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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특급 - 삭막한 도시에 마주한 궉런과 첸추옌의 이야기

위성 | 2016-08-11 14:36

 

 

 

격투기 커뮤니티에서 알게 되어 연락하고 지내게 된 첸추옌과 궉런. 무명배우인 첸추옌은 촬영이 끝난 뒤 종합 격투기 경기를 보기 위해 숙식을 해결할 목적으로 궉런의 집에 가게 된다. 얼굴 한 번 본 적 없던 온라인 친구인 그들은 어색했던 첫 만남부터 서서히 서로를 알아가고, 그 과정에서 전에 없던 애정을 느끼게 된다.

 

이 웹툰의 전체적인 느낌은 어딘가 퉁명스럽다는 것이었다. 그림의 느낌이나 작중의 대화들도. 하지만 그것은 곧 말재주가 없어서일 뿐이지 마음이 없어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어쩌면 그가 알아주지 않을까 하듯이.

그래서 이 웹툰은 쓸쓸하고 아프다. 서로 상대방의 감정에 대해 자세히 묻지 않고, 단지 자신이 상대방을 불쾌하게 만들까봐 시종일관 조심스럽다. 그래서 구룡특급은 애초에 기대하지도 않았던 사랑스러움을 퉁명스러운 두 사람의 모습에서 발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무덤덤하게 오가는 말들 속에서, 무심하게 건넨 손길에서, 위험이 감지되었을 때 자기도 모르게 터져 나오는 지나친 분노를 통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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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이 웹툰의 배경을 그토록 삭막해 보이는 곳으로 잡은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낡고 허름한 아파트는 덩치는 크지만 의외로 마음은 배려 돋는 궉런과 닮아 있다. 눈에 띄는 것을 싫어하는 자들이 모여 사는 곳이라는 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물줄기가 사막에 있어야 오아시스가 되는 것처럼, 하지만 가장 강하게 결국 나만의 결론은 이토록 건조해 보이는 배경과 인물들 사이에서 있을 때에야 그들의 잔잔한 감정이 제대로 전달되기 때문이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것이다.

 

실제로 이 웹툰은 나처럼 사전지식이나 이해력이 떨어지는 이들이 보기에는 좀 어려운 부분이 있다. 마작을 통해 어떤 정서를 설명하는 장면들이라거나, 글씨체에 따라 인물들이 사용하는 언어를 구분할 수 있다거나, 말풍선의 형태와 색에 따라 그들의 감정이 전달된다거나 하는 것 말이다. 작가의 독특한 정서는 여기에도 반영된다. 앞에서 말했듯 인물들뿐만 아니라 작가는 독자들에게도 일일이 설명하는 친절함을 발휘하지 않는 것이다. 물론 어떤 만화라도 작가가 작품의 해설에 직접적으로 개입해 이러쿵 저러쿵 하는 방식을 택하지는 않고, 그래야 할 의무도 없다. 그래서 어른들이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는 모양이다. 물론 작가의 말로는 말풍선이나 폰트의 색이 모든 장면에서 동일한 의미를 가지는 것도 아니고, 마작이 그렇게 중요한 요소는 아니라고 말하지만 좋아하면 원래 더 알고 싶지 않은가. 하나 하나 의미를 찾게 되고, 좀 더 속속들이 알고 싶은 건 이 웹툰이 정말 좋아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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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숨겨놓은 보석 같은 디테일들은 단지 마작에 비유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궉런의 영어 이름이 레온이라는 것 역시 미소를 짓게 만드는 부분이었다. 실제로 주인공인 첸추옌은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작고 여린 체구에 똑단발을 한 미소년이다. (겉으로는 예쁜 얼굴로 보이지 않을지 모르지만 작중의 설명이 그러하다.) 게다가 함께 살게 된 궉런은 짧게 깎은 머리를 검은 후드티를 푹 눌러쓰고 바위 같은 몸집의 소유자다. 화분을 들고 있거나 검은 비니를 쓰진 않지만 충분히 둘의 모습을 두고 봤을 때 연상이 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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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최근에 봤던 웹툰들 중에 가장 흥미로웠다. 재미 여부에 있어서는 최고라고는 할 수 있지만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는 기분이 꽤 좋아서 기억에 진하게 남았던 것이다. 마작을, 중국어를 할 줄 모르는 게 분할 정도로.

캐릭터들이 가지는 외모적 특징들 때문에 BL이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는 구룡특급. 오히려 이해민 작가는 웹툰을 가지고 예술을 하려는 건가 생각이 들 중도였으니 평소 이러한 느낌의 웹툰들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감상해보셔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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