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매력, 분수를 모르고
주인공은 주차장에서 일하는 파견용역으로, 30이 넘은 나이에 여자친구도 없는 총각으로 옥탑방에서 홀로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구형 스마트폰이 오류를 일으키며 로또 번호와 관련된 화면을 띄우는데, 놀랍게도 이 번호는 미래의 당첨을 정확히 예지하는 것으로서 전형적인 흙수저의 삶을 살아가던 주인공은 순식간에 수십 억의 자산을 소유한 부자로 거듭납니다.
제목이 '돈의 매력'이고, 썸네일에는 여자가 셋이나 나와 있으니까, 로또 맞은 돈으로 좋은 차, 커다란 집, 그리고 여자들을 마구 꼬시고 다니는 그런 이야기로 생각하기 쉬운데요. 어느 정도는 비슷하지만 클리셰적인 그런 작품은 아닙니다. 일단 주인공부터가 오랫동안 소시민으로서의 삶에 익숙해진 터라 꿈에서도 못 만져보던 거금을 벌어들였지만 생활의 변화는 크지 않죠. 부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집과 차를 사고 싶어도, 뭐가 좋은지도 모르고, 사실 지금도 별다른 불만이 없으니까, 그냥 어영부영 넘어가게 되고, 직장은 다니던 곳이니까 계속 다니게 되는, 뭐 그런 상황입니다.
다만 주인공이 '돈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상대가 하나 있습니다. 같은 건물에 안내로 일하고 있는 '수정'이라는 아가씨인데요. 그녀의 아름다운 외모와 친절하고 상냥한 성격에 주인공은 꽤 오래 전부터 연정을 느끼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언감생심 오를 수 없는 나무라 여기고 그저 흠모할 뿐 감히 뭔가를 시도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었죠. 그러나 일회성 로또 당첨을 넘어 미래를 보는 기기를 얻음으로써 자신감을 가진 주인공은 수정에게 접근하게 됩니다.
주인공의 수중에 큰 돈이 생긴 덕분이든 간에, 아니면 넉넉해진 주머니 사정으로 자신감을 얻은 덕분이든, 그와 수정이 좋은 관계로 발전했다면 더할 나위 없는 해피 엔딩으로 끝날 수 있었겠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습니다. 주인공이 신묘한 능력을 얻어 범상치 않은 남자가 된 것처럼, 알고 보니 수정도 평범한 용역 아가씨가 아니었거든요.
그녀는 (평범했던)주인공으로서는 절대 감당할 수 없는 은밀한 비밀과 족쇄에 묶여있는, 사정 많은 여자였고, 이 사정이란 특히 '돈'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미래를 보는 기기를 갖기 전에는 넘을 수 없는 현실의 벽 앞에 좌절했을 주인공은 그러나 쉽게 포기하지 않고, 척 보기에도 위험할 것이 분명한 수정을 둘러싼 갈등에 휩싸이게 됩니다. 로또를 포함해 비정상적인 행운과 실력을 보여주는 주인공을 주목하기 시작한 '업계' 사람들은 그 덤이고요. 이쯤되면 제목은 '돈의 매력' 보다는 '돈의 마력(魔力)' 쪽이 더 적절하지 않나 싶습니다만, 모쪼록 터무니 없는 리스크를 감수하고 사랑을 쟁취하려는 주인공에게 행운을 빌어주는 것으로 리뷰를 마무리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