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페포포 - 한 시대를 풍미한 베스트 셀러
한때 파페포포 열풍을 불러일으킨 심승현 작가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파페포포>시리즈들.. 180만 부라는 경이로운 숫자의 베스트셀러로서의 자리는 아무나 가져갈 수 없는 것임은 분명하다. 내가 느낀 것이 아니면 허상이 되기 쉽고, 허상을 그리면 자신보다 독자들이 먼저 이건 ‘거짓말'이라고 알아차린다는 그는 작가라는 타이틀도 부담스럽다며 그림쟁이 정도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의사를 밝혔다.
사실 시원치 않은 점이 한가지 있다. 인터뷰 때 자신의 과거에서 따왔다고만 하지 정확하게 어떤 경험을 한 것인지, 작가로서 에피소드에 관한 설명을 몇 개쯤은 해주어야 하는 것이 정석이지만, 작품에 대한 설명을 해달라 하니 정확하게 어디에서 모티브를 따왔는지는 알려주지 않는 점은 독자 된 마음으로서 궁금증만 자아낸다.
개인적으로 오랜 기간 동안 작품 활동을 하지 않으면서 운 좋게 히트친 작품 뒤에 숨어 생활을 연명해나가며 작가로서의 창작 의지가 없는 사람들에게 작가라는 타이틀은 너무 과분한 것 같긴 하다. 그런 면에서 심승현의 작가라는 타이틀이 부담스럽다는 언급은 작가 의식이 없는 사람들에게 좋은 귀감이 되리라 생각한다.
파페야 너 나 좋아해? /그럼, 내가 널 얼마나 좋아하는데.
/그럼 얼마나 좋아하는지 증명해봐. /증명?
/음.. 그래 나에게 너의 사랑을 보여달란 말이야.
가끔 누군가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 증명할 수 없는 것들은 오히려 보이지 않기에 다행일 때도 있다. 사랑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상대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고, 확인받고 싶어 하지만 정작 확인받는다 해도 일시적인 감정에 지나지 않는 사랑의 확인이 큰 의미를 가질 수는 없다. 사랑이 정말 빛날 때는 신뢰에서 온다.
학창시절 배웠던 노래들은 이상하게도 우리의 뇌리에 오래도록 남아있다. 잊으려 해도 잊을 수 없고, 지우려 해도 지울 수 없는 기억들은 때로는 우리에게 독이 되기도 하고 득이 되기도 한다. 추억은 미화되고, 사라지지 않는 향기는 냄새에 불과하다. 기억은 사라져도 아련한 느낌은 지울 수가 없고, 사람은 떠나도 머문 자리에 그 향기는 오래도록 남는다.
아주 먼 옛날 고래는 육지를 걸어 다니는 소나 돼지나 하마 같은 동물이었다. 하마는 바다로 가고 싶었지만 소와 돼지는 가지 않았다. 고래가 가기로 했고 둘은 여행을 시작한다. 오아시스를 발견한 하마는 그곳에 머무른다. 결국, 하마는 오아시스가 온통 진흙탕이 되어버릴 때까지 오래도록 그곳에 머물다가 흙탕물 속에서 살게 되었고, 고래는 바다를 흠모하는 여행자가 되었다. 중간에 포기하는 사람은 루저라는 이분법으로 바라보는 세상.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이것보다 조금 더 복잡하다. 만약에 오아시스에 오래도록 머물러 흙탕물에 있던 하마가 가보지도 않은 바다를 가본 것처럼 돌아와서 책을 내고 떼부자가 되었다면 세상은 고래에게 박수를 쳐주었을까? 아니면 하마에게 박수를 쳐주었을까?
먹을 것이 없을 정도로 가난하다면 오직 허기를 채울 것만 생각하지. 길거리에서 먹든, 바닥에 떨어져 흙이 묻은 것을 먹든, 얼굴에 밥풀이 묻든, 이에 고춧가루가 끼든 그건 중요하지 않아. 오직 배고픔 그 자체만을 생각해. 너는 하루 끼니를 걱정할 만큼 가난해 본적 있어? 정말 배고픈 사람은 체면 차릴 여유조차 없다. 그들을 도와줘야 할지, 도와주지 말아야 될지 고민하는 사이에도 정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은 배부른 자들의 탁상공론에 죽어나간다.
사람에게는 두 가지 큰 죄가 있는데 다른 모든 죄는 여기에서 생겨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성급함’과 ‘게으름'이다. 성급했기 때문에 낙원에서 쫓겨났으며 게으른 탓에 쫓겨난 낙원으로 아직도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카프카가 내게 충고를 하였다. 어떤 때는 백 마디의 명언보다 실천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많이 알고 있지만 행하지 않는 자. 많이 알지 못하지만 실천하는 자들 중 더 값진 삶을 살았다 말할 수 있는 것은 누구일까. 우리는 많이 아는 것에 기대어 자신이 아는 세상이 전부라는 듯이 사는 삶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어릴 적 우리가 보았던 동화가 커서 새롭게 다가오는 것은 현실이 동화 같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심승현의 파페포포는 어릴 적 껍데기만 예쁘게 잘 포장된 선물들이 크고 나서 다시 열어보았을 때 사실 내용물이 없는 빈 껍데기뿐이었다는 실망감을 교훈으로 세상은 동화처럼 녹록지 않다는 것을 우리에게 선물하고 일깨워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