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다이너마이트 - 사과폭탄 같은 이웃사촌들의 상큼한 이야기
“우리가 돈을 벌어야 되서 지금 잠깐 흩어지지만 금방 다시 만나자, 다시 만날 때쯤엔 우리 둘 다 집 한 채씩 장만해서 우리 식구랑 너네 식구랑 그렇게 오손도손 모여 살자.”
그런 약속을 할 수 있는 친구, 그리고 그 친구와 약속을 지키기 위한 인생이 얼마나 되겠는가. 내용과 달리 이 웹툰은 시작부터 살짝 내 마음을 먹먹하게 만들고야 말았다. 비록 성공한 모습은 아니었지만 다시 만나, 가정을 꾸리고, 이웃으로 살게 된 두 아버지. 자연스럽게 이웃이 된 두 아버지의 자녀들.
열 네 살에 노안을 자랑하는 막내 고경산, 백치미 뚝뚝 떨어지는 열여덟 고경혜, 그어놓은 선 안으로는 절대로 못 들어오게 하는 스물 둘 철벽남 고경수, 그리고 바로 옆집에 사는 호구 도동주와 집착녀 도지민. 그들의 이야기.
어렸을 때부터 가족처럼 자란 이들은 여자 콧구멍을 찔러 깨우는 건 기본, 아침마다 서로 화장실을 먼저 쓰겠다고 싸우고, 라면을 사들고 와 삶아 달라고 떼를 쓴다. 심지어 학교까지 겹치니 이들의 사이가 친구들 사이에 눈에 띄지 않을 리가 없다. 그 때마다 그들이 하는 대답은 언제나 우린 소꿉친구일 뿐이라는 것.
하지만 정말 남녀 사이에 허물없는 친구라는 것이 가능할까. 그 때마다 늘상 나오는 대답은 한 가지다. 그토록 마음이 쓰이는 절친한 이성 친구란 둘 중에 한 쪽이 마음이 있을 때에만 가능한 것이라고.
이 웹툰을 보다 보면 아무리 소꿉친구라도, 동기 동창이라도, 완전한 친구는 있을 수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애플 다이너마이트’에서는 상큼 터지는 십대들의 관계에서 미묘하게 느껴지는 사랑과 질투 등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웹툰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모두 훈남에 훈녀들이다. 굳이 멀리서 좋은 사람 어디 없나 찾을 필요가 없다는 말씀.
여느 청소년 드라마가 그렇듯 애플 다이너마이트의 주인공들도 처음에는 서로 부정을 한다. 언제나 가까운 가족처럼 편하게만 대했던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낯선 감정들이 무엇인지를 정의내리지를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우리는 알 수 있다. 모든 게 처음인 그들은, 그래서 사랑도 처음인 그들은 그 복잡미묘한 감정들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들의 애정 전선이 무엇인지 알게 하기 위해서는, 언제나 그렇듯 제 3자의 도움이 필요하다. 누군가 등을 떠밀어 줘서 아는 것보다 더욱 강력한 것은 라이벌의 등장이니까 말이다. 그 사람 때문에 마음이 초조해지고 안달이 나고 걱정이 되고. 그런 내 마음을 몰라주는 상대방에게 서운하고 화가 나는 것은 결국 그 사람이 내 거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나오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웹툰 ‘애플 다이너마이트’는 그런 미묘한 감정들을 굉장히 잘 표현해낸다. 더불어 가장 중요한 점은 재미있다! 일상물과 학원물이 적절히 뒤섞여 있으면서도 그들의 풋풋한 시절을 만화칸에 잘 옮겨다 놓은 듯 한 느낌이다. 등장하는 인물들이 여럿이라 헷갈릴 수 있는데 초반 프롤로그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 다섯을 확인해 두고 시작하면 더욱 좋을 것 같다.
베스트 도전 만화에 연재되었던 만큼 기존의 독자층들에게 눈도장을 찍어 놓은 상태에서 현재도 레진의 인기 웹툰 중 하나이니, 사과 폭탄같은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시간을 할애해 보기를 바란다. 장담하건데 그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