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밑바닥에 놓인 상처받은 두 영혼의 만남 <짙은>(이경하作) 리뷰
줄거리
삶의 밑바닥에 놓인 상처받은 두 영혼의 만남 칼잡이로 길러진 지운과 목적 없이 살아가는 수한의 짙은 사랑이야기 과묵한 칼잡이 지운은 조직이 관리하는 홍등가에서 당분간 은신하게 된다. 밑바닥 인생들이 모여있는 그곳엔 벙어리 수한이 목적 없이 허드렛일을 하며 살고 있다. 한 집에서 지내게 된 지운과 수한은 서로의 모습에서 자신들의 아픈 과거를 떠올리게 되고..., 그들 사이엔 낯선 감정이 피어난다. 하지만, 조직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두 사람의 앞날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장르
성인/BL
공&수
상측 공: 이수한 순애공 집착공 행동공 눈예쁜공 다정공
하측 수: 강지운 무심수 직구수 칼잡이수 약간맹한수
주변인물
서브공: 강윤식 사장공 강공 집착공 수는내꺼공 카리스마공
발단
자살한 아버지의 빚 때문에 어린 나이에 조직에 들어가게 된 강지운(수). 8년 후, 조직의 중간보스 격 되는 강윤식(서브공)이 수용소에 들어가게 되자 그의 가드였던 강지운(수)은 조직이 관리하는 홍등가인 ‘홍로’에서 잠시 은신하게 된다. 그리고 조직원은 아니지만 잡일을 하며 생활하는 이수한(공)을 만나게 되고 사정상 함께 살게 된다.
달이- 움직였다. 그때의, 밤보다 까맣던 달이-
조용히 흐르는 붉은 빛을 따라잡아
긴 눈물 쏟으며 달려간다.
전개
홍로가 한창 손님들로 바쁠 시간인 저녁에 홍로에서 일하는 여자를 보호하기 위해 온몸으로 조직원을 막는 수한을 발견하게 되는 지운. 머리를 몽둥이로 맞아 피를 흘리며 쓰러진 수한을 보고 지운은 문득 어렸을 적에 죽어버린 강아지를 떠올리게 된다. 지운은 갑자기 일어나라며 그에게 키스를 하고, 난데없는 행동에 놀란 수한은 그를 피하게 된다. 박마담을 통해 수한이 벙어리이고 고아인 것을 알게 된 지운, 조직원들의 이야기를 통해 지운이 고아인데다가 조직에 거의 팔려왔다는 것을 알게 된 수한. 공통점이 많은 서로에게 조금씩 끌리게 되고 고독과 외로움 속에서 서로를 탐하게 된다.
널 보면 기분이 좋아... 말 좀 해 봐. 아무 얘기나. ...아무 거나.
니 말은 다 들을 수 있어. 왜냐면... 난 니가 좋아. 니 눈이 좋아.
난 너랑 키스하고 싶어. 난... 나는-
위기
수감되어 있던 윤식은 곧 나오게 되고 지운은 다시 서울로 올라가게 된다. 회사로 돌아온 윤식은 이전과는 다르게 지운을 대하기 시작하고, 지운은 윤식의 변화에 당혹스러워한다. 수한은 나중에 온다는 지운의 말을 믿고 기다리지만 그에 대한 그리움에 하루하루를 힘겹게 보내게 된다. 수한은 지운의 애인이 윤식이라는 이야기를 듣지만 지운이 보고 싶어서 결국 홍로를 떠나 서울로 가게 된다.
한밤중의 불빛처럼, 고요하게 두근거린다.
이 이상한 것은 뭘까.
이 따뜻하고 기쁜 것은...뭘까.
이 이상한 것은 뭘까.
이 슬프고 마음 아픈 것은... 뭐라고 하나.
「짙은」관전 포인트
1. 절망 속, 불완전한 두 남자의 짙은 사랑
화려하면서도 가장 추잡한 곳이라고 할 수 있는 홍로에서 삶의 목적이 없는 두 남자가 만나 사랑을 나눈 다. 수한은 폭력을 일삼는 아버지 밑에서 결심 끝에 어머니를 데리고 도망쳐 나오지만 어머니는 아버지를 버리지 못하고 다시 돌아가게 된다. 아버지보다 더 큰 사랑을 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버린 것에 대에 충격을 받아 자신의 진심을 들어줄 사람은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아예 입을 다물고 벙어리인 척 살아간다. 하지만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며 거짓 없는 눈으로 자신에게 고백해오는 지운에게 반하게 되고 그를 사랑하게 된다. 지운 역시 폭력과 애정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아버지 밑에서 어머니 없이 자랐는데, 그의 아버지는 윤식의 조직에서 사채를 썼고 그 빚 때문에 결국 지운이 보는 앞에서 목을 매어 자살한다. 이후 윤식에게 거두어진 지운은 자폐아에 가까울 정도로 온전치 못한 정신으로 살게 되지만, 윤식에게서 가르침을 받게 되면서 그나마 칼을 잘 사용하는 조직원이 되어 윤식의 가드를 맡게 된다. 여전히 말수도 적고 제대로 된 인간관계를 맺지 못하는 지운은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수한에게 이끌리게 되고, 가슴 속에서 무언가 부족한 것을 느끼며 수한을 통해 이를 충족시키고자 한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얼굴 하지 마.
내가 말하는 것과 네가 말하는 것이 얼마나 다른지...
모른다는 얼굴 하지 마.
2. 무심하고 시크한 지운과 속이 타는 수한
이 만화에서 얼마나 지운이 무심하고 시크한지를 나타내는 주요 장면들이 몇 개 있다. 처음 수한과 관계를 맺고 난 다음날, 지운이가 허리가 아픈 듯 허리를 주무르자 수한이 지운에게 아프냐고 물어보는데 지운이 ‘응, 오랜만이라서 그런가.’라고 하는 것이나, 수한이가 지운이에게 애무를 하려 하면 곧바로 등을 보이며 뒤로 도는 지운에게 왜 자꾸 뒤로 도는 것이냐 묻는 수한에게 ‘아니야? 그렇게밖에 안 해 봤는데...’라고 대답한다. 어머니는 가출에 아버지는 자살. 그리고 조직에게 거두어져서 궂은일을 하고 또 밤에는 윤식의 하룻밤 상대가 되었던 지운이가 어딘가 모자라고 결여된 상태로 자라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래서 지운은 자기의 감정에 솔직하면서도 그 감정이 무엇인지 모르는 모순을 지니고 있는 인물이다. 만화 중후반까지도 이러한 상태는 계속 되고 이런 지운에게 수한이는 좌절하고 안타까워한다.
욕망에도 저급과 고급이 있다.
여자나 돈에 빠져서 뵈는 게 없는 것들은 오래가질 못해.
아무것도 판단할 줄 모르는 쓰레기들이지.
알아볼 수 있겠어? 사람 사는 동네에서 조금만 눈을 돌리면 짐승들의 정글이 있지. 균형을 유지하는 게 중요해. 자기가 어디에 속한 인간인지 잘 알아야만 하는 거야. 그렇지 않으면 사람들 속에서 짐승처럼 뒹굴거나, 정글 속에서 뜯어먹히고 마는 거지.
멍청한 짐승이 되지 마. 알겠나? 넌 나랑 꽤 닮았어.
3. 지운과 윤식의 관계
지운과 윤식의 관계 또한 참으로 복잡하다. 윤식은 빚 1,500만원 때문에 지운을 조직에 데려왔다. 지운은 아버지의 빚으로 끌려오게 되어 억울할 만도 한데, 오히려 윤식에게서 자기 아버지에게 배우지 못했던 것들을 하나씩 배우게 된다. 아마도 그때부터 지운에게 윤식이라는 존재는 바깥 세상에서 살아 남기 위한 가르침을 받을 유일한 선생님이자 아버지라고 인식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윤식이 잠시 수용소에 들어가게 되어 조직원들이 배웅하는 순간 그런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던 듯하다. 수한이와 도망가겠다고 한 순간이나, 윤식에게 칼을 휘두르고 자신이 죽인 것이냐며 불안에 떨던 모습은 비록 윤식에 대한 사랑의 감정에서 나온 것은 아니지만 그에게 형용하기 어려운 어떤 일말의 감정을 갖고 있었던 것에는 틀림이 없다.
윤식은 지운의 혼란스러운 표정에서 조직에 이용당하면서도 자신을 필요로 하는 간절함을 보게 되고, 이를 통해 평생 몰랐던 ‘사랑’을 깨닫게 된다. 수용소에서 나와 처음 지운과 대면하고 그를 범하려 할 때 키스를 한다거나, ‘사랑’을 운운한다거나 하면서 지운에게 달라진 자신의 마음을 은근히 표현하지만 이미 지운은 수한에게 그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윤식의 배려는 지운에게 거북하게 느껴질 뿐이고 어느새 윤식과 밤을 나눌수록 수한에 대한 그리움과 죄책감이 쌓이게 된다.
"...해보고 싶은 거? ...다들 그런게 있어서 살던가."
내맘대로주는별점
재미: ★★★★
수위: ★★★★
캐릭터매력도: ★★★★
달이 움직였다.
그때의 밤보다 까맣던 달이
가만히 품에 안아 멈추고 고단한 노래를 들었다.
짙은 그대
총평
원래 이코믹스에서 나온 작품이고, 레진 코믹스에서 플랫폼 제공을 하는 모양이다. 28화로 완결이 나있던데, 한 화에 5코인이라서 결제하기 두려웠다. 요즘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아서 결제할까 말까 고민했는데... 인터넷에서 어느정도 줄거리를 훑고 체크한 뒤 봐야겠다고 결심했다. 대강의 이야기를 인지한 뒤 결제했다. 봤다. 결론은... 후회는 없었다! 그림체도 마음에 들고 공수가 서로 상처 하나씩 갖고 있는 것도 좋았고 서브공의 강렬함도 만화의 재미를 높여주었다.
이런 만화들은 참 재미있고 흥행성도 있는데 단점이라면 단편이다. 더 길게 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굵직한 사건들만 나타내고 나머지는 아웃이다. 윤식이 회장을 치는 것이라든가, 과거의 자세한 내막이라든가, 주변 인물들의 스토리는 흐지부지. 내가 보지 않는 만화라면 신경도 쓰지 않을 테지만, 어쩐지 ‘이거다!’ 싶으면 다 단편 혹은 미완결. 특히 미완결이면 진짜 돌아버릴 것 같다. 끝이 보이지 않는 사막을 걷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짙은> 리뷰를 쓰려고 이미지를 캡쳐하고 글을 정리하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따로 워드에 쓰면서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왜 이렇게 시원하게 글이 써지지 않냐고 짜증도 냈고, 글이 짧아질 것 같아 불안했는데 다행히 글을 싹 정리해보니 엄청 장문이 되어있었다. 전하고자 하는 걸 완벽하게 써내진 못했지만 그래도 꽤 뿌듯하다. 읽고 리뷰하고. 모든 게 다 좋았는데 코인 후폭풍이 몰아닥쳤다. 당분간은 새로운 작품이 나와도 엔간해서는 선뜻 결제하기 힘들 것 같다. 무료분에서 확 끌리는 작품이 아니면 결제할 때 부들부들 떨면서 클릭할 것 같네... 아니면 보던 걸 줄이던가. 어쨌든 <짙은>은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추천!
└지운이가 엄청 섹시하다고 느꼈던 그림... 소파 러그 꼬옥 잡고 달뜬 얼굴 가리는 장면인데 야한 장면이라 약간 자름... 진짜 예쁘고 아름답고 관능적이다ㅠㅠㅠㅠㅠㅠ
https://www.lezhin.com/ko/comic/deep_dark
출처 : http://blog.naver.com/agrina6/221012802606
작성자 : 아그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