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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주먹 - 우직하게 밀고 나가는 주먹 이야기

비오는밤에 | 2016-08-07 06:15

 

 

 

‘법보다 주먹이 빠르다’ 고 했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법을 아무리 공명정대하게 설계해도, 경찰들이 얼마나 신속하게 출동하든 간에, 주먹은 법보다 빠를 수밖에 없다. 실시간으로 전국민을 감시하고 범죄가 발생하는 그 즉시 제재가 가해지는 1984적인 장치가 만들어지기 전에는, 법은 주먹을 쫓을 수가 없다.

 

그래서 대중은 주먹에 맞서는 주먹을 원한다. 주먹에는 주먹으로 응징하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물론 현실에서 통제되지 않은 폭력이 난무하는 곳은 보통 사람이 살 만한 동네가 안 된다. 그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우리는 창작물에서나마 대리만족을 추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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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제갈주먹’ 은 단순하다. 속되게 표현하면 아주 쌈빡하다. 복잡하고 길게 설명할 내용도 없다. 주인공의 이름은 제갈주먹. 과거에는 다른 이름으로 불렸지만 이제 제갈주먹이다. 그는 폭력배 형을 두었고 조직의 일원이 되고 싶어 하는 철없는 고등학생이었지만, 형이 조직의 행사에서 살해당하자 복수를 위해 마찬가지로 폭력배가 되었다. 그러나 자신 또한 음모에 휘말려 팽 당한다.

 

형이 살해당한 전모를 알게 된 제갈주먹은 물론 복수를 원한다. 그는 간신히 죽음에서 살아나, 놀랍게도 줄기세포 실험(?)의 대상이 되는데, 그 결과 놀라운 괴력과 반사 신경까지 얻게 된다. 이제 그의 앞길을 가로막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만화를 그리는 작가나 독자나 내용을 고민할 필요도 더 이상 없어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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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은 단순하다. 그래서 매력적이다. 앞을 가로막는 적들을 하나씩 박살낸다. 망설임도 없고, 내적 고민도 없고, 법에 얽매이지도 않고(멍청한 경찰들이란!) 봐주는 것도 없다. 감정의 변화도 거의 없는 것 같다. 제갈주먹이 직접 언급한 것처럼 5년의 시간 동안, 무려 3년을 복수심에 미쳐 살았고 그것들을 내려놓은 후 다시 2년이 지났으니, 복수는 말하자면 의무가 되어버렸다. 거의 예외없이 무표정한 얼굴을 한 제갈주먹은 사정없이 깡패들을 개박살내며 그의 원수를 향해 다가간다.

 

묘사되는 폭력은 특별히 극단적이거나 잔혹하지는 않다. 가끔씩 사람이 죽거나 죽을 뻔 하지만 표현되는 수준 자체는 15금 조폭영화와 비슷한 수준이다. 선혈이 난무하거나 뼈를 부수고 살을 발라내는 과정을 상세히 그리지는 않는다. 그러나 싸움 자체는 매우 실감난다. 살과 살이 부딪히고 머리통에 발끝이 꽂히는 묘사는 인물들이 흘리는 땀내가 풍겨올 정도로 현실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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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적인 것은 매우 극화적인 그림체이다. 인물들의 피부, 주름, 근육, 눈코입이 다소 과장되었을 정도로 매우 세세하다. 그들이 짓는 표정 하나하나는 정말로 감정이 극단에 이른 순간, 혹은 주먹이 얼굴에 때려 박히는 그 순간을 초고속 카메라로 찍어낸 사진 같은 느낌이다. 대단히 개성적인 그림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작품이 가지는 한계와 장점, 그리고 작가가 생각한 재미를 정확히 인지하고, 또 그런 재미를 원하는 독자라면 충분히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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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최종보스이자 악역이 너무 허무하게 가버렸다는 것. 나름대로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악역 또한 인간의 궤에서 벗어나기까지 했는데, 졸개들을 때려잡는 과정도 몇 화를 할당하는 만화에서 너무 짧은 분량 안에 후다닥 끝내버린 게 아닌가 싶다. 조금 더 힘을 주어 처절하고 피가 튀는 전투를 그려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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