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상구간] 옴니버스형 망상 퍼레이드
총 8편. 많은 분량은 아니죠. 그래도 리뷰를 쓸 수 있을 정도로 내용과 이야기의 목적을 대략적으로 파악하는데는 큰 어려움이 없는 정도입니다. 8편의 웹툰을 꼼꼼히 읽었는데도 도대체가 이게 무슨 작품인지 알 수가 없으면, 그건 그 만화가 도입부를 무의미하게 낭비했거나, 리뷰어가 만화를 볼 줄 모르거나. 둘 중 하나일 거예요. 비슷한 이유로 처음에는 '망상구간'이라는 웹툰을 읽으면서 조금 당황했는데, 이런. 이제보니 본격적인 옴니버스 구성이었습니다. 2편으로 하나의 이야기가 끝나고 3편부터 전혀 다른 인물들, 전혀 다른 이야기가 나오는 게 당연했던 셈이지요. 이래서 서사 매체를 감상하기 전에는 공식적인 소개문부터 숙지하는 편이 좋습니다.
망상구간은 옴니버스 성인 웹툰입니다. 제일 먼저 언급한 것처럼, 리뷰를 적는 시점에서 총 8편이 연재되었고요. 에피소드로 계산하면 3번째 챕터가 연재되고 있습니다. 회차가 더 쌓이면 보다 명확하게 알 수 있겠지만, 웹툰이 다루는 소재와 배경은 제법 다양해요. 서로에 대한 페티시가 맞아떨어져 결혼한 젊은 부부, 덜렁대는 미인 선배와 남자 후배가 오피스에서 찐하게 나누는 사랑 등등.
글을 적을 때마다 비슷한 얘기를 여러 번 했는데 옴니버스 형식의 이야기를 리뷰할 때 그 내용을 스포일러하는 것은 무례한 일이겠죠. 전체적으로 무난한 소재와 무난한 스토리 그리고 충분히 좋은 작화의 삼박자를 갖춘 작품입니다. 제목에서처럼 남녀 간의 그렇고 그런 일들은 통상적인 로맨스보다는 남성(혹은 여성의?) 성적 판타지에 가깝습니다만 딥-다크한 판타지와는 거리가 멉니다. 19금 소재의 성인 매체 중에서도 상당히 소프트한 편이라고 볼 수 있겠어요. 여성 인물들이 수동적이거나 평면적이지 않고 망상에 적극 참여하는 모습을 보이는 점이 마음에 들었고요.
내용을 질질 끌지도 않습니다. 대략 보여줄 것들을 다 보여준 다음에는 깔끔하게 다음 에피소드로 넘어가요. 그렇다고 일부 감질나는 성인 만화처럼 - 주로 일본 망가에서 그런 케이스를 많이 접한 것 같은데 - 인트로에서 기대만 잔뜩 키워놓은 다음에 허무하게 찍 싸버리지도 않습니다. 이야기를 보여주고 끝맺는 방식이 딱 적당하게 떨어지는 느낌. 옴니버스라면 마땅히 갖춰야 할 미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