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덴, 하드코어 판타지
'에덴'은 레진코믹스에서 연재되고 있는 '임인스' 작가의 신작입니다. 임인스 라는 이름은 제법 익숙하죠. 저도 그런데 작가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싸우자 귀신아'를 제밌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차기작인 '용의 아들 최창식'은 제대로 보지는 못했지만 비슷한 개그 코드를 공유한다는 감상은 접한 바 있습니다. 물론, 두 작품 모두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병맛 개그는 줄어들고 진중한 이야기의 비중이 커졌다는 사실도요.
레진에서 연재하고 있는 최신작 '에덴'으로 말할 것 같으면, 초반의 눈속임 같은 가벼움조차 완전히 날려버리고, 상당한 독기와 선정적인 묘사, 그리고 장엄한 서사로 새롭게 독자들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이야기는 주인공 '반 크루거스'가 인간의 원정대를 이끌고 '에덴'들의 영토로 침입하며 시작됩니다. 여기서 에덴은 인간과 공존했던 지성 생명체로, 인간의 모습과 동물의 모습을 오갈 수 있는 존재들입니다. 그들은 한때 인간과 평화로운 관계를 유지했지만, 현재는 치열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으며, 인간들에게서 사라졌다고 알려진 강력한 무구를 지닌 반은 이 전쟁을 끝나고자 에덴의 심장부에 당도합니다.
줄거리는 다분히 신화적입니다. 반이 헤라클레스처럼 영웅적 행보를 밟아 인류를 구원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 그럴 가능성도 있어 보이지만 - 인간과 에덴이 갈등하는 근본적인 원인, 반을 비롯해 등장인물들이 사고하는 방식, 종족과 핵심 인물들에 대한 설정 등, 이야기의 밑바탕을 이루고 있는 구조들이 마치 특정 종교의 창세기 내지는 민족 신화를 연상케 하죠.
한편으로 신화와 창세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원초적인 폭력이라면, '에덴'은 그조차도 충실히 재현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잔인하고 선정적인 장면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런 장면을 묘사하는 질감이 굉장히 거칠어서, 비유하자면 피가 뚝뚝 떨어지는 날것 그대로의 생고기와 같습니다. 아마도 적지 않은 독자들이 이 부분에서 진입장벽을 느끼게 될 것이고요.
신화 속에서 등장하는 영웅들은 아무리 인상적인 삶을 살아간다고 해도, 세계의 운명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이상 그 개인의 일생은 다소 흐려지기 마련입니다. 독자에 따라 감상은 다를 수 있겠지만 저는 그렇더군요. '반 크루거스'라는 인물 자체보다는 그가 이끌어 가는 세계의 결말이 더 중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아마도 '에덴'이라는 작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도 그 결말에 달려있을 테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