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울링 : 악몽의 도시 - 대작의 냄새가 짙은 웹툰
퇴근길 자살극. 아기와 함께 뛰어내린 여인. N사의 다단계 판매 회사원으로 수년간 활동하면서 전 재산을 날린 뒤 남편과도 헤어져 어렵게 생활해 오던 중 최근에는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렸다 밝혀졌다는 뉴스를 시작으로 우울한 이 작품이 시작된다. 이로써 N사와 관련된 자살 사건은 총 아홉 건.
그 뒤를 바로 잇는 뉴스는 서울을 공포에 몰아넣고 있는 일명 ‘얼굴 살인마' 연쇄 살인 사건. 검경 합동 수사본부가 수사에 착수한 지 벌써 두 달째 수사는 여전히 가닥을 잡지 못하고, 범인은 그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일주일 전 또다시 잔인한 범행을 저질렀다. 이번에도 수사 당국에서는 초동 수사에 실패. 변변한 단서 하나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다는 소식. 제대로 된 단서는 없지만 다행인 건 범행 간격이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교묘한 놈이지만 점점 범행 욕구에 자제력을 상실하고 있다는 징후다.
이 ‘얼굴 살인마'의 범인은 첫 번째부터 여섯 번째 희생자까지 각기 다른 신체, 얼굴 부위만을 집중적으로 훼손, 상처 부위나 출혈 형태를 미루어 볼 때 훼손 행위는 피해자들이 완전히 숨을 거둔 직후, 즉 심장은 완전히 멈추었지만 피부나 근육의 경직이 진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행해졌다. 범인은 다섯 번째 희생자까지 인격적, 성적인 지배 욕구 없이 단순히 신체의 훼손만을 목적으로 범행을 저질렀으나, 여섯 번째 희생자 이주희의 경우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양 눈과 미간 부위를 훼손하고, 죽은 뒤 다른 희생자들과 같이 훼손 부위를 꿰매고 유기했다. 피해자들은 모두 매력적인 외모의 소유자였으며 2-30대 젊고 아름다운 여성이라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공통점이 없다.
그때 컨퍼런스 폰으로 걸려온 발신자 제한 전화 한 통. 그는 최고 책임자를 요구하며, 자신이 이 사건의 사고 현장과 범인의 모습을 알려줄 수 있다 말한다. 목소리만 듣고도 누가 누군지, 커피 취향까지 알아맞히며 자신을 찾아오라는 그. 이번 합동 수사의 최고 책임자인 검사 강차승은 전화를 건 사람이 수사팀을 철저히 조사했다 생각한다. 석연치 않지만 수사팀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모두 현장으로 함께 출동한다.
전화를 건 것은 공방을 운영하는 민자운. 그가 이들을 부른 이유는 도움을 주는 것과 받기 위함이다. 민자운은 물건이나 사람을 통해 이미지를 꿰뚫어 보는 능력이 있다. 우연의 일치, 혹은 정신적인 문제가 있을 거라는 그들의 예상과는 달리, 민자운은 매화 스토리가 진행될수록 사이코메트리와 유사한 모습을 보인다. 그는 누구나 마음속에 간직한 각기 다른 모습을 한 상자가 있는데, 보통 이 상자를 아무도 열어보려 하지 않는다 한다. 보통 사람들은 절대 듣지 못하는 마음속으로 외치는 비명. 민자운은 그것을 사념이라 부른다. 보통 사념이라는 것은 부정적인 것에 더 강한 기운을 가지고 있다. 그의 과대망상, 대인기피에 가까운 행동 패턴들은 사실 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온갖 사념이 들려 머리가 터질 것 같기 때문.
실제 많은 나라들이 수사에 어려움을 겪을 때 사이코메트리의 도움을 받는다고 알려져 있다. 공개적으로 능력을 검증받는 자리에서 자신의 실력을 입증한 자가 없기에 그들의 존재와 능력 자체에 대해서는 불신의 목소리도 많긴 하지만, 알려진 그들의 특성 - 대표적인 예로 대인기피증이 있는 이들이 굳이 그런 능력이 있다고 자신을 대중 앞에 나서서 증명해 보이고 싶어 하지는 않을 것 같다. 작품은 작정하고 잘 짜인 각본을 보는듯한 느낌을 주며, 그림과 연출, 구도들 또한 훌륭하다. 특히 검찰청장 후보에 올랐던 한광수 부장이 꽁치 눈알을 파내며 대화를 주고받는 장면, 뱀의 얼굴이 사람으로 변하는 연출들은 서늘하고 강렬한 느낌을 준다. 앞으로 민자운이 주희 누나를 위한 복수를 위해 경찰과 손을 잡고 미해결 사건에 도움을 주는 쪽으로 나아갈지, 아니면 사념이 어떤 형태로 살인을 저지르는 것인지는 미지수다. 다단계 회사인 N사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한 사람들은 이 사건과 무슨 관계가 있을지 또한 기대가 되는 부분이다. 울부짖는 소리를 뜻하는 하울링. 사람들의 강렬한 사념의 외침을 하울링으로 표현한 이 대작 냄새가 나는 작품의 커다란 그림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