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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의 신 - 2015년을 살아가는 우리들을 위한 힐링스토리

위성 | 2016-06-14 02:08

 

 

 

평생 봉사하며 착하게 살았지만 사채 빚에 시달려 아내와 함께 자살한 53세 박 모 씨, 특수 강간 범죄를 저질렀으나 우연히 범죄현장이 훼손되어 증거가 없어 잡히지 않고 살아가는 옆집 남자 김 모 씨.

 

프롤로그에서 설명하듯 세상을 살다 보면 권선징악이라는 어린 시절의 이야기들이 허무할 정도로 나쁜 놈들이 더 잘 먹고 잘 살다가, 편하게 가는 일들이 있다. 웹툰 ‘행운의 신’에서는 이 모든 일들의 이유가 행운의 신이 일을 난장판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예 일을 손에서 높고 퍼질러 자고 있는 행운의 신 때문에 행운의 암흑기가 도래한 세상. 그래서 최소한의 행운이 퍼질 수 있도록 행운 최소 규정을 만들었다고 설명하는 비서. 설명이라기보다는 하소연에 가까워 보이는 표정이다. 규정 상 1년에 최소 4번은 튕기는 일을 해야 하는데 그조차도 하지 않는 행운의 신은 남는 시간을 잠자는 데에만 쓰고 있다.

 

그럼 행운의 신 나름대로의 항변을 들어 볼까. 그의 말로는 죽기 전에도 충분히 힘들게 살았는데 왜 죽어서도 편히 못 쉬냐는 것. 아, 이 시점에서 마음이 짠해 온다. 그래, 그 마음 이해하지. 게다가 그의 전생은 납치, 감금, 고문, 노예 생활 등으로, 한 마디로 설명하자면 그냥 개고생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 생전에 개고생만 한 사람이 행복하게 타인의 행운을 빌어줄 리가. 도대체 왜 그런 작자가 행운의 신이 된 걸까. 단지 불행하게 살다 죽었기 때문에 신이 불쌍하게 여겨 행운의 신으로 만들어 주었다니. 그렇다고 그의 이런 나태한 생활이 용납되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결국 새로운 행운의 신을 찾기로 결심한 관계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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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와중에 자기가 죽을 날도 모른 채 내일 뭐 입을지를 고민하고 여자에게 음료 선물 받은 일로 들떠 있는 남자 경득.

관계자들은 행운의 신 후보인 경득의 주변에서 그를 살피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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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편안해지는 그림체와 색감, 술술 읽히는 스토리텔링으로 독자들을 이끄는 웹툰 ‘행운의 신’. 에필로그의 말투에서도 그의 말투는 작중의 목소리와 비슷하게 선하고 따뜻한 사람일 것 같은 인상을 주는데, 그의 말로는 이 웹툰은 대학시절 작가가 과제로 급하게 마무리 해서 제출한 50쪽짜리 단편이었다고 한다. 처음 만화의 제목은 ‘약속’이었다고 하는데 작가로서는 미완의 웹툰이 이렇게 독자들과 마주할 수 있게 되었으니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공모전에 떨어졌지만 이렇게 레진과 계약하게 연재할 수 있게 되었으니 그의 웹툰 속에 나오는 행운의 신이 그에게도 행운의 가루를 뿌려주었던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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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여섯 편 짜리의 그리 길지 않은 단편 만화를 읽고 이렇게 감상에 빠져 본 적은 오랜만인 것 같다. 대단한 반전이나 깜짝 놀랄 비밀은 없지만 차분하고 덤덤하게 읽을 수 있어 더욱 좋았던 이야기. 마지막에 나오는 장면에 다른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와 닿을지 모르겠으나 개인적으로는 괜시리 눈물이 찡하게 돌았었다. 언젠가 나에게도 어떤 행운이 찾아올 수 있을까. 행운의 신이 손끝으로 뿌리는 오색빛깔 파우더가 내 머리 위에도 흩날릴 때가 있을까.

 

이 웹툰을 한 줄로 정리한다면 2015년을 살고 있는 우리들을 위한 힐링 스토리라고 하고 싶다. 그 이유는 이 웹툰의 마지막에서 확인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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