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지 않는 사람들 속, 죽는 사람 <불멸의 날들>
아주 오래 전, 과학자들이 불사의 비밀을 밝혀냈기에 인류 대다수는 불사의 능력을 얻었고, 이에 반대하는 이들은 시간이 흐르자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 현재 인류는 불멸자들 뿐. 그러나, 어떤 곳에도 돌연변이나 변종은 존재하는 법! 허긴개 작가의 레진 코믹스 토요 웹툰 <불멸의 날들>에서 그들을 만나보자. 뉴스는 떠들어댄다. '인간은 죽지 않으니까요.' 이야기는 "당신들이나 그렇게 생각하겠지" 하고 읊조리는 해결사, 필로부터 시작된다.
어차피 죽지 않으니, 필요하다면 폭력까지 써도 된다? 사람을 패는 것에 거리낌 없고, 대놓고 능글거리고 나쁜 성격에, 어딘지 뒤가 구려 보이는 해결사(라고 쓰고 흥신소 운영자라고도 읽는 듯.) 필, 자신이 필멸자라는 것을 숨기는 것만 빼면 지극히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순진무구하고 성실한 청년 멸. 두 사람은 거의 유일하다고 볼 수 있는, 불멸의 시대에 태어난 필멸자들이다. 의뢰를 수행중이던 필이 멸을 총알받이로 쓰기 위해 일에 끌어들이면서 두 사람은 만나게 된다.
▲ 필, 그리고 멸. 그의 풀네임은 '멸망'.
갑자기 미끼가 된 멸이지만, 그는 그 자기 나름대로 필멸자로 살아남기 위한 기술을 터득해둔 상태. 뛰어난 파쿠르 실력을 보여주며 도주하는 것에 성공한다. 그 뒤, 멸은 필의 폭탄 해프닝에 얼떨결에 말려들게 된다. 그리고 그 해프닝의 끝에, 멸의 체질을 알아챈 필은 멸에게 자신도 같은 체질이라 말하고 증명하며, 함께 일해보지 않겠느냐 권유한다. 평범하고 안전하게 살고 싶은 멸은 거절하지만, 그런다고 포기할 필이 아니었기에 멸은 필에게 시달리게 되고... 필과 멸의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가 시작된다.
▲ 필의 충격적인 고백.
결국 필과 함께 일하게 된 멸. 그 때부터 시작된 필의 기묘한 집착은, 새벽 문자 폭탄부터 시작해서 도청이 가능하고 GPS기능까지 달린 팔찌로 이어진다. 필은 대체 멸에게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는 걸까? 두 사람은 소장과 직원의 관계로 의뢰에 따라 사이비 종교를 쫓기도 하고, 좀비 사건, 폭력 조직의 일에 관여하기도 하고, 사고관의 차이로 부딪히기도 한다. 각종 드라마틱한 일을 겪으며 성장해나가는 두 사람과, 그들 못지 않게 매력적인 인물들. 캐릭터들의 발전하는 인물 관계도에 집중하는 것은 이 웹툰의 가장 큰 재미다.
▲ 투닥거리는 게 일상인 두 사람.
수준급의 작화와 그에 걸맞는 빠져들 수밖에 없는 연출은 이 웹툰을 읽는 동안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해줄 것이다. 작가 특유의 시원한 전개와 깔끔한 스토리 진행은 옴니버스 구조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듯 하다. 필과 멸, 두 사람과 함께 그들이 겪을 불멸, 아니. 필멸의 날들을 경험해보자. 스토리, 작화, 전개, 연출, 캐릭터와 그들간의 관계, 액션, 센스까지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 수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