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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 서로의 상처를 핥다

경리단 | 2016-09-10 06:46

이야기의 ‘재미’를 ‘다음 내용을 계속 보고 싶게 만드는 힘’ 으로 정의한다면, 재미에는 굉장히 다양한 종류가 있을 것이다. 평범한 기분으로 보기 힘든 이야기, 감상이 괴로운 이야기도, 물론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재밌는 이야기’가 될 수 있다.

물론 우리가 보기 괴로워하는 것은 현실이다. 현실을 다룬 이야기다. 그중에서도 현실의 가장 밑바닥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유토피아’에서 등장하는 두 주인공은 밑바닥을 헤매고 있다. 한 명은 어느 날 문득 들이닥친 사고로 그렇게 됐고, 또 다른 한 명은 조금 오래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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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아래에 있는 사람들은 많은 경우가 있겠지만 누구나 ‘몸이 불편한’ 사람들을 먼저 떠올릴 것이다. 사회적으로 우리는 그런 이들을 ‘장애인’ 이라고 부른다. 법적으로든, 관습적으로든, 일정한 수준을 넘는 항구적인 불편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명칭이다.

 

그들은 자연스럽게 배척당한다. 일정 부분은 본능에 기인한 것이기도 하다. 정상적인 생산 능력이 결여된 일원을 배제하지 않았다가는 막대한 피해를 입었을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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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의 두 주인공, ‘늑’ 과 ‘삼’ 가 바로 그런 존재들이다. 늑은 교통사고로 완벽히 장애인에 부합하는 대상이 되었다. 늑의 눈 한 쪽은 차마 눈 뜨고 보기 힘든 흉측한 흉터가 덮여 있고, 다리 하나는 완전히 절단되어 의족으로 대신하였으며, 그리고 무엇보다 뇌에 가해진 치명적인 손실로 불규칙적으로 갑자기 의식을 잃고 그대로 멈춰버린다. 횡단보도 중간이나 가스불을 켜놓은 상태에서 의식이 끊어지면 그대로 죽을 수도 있다.

 

‘삼’ 은 ‘늑’ 보다는 낫지만 역시 사회적인 불구와 진배없다. 그녀는 다른 사람의 단점이나 흠을 넘기지 못하고 무례할 정도로 지적한다. 심지어 그녀는 말을 심하게 더듬으며 집안 사정은 더욱 엉망이다. 어머니는 말도 없이 집을 나갔고 아버지는 그로 인해 반쯤 정신이 나가서 알콜 중독자에 걸핏하면 폭력을 휘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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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에서 아픔을 강조하고 불행한 인물들을 등장시키는 경우는 많다. 그러나 ‘다름’ 과 ‘불편’ 에의 끈적끈적한 절망과 배척을 적나라하게 묘사하는 작품은 많지 않다. 그저 작은 도움이면 훨씬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힘없는 이들이 방치되는 현실의 민낯을 낱낱이 드러내는 작품도 많지 않다.

 

‘삼’ 과 ‘늑’ 이 처한 상황이 그렇다. 그들은 학교에서, 거리에서, 그리고 심지어는 자신들의 집에서까지 배척받고, 멸시당하고 있다.

 

그럼에도, 가장 깊은 ‘장애’ 를 안고 사는 늑은 조금은 독특한 견해의 소유자이다. 그는 ‘장애’ 에 대해 사회적으로 널리 합의되는 정의를 따르지 않는다. 늑에 의하면 모든 사람이 크고 작은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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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은 그래서 사람들을 돕는다. 물론 그가 끝없이 넓은 마음을 가진 이타주의자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장애를 얻기 전에 늑은 퉁명스러운 성격이었다. 그러나 장애인이 된 이상, 몸이 불편한 이상 성격까지 불편하면 어떻게 살아가겠는가. 늑의 생각이다.

 

‘정상적’ 인 사람들은 그들을 돕지 않는다. 돕는 사람들도 있지만 제한적이다. 본능 때문일 수도 있고 도우려는 이들이 처한 물리적, 금전적 한계 때문일 수도 있다. 그래서 ‘삼’ 과 ‘늑’ 은 서로를 돕는다. 서로의 상처를 핥는다. 죽을 수 없기 때문에, 웃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자살할 것 같은 늑과 불행을 이고 사는 삼은 그렇게 서로를 지탱하고 있다. ‘유토피아’ 는 그들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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