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 다음날 - 감당할 수 없는 날이 반복된다면?
개인적으로 부부 작가인 김인호, 남지은의 로맨스 장르의 웹툰을 좋아하는 편이다.
큰 자극 없고 잔잔하게 물 흐르듯 스토리를 이끌어나가는 부부의 이야기는 보는 사람들도
마음 편히 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 아닌가 싶다.
또한 매번 마지막까지도 부자연스러운 부분 없이 매끄럽게 완결을 짓는 것이 지켜보는 독자 입장에서는 항상 편안하다.
이번 작품에서도 작가들의 스타일이 잘 드러났는데, 평범한 듯 평범치만은 않았던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도 다소 흥미롭게 보여졌다.
누구나에게 한 번쯤은 있을 법한 헤어진 다음날이, 반복되어 계속해서 일어난다는 그 설정이 독특했던 것 같다.
헤어지는 상황마저도 힘든데 그 다음날은 더 버거운게 사람 일인건데도 반복해서 매일매일 그 상황인데다가
벗어날 수가 없다면 얼마나 현실이 갑갑할지 상상이나 해 보았겠는가.
하지만 반복되는 헤어진 다음날 덕분에 남자 주인공은 다시 한 번 두 사람의 순간들을 되짚어 보며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갖게 된다.
처음에는 받아들이기 힘든 순간이었어도 아무나 흔하게 찾아오는 상황이 아닌 그 순간을
남자 주인공 유탁은 하나하나 얽혀있는 실타래를 풀어가듯 반복되는 헤어진 다음날을 받아들인다.
서로 너무나도 닮은 모습이 많았던 유탁과 다인이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은
설레고 행복한 순간들뿐이었지만 그 과정에서도 서로의 마음을 다 보여주지 않았기에
오해도 생기고 실망하는 일도 자연스레 발생했던 것 같다.
곁에서 겉돌기만 했던 두 사람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기까지 돌고 돌아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그만큼 친구에서 발전한 관계가 더 특별할 수 있는 단단함을 만들어 주는 것 같았다.
그 과정에서 아직은 사랑에 있어서 어리숙한 점이 많고 서투른 마음에 앞서가게 되는 유탁의 모습이
어설프긴 했지만 누구나 사랑에 빠지면 그런 모습이 아닐까 싶었고,
다신 경험하고 싶지 않은 반복되는 날이 계속 되면서 유탁 또한 마음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던 것 같다.
끝날 듯 끝이 보이지 않았던 반복되는 날들이 어떻게 해야 끝이 나는지 지켜보는 것도 이 작품을 보는 가장 큰 재미가 아닐까 싶다.
물론 계속 같은 장면이 반복되는 점에서 점점 지쳐갔던 독자들도 있었겠지만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그간의 내용을 토대로 완결을 마무리 지었던 것 역시 탁월한 결말이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누구를 만나든지 간에, 언젠가는 이별을 경험하게 되는게 인생의 순리인데
이별을 받아들이기까지의 과정은 누구나 그렇듯이 고되고 힘들 것이다.
만남과 이별을 쉽게 생각하는 사람은 흔치 않기에, 또 무엇보다도 만남보다는 이별이 힘든 일이라는 걸 잘 알기에
그 시간을 받아들이는 데 있어서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건 경험해본 이상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헤어진 다음날에서는 바로 그 점을 다시 한 번 상기 시켜주고 싶었던 것 같다.
남녀 사이에서 만나는 과정만큼 어렵고 반복해봐도 늘 힘든 것이 이별이니까,
이별에 대해 쉽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겐 일침이 되었을 수 있고
다른 독자들에게는 반복되는 이별 후 다음날의 모습이 공감되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