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모두에게 일상 : 생활툰_ 생활툰이 뭐요?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를 연속성 없는 에피소드 형식으로 풀어내는 에세이 풍 만화’, 생활툰. 일상툰, 혹자는 일기툰이라고도 부른다. 이것이 무엇인지는 누구나가 알고, 이것의 꿀 같은 재미도 안다. 알고, 즐겁게 읽어 왔으나 막상 언제 어디에서 시작됐는지 경계는 도대체 어디까지인지, 어떤 연유로 인기를 얻게 됐는지 뭐라 정의를 내려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저 한 번 재미있게 읽을 뿐이라 몰라도 그만이라 말하지 말자. 알면, 더 많이 볼 수 있다. ‘역사 기사, 보도 기사 따위의 문장을 쓸 때에 지켜야 하는 기본적인 원칙’인 5W1H에 맞춰 ‘이것’에 살을 붙이고 옷을 입혀보자. (다만, 여기서는 최초 연재 형식이 출판, 잡지 연재가 아닌 온라인 연재에 한정한다)
초창기 웹툰은 대부분 현재의 ‘생활툰’ 장르에 속한다. 가장 성공적인 생활툰 중 하나인 정철연의 <마린블루스>
누가 ; 그리기 시작했나
‘루나파크’, ‘스노우캣’등이 이른바 ‘웹툰’의 조상 격이자 ‘생활툰’ 장르의 효시로 꼽힌다. 아기자기한 일상의 단편, 재미있는 에피소드, 촌철살인의 한 마디를 자기 자신(루나파크) 혹은 고양이 캐릭터(스노우캣)을 내세워 이야기했다. 이후 자신을 ‘성게군’, 주변인들을 각종 해산물 캐릭터로 만들어 회사생활을 중심으로 자신의 일상과 취미, 생각을 그려낸 <마린블루스>가 개인 홈페이지에 연재, 현재까지 나온 수많은 생활툰에 영향을 끼쳤다.
언제 ; 시작 되었는가
1990년대 후반 나모웹에디터나 프론트페이지 등으로 개인 홈페이지를 보다 쉽게 제작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다. 개인 홈페이지는 자신의 취향을 드러내는 글과 그림, 음악들을 올리고 개인 작업물을 정리해두는 동시에 홈페이지를 찾는 사람들과의 소통의 장으로 두루 활용되었다. 망망대해 같은 인터넷에 겨우 개인 홈페이지 하나, 집요한 검색으로 사람들은 알아서 찾아들었다. 그 때까지 건재했던 하이텔, 천리안, 나우누리 등 PC통신으로 퍼져 유명해지기도 했다.
어디서 ; 독자들과 만나고 있나
초고속 통신망의 보급화가 가져온 PC통신의 몰락은 곧 대형 인터넷 커뮤니티의 발달로, 또한 강력한 검색엔진을 탑재한 포털사이트의 등장으로 이어진다. 인터넷에서 태어난 생활툰 역시 개인 홈페이지에서 커뮤니티로, 포털로 둥지를 옮겨간다. 수년 만에 포털사이트는 그 사이트 안에서 모든 것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터넷 세계의 공룡이 되었다. 이제 생활툰을 비롯한 어떤 만화로 데뷔하길 원하는 이들은 포털사이트의 ‘도전 만화가’ 코너에 자신의 작품을 연재한다. 담당자의 정식연재 제의 연락이 오길 기다리면서.
무엇을 ; 그리는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유용한 정보를 주는 천계영의 <드레스코드> 역시 생활툰이다.
처음에는 단순히 일상에서 일어나고 보고 듣는 모든 것에 촉을 세우고, 그것을 재미있는 한 편의 만화로 그리는 형식이 일반적이었다면 최근의 추세는 기존의 ‘자전적 이야기’ 기조를 유지하되 분야가 세분화 되고 있다. 싱글라이프, 결혼, 연애, 육아 같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비롯되는 에피소드를 주로 이야기 하거나 개나 고양이, 토끼, 새와 같은 반려동물 이야기, 본인의 기준에 부합하는 맛있는 음식 이야기, 다양한 문화장르에 대한 취향 드러내기보다 음악이면 음악, 영화면 영화 한 장르에 대한 자신의 시선을 담은 이야기, 혹은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정보전달 등이 그것.
어떻게 ; 지속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 되었는가
기존 만화잡지에서 보기 힘들었던 자전적 생활을 소재로 하는 만화가 웹툰 시장에서 환영받게 된 이유. 큰 이야기 줄기가 있고, 그 사이를 메우는 작은 이야기들이 얽히고 설켜 독자로 하여금 ‘다음 호’를 기대하게끔(그래서 지갑을 열게끔)만들 필요가 있었던 잡지 연재에 비해 웹툰은 이전 에피소드를 모두 보지 않아도 도중부터 얼마든지 재미있게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판매부수가 곧 잡지사의 수익이 되는 잡지연재의 구조와 포털의 연재와 수익의 구조는 판이하게 다르다. 이는 곧 연재처, 편집자의 개입이 얼마나 이루어지느냐 에도 영향을 끼친다. 조회수나 댓글, 평점에 대한 부담은 있겠으나 비교적 과감하게 작가의 스타일을 드러내기 좋은 환경이 조성됐다.
왜 ; 인기 있는가
‘공감, 그리고 교감’. 연재의 형식이나 수익구조 같은 건 차치하고, 순수하게 독자들이 생활툰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다. 누군가의 하루가 나의 그것과 같다면. 작가의 어떤 에피소드가 다름 아닌 내가 겪은 것과 같다면. 절절한, 하지만 표현력이 부족해 미처 정리하지 못했던 생각과 감정들이 만화가 되어 나와 준다면. 독자는 거기서 위안을 얻고, 동조하며, 내 일인 양 흐뭇해진다. 일면식도 없는 작가와 독자 사이에 ‘인연의 빨간 실’이 이어진 느낌이다. 교감은 양쪽으로 흐른다. 독자들이 남긴 공감의 댓글을 보며 작가도 자신의 이야기가 보편적이고, 공감을 이끌어낸다는 자신을 얻는다.
+ 변명; 한계는 어디까지 인가
육하원칙으로 설명할 수 없었던 한 가지. 생활툰의 한계를 어디까지로 보아야 할 것인가? 가령 작가 자신이 마루타(?)가 되어 자신에게 어울리는 옷입기 정보를 전달하는 만화 <드레스코드>는 생활툰인가? 일본의 한 마을에 조금 특이한 어린이로 살아가는 요츠바의 일상을 그린 <요츠바랑!>은 작가의 완벽한 창작물이니 생활툰이 아닌가?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은 실제 인물이 아닙니다만, 등장하는 가게는 모두 진짜 있는 곳입니다’라며 도쿄 곳곳의 맛집을 소개하는 요시나가 후미의 만화 <사랑이 없어도 먹고 살 수 있습니다>는 생활툰인가?
모두 생활툰의 범주에 든다고 말하고 싶다. ‘생활(일상)을 이야기하는’ ‘웹(카)툰’. 타 장르와의 경계선은 한없이 옅다. 픽션이 섞이면 생활툰이 아닌가. 그 어떠한 생활툰 작가도 1그램의 비약과 각색 없는 작품만을 그릴 순 없다. 그저 생활을 그리고 있긴 하지만, 모두가 작가의 상상력의 산물이니 생활툰이 아니다. 누군가의 일상과 중첩될 지도 모르는 가상의 일상, 이 또한 생활툰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필진 소개
출처 : 에이코믹스 주소https://acomics.webtoonguide.com/archives/566
윤태호 작가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