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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변호사 조들호 - 나 웹툰으로 법 공부한 사람이야.

달려라순 | 2016-07-30 07:24

 

 

 

헤드.JPG

 

 

내가 어릴 때 만화책을 보고 있으면 으레 어른들이 와서 하는 말이 있었다.

 

“만화책 보지 말고 공부해.”, “만화책에서 배울 것이 뭐가 있어?”

 

그래서인지 만화책을 볼 때면, 양서(?)가 아닌 불온한(?) 책을 보는 건 아닌지 왠지 모르는 죄책감을 느꼈다.

 

하지만 이런 죄책감이 사라진 순간이 있었다. 지금은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어떤 잡지에서  본 칼럼가가

자신은 삶의 대부분을 만화에서 배웠다면서 요목조목하게 논리적으로 따져 쓴 글이었다.

어린 마음에 잡지에 칼럼을 쓰는 아주 멋진(?) 저자가 한 말이니 당연히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그러곤 곰곰이 생각해보니 <슬램덩크>를 보면서 온갖 농구 규칙을 알게 되었고,

(평소 말도 못 붙이던 좋아하던 남자아이가 마침 농구를 좋아해, 이걸 계기로 몇 마디 좀 해 본 것은 덤이다.)

<미스터 초밥왕>을 보면서는 ‘눈으로 훔친다’라는 배움에 대한 중요한 깨달음을 얻었다.

그것뿐인가? 내 또래의 사람이라면 ‘꾸러기 수비대’라는 TV만화를 보면서 12간지는 가뿐히 외웠을 것이다.

 

 

꾸러기수비대.png

 

 

▲12간지에 관한 시험이 나오면 교실 여기저기서 똘기 떵이 호치 새초미 자축인묘,

드라고 요롱이 마초 미미 진사오미로 시작하는 ‘꾸러기 수비대’의 주제가가 새어나왔다.
 


들어가는 말이 길었다. 세월이 흘러 만화를 보는 인식이 예전보다 좋아졌고,

만화책보다는 웹툰을 더 많이 보는 시대이다. 그래도 여전히 “넌 아직도 웹툰(만화) 보냐?”,

“웹툰(만화) 봐서 뭐 할래?”라는 말을 듣는다. 이럴 때 죄책감 없이 내밀 수 있는 웹툰이 있어 소개한다.

 

 

현재 네이버 웹툰에서 목요일에 연재중인 해츨링 작가의 <동네변호사 조들호>이다.

 

 

 

조들호_이미지1.JPG

 

 

허름한 변두리 사무소에서 조들호라는 변호사가 의뢰인들의 사건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에피소드들이 이어지는 웹툰이다.

 

‘본격 생활법정만화’라는 소개처럼 고압적이고 딱딱하기만 한 법의 세계를 일반인들에게 좀 더 가깝게 만들고,  우리의 삶과 가까운, 우리가 살다보면 언제든지 마주칠 수 있는 사건들을 다룬다.

또는 시의성 있는 사건들도 다루기 때문에, 우리도 한번쯤 생각해 볼 여지를 준다. 즉, 어디서 좀 잘난 척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어 유익하다. 또 법무부 추천 웹툰라고 하니 꼰대 누군가 한 마디 할 때, 당당하게 말할 거리도 있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어디 가서 ‘나 웹툰 좀 본다’고 이야기할만하고,

좀 수준 높은 사람이 된 거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가?

그러나 이 웹툰의 핵심은 이러니저러니해도 재미있다는 것이다.

 

너저분한 사무실에서 수염이 듬성듬성 나 있고, 머리도 며칠 감지 않은 것 같고,

후줄근한 양복을 입고, 거기에 풀어진 빨간 넥타이를 맨(여기에 대해서 숨은 이야기가 있다. 기대하라.)

정말 동네 아.저.씨. 같은 정말 믿을 수 없지만 과거에 검사였다는 조들호 변호사가 주인공이다.

딱 보면 비호감이다. 뭔가 엉성해 보이고 성격도 좋지 않다. 하지만 때로는 날카롭게,

누구보다 의뢰인을 생각하는 가슴 따뜻한 변호사이다. 그리고 의외로(?) 유능하다.

 

위에 설명한 것처럼 우리가 드라마나 영화에서 자주 보던 멋진 양복을 입고 정의감에 불타는

젊고 잘생긴 변호사가 나오지 않는다.(실망했는가? 나는 조금 실망했다.)

아주 풀기 어려운 미제 사건을 과학 수사의 도움과 뛰어난 논리력으로 판사와 변호사 앞에서

감동적이면서도, 멋있게 풀어내지도 않는다.


어딘가 찜찜한 것 같기도 하고 법은 언제나 공정하고 약자의 편이 아닌 것 같아서 가슴이 답답하고

마음이 아프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우리의 진짜 현실이며,

현실을 바로 바라볼 수 있는 힘을 준다. 그러면서도 우리를 다독이는 것을 잊지 않는다.  

 

 

정의.JPG

 

거기에 홈즈 옆에 왓슨이, 심슨 옆에 마지가 있는 것처럼 조들호 변호사 옆에는 황이라 씨가 있다.

조들호 변호사와 상반되게 귀엽고, 따뜻하고, 배려심 깊은 황이라 씨가 조들호 변호사를 닥달하고

때로는 꼬집는 이 둘의 앙상블을 보는 재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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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캐스트 작가 인터뷰를 보면 황이라씨는 독자를 입장 반영하는 인물로 표현된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황이라씨가 말하면 속이 시원한 느낌이다.

 

 

캐릭터뿐만 아니라 이야기 구조도 매우 탄탄하다. 진지함 속에도 웃음을, 한 회, 한 회, 다음화가 궁금해지게

만드는 끊어가는 연출조차 주목할 만하다. 이렇게 각각의 이야기들을 풀어가는 힘도 탁월하지만

서서히 들어나는 조들호 변호사의 과거와 앞으로 펼쳐질 큰산과의 대결처럼 에피소드 사이에 촘촘히 들어가는

큰 드라마도 흥미롭게 지켜볼만하다.

 

 

 

이정도면.JPG

 

 

 

▲보다보면 안다. 이정도면이 아니라, 정말 멋진 변호사다.

 

 

‘변호사는 의뢰인의 부탁을 들어주는 직업이야. 분명히 재판은 패소했어.

하지만 그 재판으로 인해, 결국 의뢰인이 원하는 바를 이루었다면 그걸로 변호사의 역할은 다 한 것이지.’

 

웹툰 속에서 조들호 변호사가 한 말이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법이란? 변호사란 무엇일까?

생각보다 법은 가깝게 있을지도 모른다.  


덧, 사실 좀 약간 부풀려 말한 것이 있다. 이 웹툰을 본다고 어디 가서 법에 대해 줄줄줄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정말 뭔가 배우려고 웹툰 보는 거 아니지 않나? 법에 대해 배우려고 했다면 정말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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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변명을 하자면 변호사도 법을 다 아는 게 아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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