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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사명감과 대리 만족의 사이 - 내 ID는 강남미인

므르므즈 | 2018-01-26 09:43

[웹툰 리뷰]내 ID는 강남미인! - 기맹기


  인생역정에 객관적인 시선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우린 남의 삶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다. 타인의 삶이 거쳐온 굴곡에 대해 너무 가파르다, 너무 평평하다 말할 수 없다. 그런 맥락에서, 성별도 살아온 삶도 다른 작가가 그려낸 특정 성별에 대한 혐오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 이런 일은 있을 수 없다. 라고 말할 수도 없다. 그러니 나는 작가가 그려내고자한 현실에 대해 공감할 생각이 없다. 언제나 그렇듯 작가가 그려낸 만화에 대한 이야기만 할 생각임을 분명히 해두는 바이다.



[웹툰 리뷰]내 ID는 강남미인! - 기맹기

  주인공 미래는 못생긴 여자였다. 이 때문에 외모 품평에 피해를 보고 자라와 외모에 대한 열등감이 심하다. 이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해 미래는 얼굴을 전부 성형하여 소위 말하는 '강남미인' 얼굴형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이 강남미인 얼굴도 사람들 사이에선 지나친 투자와 편견에 싸인 놀림거리로 변형되고 주인공은 이런 사회상에 맞서 싸워나가기 시작한다.


  마인드 C 작가가 [이차원 개그]를 통해 강남을 성형미인의 상징으로 표현한 이후 쭈욱 관용어처럼 쓰인 강남미인은 외모지상주의 열풍에 대한 비판이자, 성형에 과몰입한 여성을 비꼬는 단어로 사용됐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성형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쌓아 피해자를 만드는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했다. 만화 [내 ID는 강남미인]에선 주인공 미래가 외모품평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성형을 했다고 표현하여 성형미인을 편견에 휩쓸린 피해자의 측면에서 묘사한다. 부담스러울정도로 큰 눈과 오똑한 콧날, 그리고 지나치게 날카로운 턱선을 통해 전형적인 성형 미인의 특징을 부각시키고, 이와 동시에 주인공의 서사를 강조한다. 서사에 공감하는 사람들에게 동시에 주인공의 모습이 부담스럽다 여기는 자신에 대한 자기 반성을 유도한다. 상당히 영리한 구성인데, 단순한 서사와 파격적인 설정을 통해 작품은 주제 전달을 효과적으로 이뤄냈다.


[웹툰 리뷰]내 ID는 강남미인! - 기맹기

  작품은 외모지상주의에 그치지 않고 사회에 만연한다고 하는 '여혐'문제에도 목소리를 높인다. 주인공 미래를 품평하는 주 대상은 같은 과 선배와 동기들이다. 지나치게 고쳤다며 미래에 대해 역겹다, 강남미인이다 같은 표현을 사용하며, 학생회실에서도 공공연하게 여성에 대한 외모 품평을 한다. 동시에 자신들은 남자니까 외모에 별반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말하며 여성과 남성에 분명한 우열을 둔다. 자극적이고 적나라한 대사를 통해 작품은 남성에 의한 여성의 피해를 강조한다.


  즉, [내 ID는 강남미인]은 성형미인을 외모지상주의에 탈출하려는 노력으로 보아 긍정하며, 이 성형 미인이 문제시되는 원인에 남성우월주의적인 사회 시선과 지나친 외모품평이 있다고 보고 있다. 사회 문제를 한 세대에서 고루 사용되는 용어의 의미 전환을 통해 비판하는 구성 면에서 [내 ID는 강남미인]은 칭찬받을 만한 작품이다. 하지만 작품의 서사면에서 [강남미인]은 완벽하게 사회를 풍자했느냐 묻는다면, 나는 고개를 가로 저을 수 밖에 없다.



  주인공 미래는 열등감과 외모품평 트라우마가 심각한 인물이다. 이 때문에 매사에 소극적이고 자기 주장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 이런 인물은 작품 내용을 주도적으로 이끌지 못한다. 주도적으로 이끌지 못하는 소극적인 인물이 주인공일때 작가는 보통 주인공의 조력자를 내세워 주인공을 보조한다. 작품 내에서 주인공 미래를 보조하는 인물은 잘생기고 쿨한 남성인 도경석이란 인물이다. 

[웹툰 리뷰]내 ID는 강남미인! - 기맹기

  이 때문에 이 작품이 취한 스탠스는 상당히 모호해진다. 외모지상주의와 남성에 의한 여성 혐오에 시달린 소극적인 인물이 잘생기고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편견이 조금도 없으며, 상대 여성의 요구를 무조건적으로 수용하는  남성과의 연애담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완벽한 인물은 작위적이다. 작품은 말그대로 그림으로 그려낸 듯한 남성상을 주인공 옆자리에 내세워 서사에 응용한다. 주인공이 위기 상황에 처하면 언제 어디서든 도경석이 등장하여 주인공을 구해내고, 주인공이 하지 못하는 사이다 발언을 절찬리에 쏟아내기도 한다. 내게 이런 캐릭터는 매일 아침 도시락을 싸들고 주인공 침대로 가서 직접 깨워주는 소꿉친구처럼 보인다. 도경석이 해내는 다소 지나쳐보일수도 있는 '사이다' 발언은 도경석의 외모 덕분에 매우 쿨하고 성깔있는 남성으로 포장되어 미래와 주인공에게 전해진다.


[웹툰 리뷰]내 ID는 강남미인! - 기맹기

  하지만 작품은 러브 코미디를 찍을 시점이 되면 갑작스럽게 카메라를 도덕책으로 전환하여 이건 여성에 대한 폭력이다. 라고 정색을 하기 시작한다. 이럴 때마다 나오는 얼굴 클로즈업과 진중하면서도 상당히 작위적인 운율로 이뤄진 대사는 작품의 몰입을 확 깨뜨린다. 이런 식의 연출은 작품의 주제에는 맞지만 작품 속 분위기와 이어 생각해보자면 상당히 이상한 연출일수밖에 없는 데, 작품의 전체 서사는 러브 코미디의 전형적인 모습을 그대로 따라가면서도 여자가 이끌려가는 사소한 상황 하나하나에 태클을 거는 셈이기 때문이다. 기존 러브 코미디의 전개는 두 사람 상호 간 감정이 있음을 전제로 하고 남성의 박력을 연출한다. [강남미인]은 이런 감정을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상황 자체만을 놓고 이건 폭력이라고 외치고 있다.


  작품의 서사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는 건 남자 주인공 도경석이다. 작품의 전개는 여자 주인공 미래의 성장보다는 남자 주인공 도경석이 어떤 방식으로 소극적이고 매사에 자신감없던 미래를 구해주고 '여성 혐오'에서 벗어나는 지를 다루고 있다. 이런 둘 사이를 방해하는 것은 여성에 대한 품평을 일삼고 저속한 발언을 쏟아내며 극단적으로 악행을 저지르고 다니는 인간 말종들이며, 극단적인 인물상만을 제시한 뒤 도경석이 후려패는 방식으로 작품은 여성 혐오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영화로 말하자면 샌드백만 2시간 동안 후려패고 챔피언 타이틀을 보여주는 [록키]다. 작품의 주제 의식은 대리 만족 이상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자기 자신도 모르는 새에 성형미인 미래보다 자연미인 도경석이 앞에 나서고 있었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란 언제나 힘들다. 놓친 사냥꾼에게 핀잔을 줄 필요도 없다. 아쉬웠단 한마디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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