까운지도 모르겠다.
‘타투’ 가 언급된 것은 남주인공이 타투 가게를 운영하고 있고, 여주인공이 우연히 그를 본 이후 타투 가게에서 일하며 이야기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일단 제목부터 ‘타투’ 이고 네이버 웹툰의 메인 소개에서도 타투를 비중있게 소개하고 있는데, 사실 큰 의미는 없다.
메인이 되는 배경이 학교와 타투 가게인 것은 맞지만 굳이 타투 가게가 아니었어도 상관은 없었을 것이다. 대체될 수 있는 배경은 무수히 많다. 일식집이나 중식당이었어도 괜찮았을 테고, 점집, 카페, 다방, PC방, 도서 대여점까지 아무 곳이든 상관없다. 타투라는 소재에 신경을 썼다면 상당히 흥미로운 요소가 될 수도 있겠지만 다른 무엇으로 대체되어도 다를 게 없는, 가장 단순한 형식으로 사용되었으니 달리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이중인격 또한 마찬가지인데, 두 주인공이 겪는 갈등의 핵심 원인이 이중인격인 것은 맞지만, 클리셰의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았고, 갈등이 해결되는 과정도 매우 심심한 편이기 때문에 이중인격의 특징이라든지 같은 것들을 살리지 못했다.
인상적인 부분이 있다면 여주인공의 존재와, 갈등을 해결하는 원동력인데, 평범한 고등학생으로 설정되었을 그녀는 정말로 평범하다. 그녀가 잘생긴 남자들을 끌어당기고 이중인격자에 성격 파탄자까지 치유(?)하는 비결은 단지 사람들을 편견 없이 ‘온전하게’ 보는 덕분이라는 것이다. 내면과 본질을 꿰뚫는 시선은 다른 이들로 하여금 가면을 쓰고 자신의 치부를 가릴 유인을 없앤다. 특별히 노력하지 않아도 두꺼운 마음의 벽 뒤에 숨어있는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은 분명 신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