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왈파 - 내면의 폭력성 와일드 파이어

namu | 2016-07-24 12:22

 

 

 

‘쓸개’ ‘라스트' 등으로 독자들에게 잘 알려진 강형규는 그의 이름 석자 만으로도 독자들을 열광케 한다. 필자의 개인적인 취향과 상관없이 강형규 작가는 하층민의 삶을 그려내는 스릴러물들이 그와 더 잘 맞는다는 느낌이 든다. 완결 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고, 감정선이나 호흡을 단 한 번의 흐트러짐 없이 그대로 끌고 가는 엄청난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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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숙 한방에서 같이 지내는 시아버지와 며느리. 사람들은 흉측하다며 그들을 보고 수군거린다. 묻지 마 범죄가 기승을 부린다는 뉴스를 시작으로 이 웹툰은 시작된다. 시아버지의 이름은 욱철, 며늘아기의 이름은 혜봉. 하나뿐인 아들이자 남편인 정규가 죽고 난 뒤 욱철은 아파트 경비 일을, 혜봉은 노래방 도우미를 하고 있었다. 단백질 위주의 식사와 철저한 체력단련.. 가족을 잃은 슬픔에 포커스가 맞춰있는 듯하면서도 그들의 슬픔은 절망과 증오에 가깝고, 이런 그들의 한은 이 둘을 복수심으로 똘똘 뭉치게 하는데 일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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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을 죽인 이 조직의 이름은 아까징끼. 상처 부위를 소독하는 빨간약이다. 사람을 죽이기 전에 “자 약 바르자. 빨간약." 하며 온갖 살해도구가 담겨있는 냉장고를 여는 모습이 섬뜩하다. 본인들을 이 병든 세상의 극약처방이라 부르고, 초반 오줌을 여기저기 휘갈기다가 자신의 오줌에 발이 미끄러져 죽은 6갑이의 벨 소리조차 후뢰시맨인것을 보면 그들의 뒤틀린 정의감을 알 수 있다. 특히 그들의 이름 - 6갑이, 5지게, 4마귀, 3돌이, 2빨이 등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그들은 이런 역할극에 심취했던 것으로 보이며 이름에 관련된 것은 개인적인 특징에 의해 지어진 것으로 추측된다. 초반 6갑이는 이름답게 육갑 떨다 간 것처럼 말이다.

 

‘해변의 아이들’로 타이틀을 정했던 작가의 초반 제목에 걸맞게 이들의 아지트는 바닷가 절벽 바로 아래 자리하고 있다. 이들 조직이 사람을 죽이는 데는 일말의 가책조차 없다. 그냥 재미 삼아 때리다 보면 사람이 죽어있다. 남자 하나 죽는 데는 4컷밖에 할애되지 않았다. 욱철의 아들이자 혜봉의 남편인 서정규 역시 그렇게 죽었을 것이다.

복수를 위해 이들을 찾아간 그들은 신원을 알아볼 수 없게 변장을 하기로 결정. 근데 이 전통방식으로 만든 천일염 봉투를 머리에 뒤집어쓴 욱철과 혜봉의 모습은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슬프기까지 하다. 군데군데 작가의 코믹한 연출은 지속적으로 등장하며, 이것이 미스터리물인지 미스터리 코믹물인지 헷갈릴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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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안에서 상식이라는 것은 통하지 않는다. 하나뿐인 남편이자 아들을 죽여놓고 참회의 의지 없이 죄송하다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뱉어내는 살인마 한민. 그는 조직 아까징끼의 우두머리 역할을 하고 있다. 사람을 죽여놓고 과실치사로 징역 2년에 처해진다. 진실에 다가갈수록 혜봉과 욱철은 알고 싶지 않은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순진한 남편이자 아들이었던 정규의 죽음을 둘러싼 충격적인 사실. 정규는 평소 남자가 물러터졌다는 소리 때문에 스스로 깡다구라는 별명을 붙여 세컨드 계정으로 SNS에 자신의 감춰진 폭력적인 성향을 드러내며 욕구를 충족시켰고, 마침 멤버를 구하던 아까징끼의 눈에 띄게 되었다. 그의 이중생활은 가히 충격적이라는 말밖에는.. 혜봉과 욱철은 눈으로도 이 사실을 보고 믿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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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의 폭력성 ‘와일드 파이어’ 그 감정에 솔직해지자는 신조를 가지고 있다. 자신들 안의 어둠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며 다른 위선자들보다 훨씬 우월한 인간이라는 그들의 논리는 다크 나이트의 조커까지 연상시킨다.

초반 납치된 여자는 아까징끼의 기쁨조 역할을 한다. 여자와 남자를 같이 납치했는데 여자만을 남겨둔 것은 노래를 부르는 것 이외에도 그들의 성적인 욕구 충족을 위했음이 분명한데, 작품 내에 전혀 언급이나 묘사가 없는 것으로 보아 19세 등급 판정을 의식한 작가의 신중한 결정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전체적인 콘셉트는 부자 납치, 잔인한 살인 수법, 죄를 뉘우치지 않는 태도 등을 보아 지존파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착한 놈과 나쁜 놈이 명확하게 선이 그어지지 않은 작품은 제목처럼 내면의 분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회가 거듭할수록 초반 아까징끼라는 조직을 향한 독자들의 분노는 이내 서늘해지며, 묘하게 그들의 이론에 설득되고 만다. 증오로 인한 분노가 식은 후 자신 내면의 폭력성이나 잔인함으로 작품을 내다보는 독특한 경험. 작품을 다 보고 나면 묘하게 그들의 논리에 설득되어 달라진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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