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목걸이> 끈질기게 달라붙다
'개목걸이'라는 웹툰입니다. 아마 직접 보지 않았어도 들어본 분들은 꽤 많을 것 같아요. 유명한 작품이니까요. 리뷰글을 쓰는 시점에서는 완결이 난 지 조금 시간이 지났는데, 저도 초중반에 분량이 얼마 쌓이지 않았을 때 흥미진진하게 읽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왜, 그런 작품들이 있죠. 직접 읽어보면 분명 재밌는데, 내용이나 줄거리를 소개하면 무척이나 지루하게 느껴지는. 소개하는 이의 글재주나 말주변과는 별개로 그럴 수밖에 없는 이야기들이 종종 있습니다. '개목걸이'도 그런 측면이 있는데, 따라서 이번 리뷰에서는 간단한 줄거리 인트로와 함께 특장점을 위주로 다뤄볼까 합니다.
매력적인 인물들이 여럿 등장하는 웹툰입니다만 핵심 주연은 4명으로 압축될 수 있습니다. 작품이 시작하는 시점에서 오랜 연인관계였던 '윤성현'과 '성수민', 이 둘과 과거에 복잡하게 얽혀있던 '정다비', 그리고 그 다비에게 협조하며 모든 사건을 촉발시킨 '오소리'. 이렇게 넷입니다.
이야기는 성현과 수민이 선남선녀 커플로 잘 지내던 도중, 둘에게 과거의 어떤 원한 내지는 집착을 가진 다비가 소리를 꾀어내 성현과 소리가 성관계를 맺도록 유도하며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다비는 둘이 섹스하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찍어 그것을 수민에게 보내겠다며 성현을 협박합니다. 그녀가 성현에게 원하는 것은 절대적인 복종. 성현은 처음에는 다비에게 일방적으로 끌려가는 듯하지만 순순히 포기하지는 않아요.
이런, 벌써부터 실망하는 독자들의 표정이 보이는 듯합니다. 다시 한 번 강조드리지만, 고전적인 치정극 같은 설명과는 달리 재밌는 작품이에요. 취향에서 크게 어긋나지 않으면 분명 마음에 드실 겁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다소 진부한 시놉시스에도 불구하고, 개목걸이 라는 작품이 인기를 끌었던 데는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었다고 여겨집니다.
첫째, 작화가 무척이나 훌륭합니다. 뻔한 얘기죠. 그런데 꼭 언급을 하고 넘어가고 싶어요. 그림이, 뭐라고 표현하면 좋을까, 쫀득존득합니다. 19금을 지향하는 웹툰인 만큼 야한 것은 물론이고 인체 비례라든지 디테일한 사물·배경 묘사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퀄리티도 아주 좋아요.
인물 묘사는 두말할 것도 없는데 입체적인 인물들을 뒷받침하는 것은 당장 독자들의 눈으로 확연히 구분되는, 개성 있는 작화의 인물입니다. 한 명 한 명이 개성이 확실하고 감정이나 표정 묘사도 뛰어나고요. 섹스 장면이랄지, 일반적인 성관계에서 벗어난 성애의 묘사도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웹툰을 감상하는데 있어 작화를 두고 너무 편식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좋은 건 좋은 거니까요.
두번째로 '배덕적 재미' 혹은 '흥분'을 꼽을 수 있어요. 스토리를 간략하게 훑어보면 짐작할 수 있지만 상당히 질척질척한 내용입니다. 보편타당한 연애와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죠. 섹스와 이상성욕, 온갖 범죄행위(절대 과장이 아닙니다), 집착과 애증이 난무합니다. 퇴폐적 재미를 더하는 것은 나름의 현실성이에요.
물론 극단적인 사례이긴 하지만 현실에서도 충분히 있을 법한 일들이거든요. 단순히 사람이 많이 죽어 나간다든지 하는 식으로 시각적이고 물리적인 자극에 치중한 그런 작품들과는 궤를 달리합니다. 내용이 진행될수록 주인공 상현을 비롯해 그를 중심으로 여러 인물들이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어가는 듯한 느낌도 일품이고요.
세번째로, 소위 '섹스씬'이 흥분됩니다. SM적 양념이 가미되어서 그런건 아니고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작화도 뛰어나지만 이 작품은 '씬'과 '스토리'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은 인상이에요. 씬과 스토리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서 단순히 벗기고 흥분시키기 위한 장면이 아니고, 그 속에서 이야기가 진행되며 독자들을 몰입시키죠.
그렇다고 순수문학 같은 곳에서 볼 법한, 흥분을 배제한 묘사도 아닙니다. 오히려 짧지 않게 이어지는 씬 하나하나가 2~30p짜리 얇은 책에서는 느낄 수 없는 몰입과 흥분을 선사합니다. 작화가 뒷받침하는 동시에 무척이나 영리하고 잘 짜여진 서사 구조가 훌륭하게 기능하는 덕분이에요.
극찬에 가까운 평을 늘어놓았지만, 사실 대다수의 독자들에게 보편타당하게 추천할 만한 작품은 또 아니라는 생각도 들어요. 여러 가지 관점에서 객관적으로 퀄리티가 높은 성인 웹툰이라는 점은 이론의 여지가 없지만, 동시에 취향을 많이 타는 내용이거든요.
제가 세 개의 장점 중 하나로 꼽은 '배덕적·퇴폐적' 재미와 흥분은 독자에 따라 크게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부분입니다. 본인의 취향을 잘 감안한다면, 이런 종류의 내용에 크게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다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을 수 있을 겁니다. 웹툰 '개목걸이'는 이야기로서도, 성인물로서도 다방면에서 매력이 넘치는 작품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