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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 - 그녀를 사랑하면 죽는다.

namu | 2016-07-11 18:09

 

 

 

마녀라 불렸던 한 여자를 사랑한 남자의 이야기. 이것은 마녀사냥 당한 여자의 이야기는 아니다. 그녀와 접촉하면서 운 나쁘게 차례대로 죽었던 남자들과 그런 그 여자를 사랑한 한 남자의 이야기다. 강풀 작가는 언제나 그렇듯이 아주 간단한 발상의 전환 만으로도 얼마든지 기발한 작품이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을 그의 작품을 통해 증명한다. 애초 이 마녀라는 작품은 사랑해서는 안될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 시작되었다지만, 스토리 작업 초반 스토커라는 제목은 너무 적나라했고, 그는 그런 뻔한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았나 보다. 그렇게 남자 주인공이 아닌 여자 주인공의 포커스에 맞춰서 흘러가는 이야기.

 

마녀가 탄생했다. 당사자 말고는, 아무도 짐작할 수 없는 이야기. 동화의 느낌은 들지 않지만 오히려 강풀 작가의 이야기는 동화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그 옛날 마녀라는 누명을 쓰고 마을을 떠나 혼자 외딴곳에서 지내던 사람들의 삶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스스로 외부로부터 자신을 격리시키는 삶.. 전부 이해할 수는 없더라도, 우리는 적어도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는 외부적 요인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어떤 심적인 어려움을 겪을지 짐작은 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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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인공 미진과 동진은 한적한 시골마을 같은 고등학교 출신이다. 운동장을 도는 영구차를 바라보는 학생들.. 재학 중에 같은 학교 급우가 죽었다는 소식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몇 번이나 될까..? 필자는 적어도 중고등학교를 통틀어 한 번도 없었다. 이렇듯 아주 희박한 확률의 일들이, 동진이 있는 학교에서는 자주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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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진이 어렴풋이 기억하는 그녀의 네 살 때. 같은 동네 아주머니의 아들 창남이가 그녀를 만난 후 밭고랑에서 발을 헛디뎌 다리가 부러졌다. 국민학교 3학년 때 고무줄을 끊고 달아난 도훈이는 맨홀에 빠져 크게 다쳤다. 중학교 2학년 그녀에게 평소 말도 걸지 않던 홍모는 화이트데이 전날 밤 그녀에게 사탕을 건네고 자전거를 타고 밤길을 가다 오토바이와 부딪쳐서 크게 다쳤다.

 

고등학생이 되고 같은 교회 대학생이었던 익종 오빠는 그녀에게 같은 대학교를 다녔으면 좋겠다며 요점정리 노트를 건넨 후에 말벌에게 쏘여 병원으로 옮겨졌다. 그녀가 고등학교 2학년 때 반에 식중독이 돌아 남자아이들만 대부분 병원으로 실려갔다. 여자는 없었다. 그 후로도 많은 사건사고가 그녀 주변을 맴돌았고, 비가 오던 날 같은 반 정환이는 우산을 같이 쓰고 가자 했다, 그녀가 얼마나 반에서 인기가 많은지 그녀에게 이야기를 해주며 그녀에게 고백을 했고, 그길로 정환이는 낙뢰를 맞아 사망했다. 정환이의 죽음 이후로 우연의 일치였다고 생각했던 이 모든 이상한 일들에 대한 그녀의 생각에 작은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모든 것은 자신 때문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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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진은 그렇게 언제나 혼자인 그녀에게 남몰래 호감을 가졌지만 그녀에게 말을 붙여볼 새도 없이 그녀는 학교를 자퇴해 버렸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 자신이 살던 곳을 떠나 서울에 정착해 버린 그녀.. 이런 걸 운명이라 하는 걸까? 그도 서울에 있는 대학에 입학했고 우연히 지하철 안에서 미정을 발견하게 된다. 그녀의 사는 곳은 한 건물의 옥탑방. 동진은 그녀와 조금이라도 가깝게 지내기 위해 그녀의 집이 보이는 창이 있는 고시원으로 이사를 온다.

 

그녀를 보기 위해.. 그리고 통계학과인 그는 조금이라도 그녀와 죽음의 법칙을 알아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여태까지 죽음의 법칙에 대해 통계를 내고, 모르겠는 것은 자신이 직접 부딪혀본다. 죽을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녀를 너무 사랑하기에 포기할 수 없는 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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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동진이 하는 행동은 스토커 짓임이 틀림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을 그런 생각이 들지 않게끔 만든다. 그것은 우리가 미진과 동진의 특수한 상황을 알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고, 강풀 작가의 뛰어난 연출력과 잘 짜인 스토리 때문일 수도 있다. 세상과 담을 쌓고 지독한 외로움과 싸우며 긍정적으로 살아가려 했던 그녀와, 그런 그녀를 너무 사랑했지만 말 한번 붙여보지 못한 채 그녀에게 다가가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던 그.. 우리는 모두 저마다 이루어지지 못한 짝사랑 하나씩은 가슴속에 남겨두고 있다.

 

용기를 낼 수 없어 시도조차 못해봤던 이들, 시도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마음.. 그런 그들의 마음을 알기에 우리가 이 작품에 더욱더 매료되는 것이라고도 생각한다. 안타까운 이 상황들은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 같다는 생각까지 든다. 예상외의 반전과 가슴 따뜻해지는 결말이 인상적이었던 강풀의 또 다른 대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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