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을 처음 접하는 성인 독자에게 추천할 만한 <울프 인더 하우스>
줄거리
마지못해 사귀어왔던 애인과의 뻔한 이별. 후련한 마음으로 삶의 전환점을 찾던 민석은 대형견 백산이를 임시로 보호하게 된다. 구질구질 구남친 대신 귀여운 멍멍이와 함께 자유를 만끽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많이 엉뚱한 존재가 삶에 들어와버렸다!
장르
성인/BL
공&수
좌측 공: 백산 웨어울프공 본능공 세심공 SNS중독공 질투공 부드럽공
우측 수: 유민석 에디터수 착하수 털털하수 은근욕하수 생각많수
리뷰
박지연 작가님의 전작 <모멘텀>은 읽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작가님의 작품의 느낌, 성향 등을 가늠할 순 없었다. 그렇지만 매력적인 그림체와 파란눈의 사나이 '백산'이의 모습에 반해 1화를 보았고 작품에서 보이는 작가님의 센스 때문에 구매를 결정했다.
에디터이자 에세이스트인 민석(수)은 안락사 위기에 처한 유기견 백산(공)을 임시로 보호하게 된다. 백산이를 위한 사료를 사러 잠시 나갔다가 집에 돌아왔는데 있어야 하는 개는 없고 웬 발가벗은 남자만이 거만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바탕 난리를 친 뒤 자신이 백산이라고 주장하는 남자로부터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너는 나 같은 사람을 처음 봐서 놀랐겠지만,
나도 세상에 나 같은 사람이 나 하나만 있는 건
아닐 것 같아서 찾아 나선 거야."
본인이 시베리아 웨어울프이며 낮에는 개(本늑대)의 모습으로, 밤에는 사람의 모습으로 바뀐다며 실제로 그 바뀌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민석이를 설득시킨 백산이는 자신과 같은 동족을 만나러 시베리아에 가겠다며 민석 몰래 집을 나가 웃픈 사고를 치게되고 이로인해 SNS스타가 된다. 호통을 치면서도 백산이가 걱정된 민석이는 그를 내치지 못하고 거둬 시베리아에 가는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울프인더하우스>를 본 독자라면 이 웹툰에서 나오는 캐릭터들의 익살스러운 표정에 웃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작품의 썸네일, 메인 그림만 봤을 땐 이런 가벼운 그림이 많이 있을 거라곤 상상조차 하지 못했는데 사실 개그는 이 작품의 주 요소이다. 빈번히 나오기 때문에 작품의 몰입을 방해한다고 생각할 독자도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필자에겐 신선하게 다가왔고 자칫하면 루즈해질 수 있는 전개가 개그로 밝게 전환되는 것도 괜찮았다. 캡쳐해두고 짤방으로 써도 좋을 것 같다.(귀여워.)
"어떻게 그렇게 직관적이야?"
"직관적이지 않으면? 좋고 싫은 걸,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해서 판단해야 알아?"
"……."
"생각을 너무 많이 하지마."
작품을 보면 시종 생크림과 같은 부드럽고 달콤한 느낌을 받는다. 그림체나 채색법도 그렇고 둘의 성숙한 대화에서도 그러한 점을 느낄 수 있다. 씬도 마찬가지이다. 건장한 두 남자의 뜨겁고 열정적인 섹스가 아니라 따뜻하고 포근한 섹스가 묘사된다. 그렇기에 이 작품은 BL을 처음 접하는 성인 독자에게 추천할 만한 작품인 것 같다.
주목 해야할 점은 또 한 가지 있다. 바로 두 주인공이 남들에게 숨기는 '비밀'을 통해 독자에게 던지는 '소수자'들에 관한 화두이다. 자신이 게이인 것을 가족에게 숨기며 왜 결혼하지 않냐는 어머니의 타박에 무심히 대꾸하는 민석. 믿을 만한 인간 외에는 자신이 웨어울프라는 사실을 들켜서는 안 되는 백산. (참고로 백산이도 남자를 좋아하지만 그거에는 별로 개의치 않는다.)
"서로 쓸데없는 거 말하면 뭐해. 피차 어른이고 각자의 삶인데.
말해봐야 이해해 줄 거 아니잖아. 모르는 게 나아.
내가 입다물고 있으면 서로 편하고 좋잖아."
"정말 그래?"
"가족인데 어쩌고 할 거면 말하지마.
죽어도 서로 이해 못 하는 거 각자 갈 길 가는 게 나은 관계도 있으니까.
서로 삐걱거리고 상처만 되는 관계인데 모양만 번듯한 가족이 있는 게 뭐가 나아. "
단순히 '산골 웨어울프의 동족 찾아 삼만리 속 인연'이라는 주제로 두 사람의 애정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서로가 가진 비밀 때문에 겪는 고충을 나누는 민석이와 백산이의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현실 세계의 문제를 다시 한 번 곱씹을 수 있게 한다.
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게 아냐.
나를 싫어하지 않으면요?
내 진짜 모습을 보고도 나를 싫어하지 않는 사람이 있으면?
자기 같은 웨어울프가 본인만 있는 게 아닐 것이라며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게 아니라는 백산이의 말은 민석이에게 꽤 쇼크를 준 듯하다. 너는 정상이 아니라며 시베리아에 같은 웨어울프가 있는 걸 어떻게 확신하냐며 백산이에게 핀잔을 주는 것은 백산이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말이고, 더 나아가 사회에서 부정적인 시선을 받는 자신과 같은 성소수자들을 무시하는 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백산이는 웨어울프라는 특수한 처지에 놓여 제대로 된 일상생활을 보내지 못한 것 같고 그것에 좌절할 법도 하건만 다행히 밝고 올바르게 잘 자라주었다. '자신의 모습을 보고도 사랑해줄 사람.'의 존재를 믿으며 그것을 등불로 희망을 놓지 않고 꿋꿋이 버텨온 게 아닐까.
"낮엔 그렇다 쳐도 저녁에는 너 그 모습이잖아.
뭘 또 강아지처럼 외로움을 타?"
"너야 종일 밖에서 네 할 일해서 모르나 보지만,
난 계속 집에 있었잖아.
내 집도 아니고 네 집에서.
네 물건이랑 네 냄새로 가득 찬 집에 혼자 있었다고.
모를 거야. 무슨 기분인지."
내맘대로주는별점
재미: ★★★★
수위: ★★★☆
캐릭터매력도: ★★★
끝맺음
<울프 인더 하우스>는 매주 화요일에 업데이트 되고있다. 은근한 병신미가 넘치는 백산이와 가끔 거친 남자가 되는 민석이의 달콤한 일상 생활을 보고 싶은 독자에게 본 작품을 추천한다. 최근화에서는 백산이를 손쉽게 때려눕힌 찰랑찰랑한 머릿결의 캐릭터도 등장하였다. 여러모로 수상한 점이 많은 캐릭터인데 앞으로 이 캐릭터가 웹툰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기대되는 바이다.
출처 : http://blog.naver.com/agrina6/221071956088
작성자 : 아그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