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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봉투 - 달콤한 돈의 유혹

namu | 2016-08-08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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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까지 쉬면서 월세집을 보러 다니던 여주인공 정주희. 그 가격에 마음에 드는 집은 없고, 우연히 지나가는 명품으로 도배를 한 자신의 또래를 본 주인공은 괴리감에 빠진다. 나랑 나이도 비슷해 보이는데 도대체 어디서 저런 돈이 나서 저렇게 명품을 휘감고 다니는 걸까라고.. 터벅터벅 걸어가는데 백화점 명품관의 모델 사진들이 자신에게 말을 거는 것 같다. ‘괜찮아 돈을 벌어. 개처럼, 노예처럼.’이라고.. 그녀의 친구 미금은 등록금과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주희는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친구 해규와 같이 살집을 마련하기 위해 돈을 번다. 그녀의 어머니는 그녀가 학교를 착실히 다니는 줄 알지만.. 그녀는 남자친구와 같이 살 집을 위해 여러 개의 아르바이트를 뛰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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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보경. 대학 내에서 유명한 인물. 화려한 외모와 그녀가 몸에 지니는 명품 때문에라도 요일별로 남자친구가 다르다느니 강남에서 잘 나가는 텐프로라든가 하는 점잖지 못한 소문의 주인공이다. 게다가 친구도, 다른 학우들과의 교류도 전혀 없어 이 소문은 기정사실화되었다. 사람들의 시선이나 소문에는 관심도 없다는 듯이 구는 그녀. 미금과 주희는 도대체 무슨 일을 해야 저렇게 아무 걱정 없이 살수 있는 걸까 하며 동경의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본다. 하지만 쳇바퀴같이 굴러가는 그녀들의 삶에서 변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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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이란 구경할 수는 있어도 가질 수 없는 신기루 같은 것이다.’

 

 

그러던 주희는 어느 날 인터넷에서 책 읽어주는 아르바이트를 구한다는 구인광고를 보게 되고, 생각보다 높은 시급에 면접까지 보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몰랐다. 이 아르바이트가 그녀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버릴 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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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진 작가가 대단하다고 생각되는 이유 중 하나는, 등장인물들을 납득시키려 설명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들은 원래부터 그런 사람들이었고 그 호기심을 따라 행동한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 노골적으로 따라갈 뿐이다. 그렇게 그녀의 작품을 읽다 보면 처음에는 주인공이나 등장인물 욕을 하며 화를 내던 독자들도 결말에 가서는 찝찝한 기분만 남거나 사실 자기 내면 안에 그런 면들이 있었음을 깨닫고 이내 복잡한 감정이 드는 것이다. 숨겨진 인간의 어두운 아주 기본적인 욕구와 본능.. 가난한 주인공은 가난이 싫고, 부자인 사람들을 경멸하지만 그녀 역시 사실 그들의 삶을 동경한다. 우리 모두의 마음속 한편에는 이런 속물근성이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남자친구와 살려고 보증금과 월세를 마련하기 위해 여러 개의 알바를 뛰는 그녀에게는 그녀의 삶 안에서 그것만큼 보람되고 행복한 일은 없었을 것이다. 누가 그녀가 행복을 좇는다고 손가락질하며 탓할 수 있을까. 그녀는 그녀의 삶 안에서 배워 나가는 중이고, 또 실수로 인해 삶을 하나씩 알아 나갈 것이다. 그렇게 힘들게 돈을 벌던 그녀에게 쉽게 돈을 벌수 있는 기회가 왔을 때 그녀는 뿌리칠 수 없었고, 그녀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른 채 더 큰 욕심을 부렸다.

 

인간은 자신의 것이 아닌 것을 손에 쥐게 되었을 때 누구나 비슷한 실수를 한다. 그것은 돈이 될 수도 있고,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 - 결국에는 타인이기만 한 사람들일 수도 있다. 결국은 그 돈의 액수에 익숙해지며 그 생활에 안주하고, 별다른 대가 없이도 자신은 원래부터 그런 삶을 산 것처럼 행동한다. 모든 것은 당연했다는 듯이.. 그녀의 작품은 현대판 황금알을 낳는 거위 같은 느낌도 든다. 매일 황금알을 낳아도 그것에만 만족할 수 없어 거위를 죽인 사람들의 이야기처럼.. 때로는 책을 읽어주고, 때로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말도 안 되는 돈의 액수를 받으면서 그녀의 세상을 보는 기준은 달라졌고, 그녀는 그렇게 그녀가 욕했던 사람들처럼 변해갔다. 이것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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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인 예를 들어 보자. 누군가가 학비를 벌기 위해 혹은 집안이 어려워 술집에 아르바이트를 나갔다고 해보자. 사람들은 그 사람을 지탄한다.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집안이 진짜 어려우면 다른 정직한 일을 해서라도 돈을 벌었어야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다고.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술집 종사자는 여성이기 때문에 이런 글에 반박글이 도무지 달릴 일이 없다. 남의 삶을 살아보지 않고서 가난이라는 것을 어떻게 그렇게 쉽게 판단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더더군다나 형편이 어렵다면 빚도 있고, 학자금 대출에 등록금 생활비까지 벌어야 할 텐데.. 공부 열심히 하며 장학금을 받으면 해결되는 문제라고 한다. 학교 수업은 어떻게 따라가며 장학금을 받으라는 건지.. 적어도 집에서 주는 돈 받으며 편하게 공부하는 사람들이 장학금을 받을 확률은 높아도 아르바이트 여러 개 하며 쪽잠 자는 사람이 장학금을 받을 확률은 희박해 보인다. 이럴 때 최호진 작가는 이런 말보다 한마디로 상대의 정신을 아찔하게 한다. 정말 너 자신은, 남을 판단하기 이전에 돈을 쉽게 벌수 있는 상황이 왔을 때 그 유혹을 뿌리칠 수 있겠느냐고.. 결국 우리 모두는 우리가 그렇게 욕하던 사람들과 종이 한 장 차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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