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와핑, 혼돈! 파괴! 스와핑!
제목은 '스와핑(Swapping)'이고 부제는 '스와핑 인 컴퍼니(Swapping in company)'입니다. 제목에 무척이나 충실한 작품입니다. 말 그대로 회사에서 스와핑하는 이야기죠. 스와핑이 뭐냐고요? 사전적으로는 '교환'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하지만, 영어권 국가가 아닌 한국에서는 성적인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두 쌍의 남녀가 각각의 파트너(아내-남편이든 남자-여자친구든)를 서로 교환하여 섹스를 하는 행위입니다. 스와핑이 범죄의 선을 넘지 않으려면 일방적이지 않고, 상호 합의가 전제된다는 점이 중요한데, 성인 매체에서는 합법의 범주에 머물러 있는 스와핑을 다루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어두운 길로 빠져버리는 케이스가 더 많은 것 같다는 개인적인 감상이 있습니다.
미영과 준호는 번듯한 대기업을 같이 다니는 사내 커플로, 많은 커플들이 그렇듯 시간이 지나면서 알콩달콩한 연애보다는 다툼이 늘어나고 있는 사이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준호는 상사로부터 은밀한 제안을 받게 되는데요.(참고로 1화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이 제안이란 그들이 다니는 회사에 골프나 등산도 아니고 '스와핑 동아리'가 존재하며, 미영과 준호가 여기에 가입하면 멀어진 사이도 다시 가까워질 수 있고(이 무슨 궤변인지!) 심지어는 상사들에게 점수를 따서 진급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겁니다. 전자는 쉽게 짐작할 수 있듯 그렇게 되지 않았지만 후자는 어느 정도 사실이었죠. 물론 순수한 이점이라기 보다는 '함정'에 가까웠지만 말입니다.
이상적인 - 이게 가능이나 한지 모르겠지만 - 스와핑의 정도(?)를 밟아서, 미영과 준호가 각자 다른 파트너와 관계를 맺으며 성적인 즐거움도 얻고, 서로에 대한 애틋함을 되찾는 그런 바람직한 변화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두 가지 원인이 있는데요. 역시 가장 큰 이유는 준호나 미영이나 스와핑을 쿨하게 넘길 만한 사이나 성격이 못 되었다는 점입니다. 제가 작품을 꼼꼼히 읽어본 결과에 따르면 주로 책임은 남자인 준호 쪽에 있는데요. 이 친구는 초반에 그럭저럭 괜찮은 인상을 주었던 것과는 달리 이중잣대와 책임 회피, 거기에 폭언과 폭력까지 휘두르는 거의 인간쓰레기급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상황이 여의치 못하고 가끔 가다 반성하는 것 같긴 하지만 글쎄요. 별로 응호하고 싶은 생각은 안 드는군요. 여자친구인 미영이는 어떤가 하면, 이쪽도 사실 크게 좋은 소리를 듣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주로 끌려다니는 쪽이긴 하지만 뭐하나 잘한 것도 없으니까요.
다른 하나는 '회사', 그것도 비공식적이라지만 '모임'이라는 형태를 갖추고, 인사에까지 개입하는 스와핑 장소의 문제입니다. 스와핑 상대가 직장 동료, 후배, 상사 라서 그렇고 그런 일들이 끝난 다음에도 어쩔 수 없이 얼굴을 마주해야 되는 건 차치하더라도, 이 회사가 엄청난 콩가루에요. 사내 스와핑 동아리의 존재까지는 그럴 수 있다고 쳐도, 이 동아리는 한 번 발을 들이면 쉽게 빠져나갈 수 없는 수렁과 같습니다. 높으신 분들이 여럿 포함되어 있어서, 스와핑을 그만두려고 하면 해고 위협에 앞으로 취직은 힘들 테니 퇴직금으로 가게나 차려야 된다는 협박을 아무렇지도 않게 일삼습니다. 어느 정도는 사실인 것 같기도 하고요.
그야말로 최악의 조건은 전부 갖춰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준호와 미영은 처음 제안을 받은 상사 커플(?) 외에도 무수한(?) 직장 동료들과 스와핑 관계를 맺게 되고, 그 과정에서 차마 눈뜨고 보기 어려운 갈등을 빚게되지만, 이제 스와핑은 단순히 두 연인 사이의 애정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위신과 지위가 걸린 치킨게임으로 변질됐지요. 회사에서 벌이는 스와핑이라는 소재에서 쉽게 짐작할 수 있듯, 인간의 밑바닥을 파헤치는 막장과 끈적끈적한 치정극의 향기를 물씬 풍기는 작품이고, 갈수록 폭주하고 있습니다만 이 한 가지는 확실하게 장담할 수 있습니다. 막장에는 막장만의 재미가 있는 법으로, 이런 장르를 즐길 줄 아는 독자라면 후회는 없을 겁니다. 반대로 체질에 맞지 않는 분들은 주의를. 그런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