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탐정 포우 - 사실적 우화
카툰에서 인물을 간단하게 표현 하는 것은 사람들이 자신의 해석대로 대상을 보도록 합니다. 분명 공들여서 그린 그림인데도 누구의 초상화라고 하면 바로 어색한 기분이 들었던 적이 있지 않으신가요? 아마도 보는 각도나 사람들 머리 속의 이미지에 따라 초상화가 전혀 다른 사람의 것으로 보이기 때문일 겁니다. 덕분에 그림 그리는 사람들중에는 유명인을 그리는 걸 썩 내켜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고 하네요.
그런데 이 웹툰은 오히려 반대입니다. 쉽게 알아차릴만한 유명 배우의 모습을 그대로 등장시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흔히 좋아하는 웹툰을 보면서 '이건 영화로 만들어야 해'라는 댓글을 달기도 하는데 오히려 이 웹툰은 대놓고 캐스팅을 해둔 셈입니다.
'명탐정 포우'의 고동동 작가는 기존 배우들이 가지고 있는 개성을 웹툰 속에 활용하면서 실재감을 늘려나가는 전략을 씁니다. 이런 창작물이 초상권에 대해 어떤 불똥이 튈지는 알 수 없지만 이러한 시도는 참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정말 드라마나 영화가 된다면 언뜻 비슷한 그 배우들이 캐스팅 1순위가 되겠죠.
그렇다고 해서 이 웹툰은 그림솜씨 괜찮은 작가의 뽐내기 뿐인 작품만은 아닙니다. 비슷하면 좋고 아님 말고의 적당한 정도의 이미지로 적잖히 흥미를 끌어내지만, 여기까지가 이 웹툰의 매력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고양이가 사람으로 변신하고 이 특별한 고양이는 유능한 탐정이 되어 속물덩어리 인간들을 꾸짖는 우화적 색채가 짙은 것이 주요하다고 할 수 있죠. 감각이 발달한 명탐정 포우는 사람들 주변 거리의 개와 고양이들과 대화를 나누며 평범한 사람들은 미처 알지 못하는 것들을 들춰내곤 합니다. 그 개와 고양이들은 어쩌면 우리 주변의 별 볼일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거나 마음 깊숙히 숨겨놓은 무의식들일 수도 있겠습니다. 익숙한 것에서 사람들의 개성을 쉽게 읽어낸다면, 개와 고양이로 변주된 낯설음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들을 수 있는 것이죠.
유승호를 빼닮은 주인공 포우(왼쪽), 시즌1에 잠시 등장한 이보영을 닮은 희생자(오른쪽), 장현성을 닮은 베일에 쌓인 변호사(아래)
한 회가 드라마의 한편을 보는 것만큼이나 충실한 분량에 채색을 공들여 한 이미지 퀄리티(원화전시를 진행하기도 했답니다.)도 한 몫하여 높은 점수를 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추리물의 경우 그 긴장감을 줘락펴락하는 리듬이 중요할텐데, 스토리 구성면에서도 그 시각 이미지 표현만큼이나 나쁘지 않습니다. 시즌2는 더 몰입감이 높아진 것 같아요. 최근 시작한 시즌 3은 시즌 1의 시각적 개성을, 시즌2의 스토리의 확장을 통해 두 시리즈의 장점을 잘 살리고 있기도 합니다.
웹툰이 고유의 장르로서 그 시작이 된 이래 10년이 흘렀다고 합니다. 웹툰만의 생태계를 만들어 왔고 그 재현방식과 소비패턴이 많은 변화를 가져오기는 했지만, 이렇게 고양이가 말을 하고 사람들을 구해내는 이야기의 황당한 모습에도 아무렇지 않게 작품을 계속해서 보도록 하는 것은 만화와 연결된 그 지점에 웹툰이 자리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웹툰을 통해 다른 장르로의 전환을 자연스럽게 기대하는 지금에서 그 전환이 어느 방향으로 될 것인가, 그리고 그 방향이 맞을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지금도 뜨겁게 다뤄지고 있습니다. 물론 웹툰이라는 장르 안에서만 인정받고 꾸준하게 높은 인지도를 쌓아나간다면 작가에게도 페이지뷰나 고료등의 형태로 보상이 따를 것입니다. 하지만 다른 장르와의 교합점을 잘 이해하고 그 전환에 매칭할 수 있는 포인트를 잘 찾아본다면 다양한 장르로의 전환에서 시너지를 얻어낼 가능성은 더 많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것이 다양한 접점을 통해 즐기려는 독자들을 위한 것임은 물론이겠죠.
그런 면에서 드라마나 영화로의 실사영상에 비출만한 실제 배우의 등장은 신선하다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