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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화 - 죽음의 꽃을 피우는 방법은

경리단 | 2016-07-28 19:33

 

 

 

시장에서 다수의 익명의 고객을 상대하는 제품은, 어떤 종류든 간에 비슷한 딜레마에 처한다. 제품의 질과는 상관없이 고객과의 ‘접근성’ 에 의해 결과가 갈리는 것이다. 이것이 소위 말하는 ‘정보의 비대칭성’ 으로, 우수한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하고 싶은 사람들이 분명 있을 텐데도, 생소함으로 인해 제품의 질에 확신이 없거나 아니면 존재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소비자와 생산자 둘 다 피해를 입는 것이다. 넓게 보면 국가 전체의 손해이고 좁게 보면 해당 시장의 손해이다.

 

웹툰 같은 창작물 또한 예외는 아니다. 웹툰의 경우를 보다 자세히 살펴보면, 아무래도 웹툰의 연재처에 따른 인지도와 접근성에서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물론 웹툰은 불과 몇 년 전에 비해서도 대중들과 훨씬 가까워졌지만, 그만큼 공급도 늘어났기 때문에 소외받는 작품들도 다량으로 발생하기 마련이다.

 

‘올레마켓 웹툰’ 은 KT라는 거대 기업에서 운영하는 사이트인 만큼 그래도 사정이 훨씬 나은 편이지만, 부동의 1위인 네이버 웹툰이나 다음 만화속세상에 비하면 인지도가 많이 떨어진다. 기존에 어느 정도 알려져 있는 중견 작가라면 모를까 신인들은 인기를 얻기 쉽지 않은 환경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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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소개하려는 웹툰 ‘사화’ 도 그런 케이스다. 분량이 20화 남짓한 정도로 많은 편은 아니다. 그러나 회당 댓글이 100개도 안 될 만한 웹툰은 절대 아니다. 이런 창작물이 하나둘은 아니겠지만, 여러 가지 측면에서 안타까울 정도로 인기가 떨어진다.

 

웹툰은 기본적으로 옴니버스 형식인데, 아직 분량이 많지 않아 정확히 밝혀진 사실은 많지 않다. 다만 옴니버스식 이야기를 관통하는 하나의 줄기는 연인 ‘마리’ 의 죽음을 막고자 하는 기이한 남자 ‘베누’ 와 그를 유혹하는 까마귀 ‘디테’ 다. 마리는 어떤 병에 걸려 천천히 죽어가고 있는데 이를 막으려면 영혼의 꽃이 필요하다. 디테는 베누에게 영혼의 꽃을 요구하며 디테의 죽음을 미룬다. ‘영혼의 꽃’ 은 사람들에게 하나의 소원을 들어주고 그들이 죽음으로써 얻게 된다. 초월적인 힘이 베누가 원래 가지고 있던 것인지 아니면 디테에게 얻은 것인지는 명확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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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를 읽어보면 알겠지만 사실 구성 자체는 전형적이다. 그러나 구성이 전형적이어도 실력이 뒷받침 된다면 문제될 것은 전혀 없다. ‘사화’ 의 경우가 그렇다. 옴니버스식 단편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매우 강렬하기 그지없다.

 

디테와 베누가 찾아가는 사람들은 절망에 빠져있는 이들이다. 소원을 들어준다지만 목숨을 대가로 요구하니 당연하다. 그들이 처한 극한의 현실은 매우 인상적이다.

 

평범한 사람들도, 누구나 그렇게 될 수 있고, 또 다른 누군가를 그렇게 만들 수 있는, 일상적이거나 ‘흔한’ 절망, 만약 흔하지 않다면 절대로 벗어날 수 없는 늪과 같이 끈적거린다. 아주 드물게 희망의 조짐이 보이지만 절망이 너무나도 농밀하기 때문에 결국 소원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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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은 ‘목숨’ 이라는 말도 안 되는 대가를 요구하지만 사람들을 종용하지는 않는다. 간혹 개입하기도 하지만 단지 상황을 환기시킬 뿐 죽음을 대가로 소원을 비는 것은 어디까지나 당사자들이다. 심지어 그들이 비는 소원은 지극히 비합리적이기까지 하다.

 

이해할 수 없는 행동도, 비합리적인 선택도 제3자의 시선으로 재단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긴 시간동안 계속된 절망은 사람을 무너뜨린다. 형태나 종류는 상관이 없다. 괴기한 까마귀와 남자는 그 틈을 파고든다. 가볍게 힘을 주면 모든 것이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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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동화를 연상케 하는, 거친 질감과 자극적인 색채의 그림체는 그로테스크한 분위기의 내용과 잘 어울린다. 인간 내면의 밀도 높은 절망을 적나라하게 느끼고픈 독자라면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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