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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윗로드 - 달콤쌉쌀한 제빵의 길

누자비어스 | 2016-09-14 22:40

 

 

 

때때로 어떤 물건이나 음식, 향기, 노래 같은 것들은 전혀 상관없는 추억이나 기억, 감정을 연상케 한다. 너무 모호하거나, 반대로 너무 강렬해서 적절한 매개체 없이는 떠올리기 힘든, 혹은 떠올리기 싫은 과거가 누구에게나 있다.

‘빵’ 은 과거로 가는 길을 안내하는 좋은 길잡이가 될 수 있다. 맛은 물론이거니와 그것을 직접 만드는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반죽을 빚고, 빵을 굽는 정성이 오죽한가. 우리는 음식을 만들고, 또 맛보면서 추억을 회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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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스윗로드’ 는 제과, 제빵을 통해 과거를 극복하는 이야기다. 빵이라는 존재 없이는 옛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그리고 벗어나지 못했던 두 인물의 이야기다.

‘진주’ 의 아버지는 훌륭한 솜씨의 제빵사였지만, 진주가 어렸을 때 백화점(정황상 삼풍백화점으로 추정되는)에 새롭게 빵집을 열었다가 건물이 무너지며 사망한다. 진주의 집안은 기울어 버리고, 그녀의 삶은 완전히 망가져버린다. 누군가 지탱해 줄 사람도 없었던 듯 진주는 어설프게 폭주족 흉내를 내며 잘 타지도 못하는 바이크에 몸을 싣고 거리를 쏘다닌다.

이야기는 진주가 경찰서 정모에 초대받으며 시작된다. 같은 폭주족 동료(?)와 사소한 말다툼 도중 목각으로 뒤통수를 후려치는 바람에 수백만 원의 합의금이 필요해지고, 진주의 할머니는 진주를 ‘김영모 과자점’ 에 취직시킨다. 비록 둘이 같이 살고 있는 할머니에게 험한 말을 하고 경찰을 상대로 액션 영화를 찍으며, 위험한 폭력을 휘두르는 등 모범적인 막장 인생을 살고 있지만 최소한 자기가 싼 똥을 치우려는 의지 정도는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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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모 과자점의 점장은 (당연히도)‘김영모’ 로, 한국에서 손꼽히는 제과제빵의 명장이다. 점장은 기묘한 제안을 진주에게 건네는데, 1년 이후 있을 ‘국제 기능 올림픽 대회 - 제과제빵 분야’에서 진주를 ‘보조’ 로 데려가겠다는 것이다. 1년 동안 그의 빵집에서 일하며 제과제빵을 배워 보조로서 참가하라는 것이 김영모의 조건이었다.

과자점에는 이미 많은 (제자 비슷한)파티쉐들이 일하고 있고, 되도 않는 낙하산인 진주를 순순히 받아들일 리 없다. 단순히 일을 배우러 왔다고 해도 그럴 텐데, 당장 1년 후에 있을 중요한 대회에 보조로 참가할뿐더러, 무엇보다 진주 본인의 태도부터가 싸가지 없는 건 차치하고 빵을 배우는 데도 열정이 없다. 파티쉐들이 반발하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하다. 김영모는 점장의 권위로 반발을 찍어 누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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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자체는 상당히 전형적이다. 진주와 김영모의 과거, 그들이 만나는 방식, 또 둘이 아픔에서 벗어나는 방식에 이르기까지. 하지만 부드럽게 이어지는 전개와, 현실의 상처 입은 사람들처럼 애꿎은 사람에게 화를 내고, 그러면서도 스스로 죄책감을 가지고, 홀로는 서지 못하는 진주가 그녀에게 큰 빚을 진 - 합리적인지 여부를 떠나서 ‘김영모’ 와 ‘진주’ 는 둘 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 김영모를 만나 성장하는 모습은 감동적이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과거를 망친 원인과 상처를 치유하는 수단, ‘제과제빵’ 이 같다는 것이다. 사실 당시의 사고가 제과제빵 탓이라는 것은 말도 안 된다. 그러나 사람의 심리가 어디 그러한가. 부모의 죽음과 같은 잔인한 경험과 연관되어 있다면 뭐든지 배척할 것이다. 그래서 진주가 빵을 굽는 것은 그 행위에서 즐거움을 느끼고 삶의 보람을 찾는 동시에 과거의 굴레에서 해방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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