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 딸내미, 알고보니 인간극장
가끔씩 이렇게 기분 좋은 반전을 선사하는 작품들이 있습니다. 19금 웹툰 중에 특히요.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고 보았는데,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훌륭한 퀄리티를 뽐내고 있는 셈이죠. '집주인 딸내미'라는 웹툰도 그랬습니다. 19금 성인물이고, 그렇고 그런 장면들도 무수히 나오지만 단순히 원초적인 목적에 올인한 그런 만화는 아니었어요.
줄거리는 사실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건 그냥 '사람들 사는 이야기'에요. 그것도 꽤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대중의 이야기죠. 시대적 배경은 조금 과거입니다. HOT와 젝스키스가 여고생들 사이에서 경쟁하는 그 즈음입니다.
제목인 '집주인 딸내미'는 주인공 준표 입장에서 (아마도 여주인공에 해당되는)'달리'를 이르는 말입니다. 달리의 아버지는 일대의 상가와 주택을 모두 소유한 땅부자이고, 준표는 달리 부녀가 살고 있는 집의 아랫층에 세를 주고 있는 세입자이죠. 준표와 달리는 소꿉친구이지만 가정 환경은 크게 다릅니다. 이때 당시로서는 그렇게까지 드문 사례도 아닐 듯한데, 준표의 집은 아버지가 산업재해로 장애인이 되면서 극도로 어려운 사정입니다. 반면에 달리는 손꼽히는 부잣집 딸로, 요즘 표현으로는 금수저에 해당되지요.
대체로 사회적 배경을 반영하기 쉬운 학교에서도 준표와 달리의 위치는 극과 극입니다. 부잣집 딸내미에 얼굴도 예쁘고 성숙한 몸매까지 갖춘 달리는 예의 잘 나가는 일진그룹에 속해 있고, 그중에서도 아마 학교 짱 비슷한 존재인 '하태수'의 여자친구이기도 합니다. 반면에 준표는 이들 불량배 그룹에서 툭하면 얻어맞으며 따돌림을 당하고 있죠. 달리도, 집 안에서는 친밀하게 대하고 그와 성적인 행동을 하는 것과 달리 준표를 무시하고 냉랭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준표, 달리, 태수 외에 핵심 인물이 있다면 달리의 아버지와 다방레지 '현아'입니다. 달리의 아버지는 일찍이 아내를 잃고 아내의 젊은 시절을 꼭 닮은 현아에게 크게 집착하고 있고, 한편으로 현아는 준표와도 적지 않은 친분관계를 이어가고 있으며 이는 또 달리의 질투를 불러오기도 하죠.
앞서 언급했듯 '집주인 딸내미'의 줄거리를 조금 거칠게 요약하자면 '사람 사는 이야기'입니다. 준표와 달리를 중심으로, 달리의 아버지, 준표가 선망하는 그리고 달리의 아버지가 아끼는 다방레지 현아, 달리의 남자친구이자 준표를 따돌림 시키는 태수 등이 서로 충돌하며 벌어지는 이야기죠. 리뷰 제목에 '인간극장'이라는 단어를 쓴 것처럼 극적이고 비현실적인 요소는 거의 없습니다. 반대로 현실적이고, 우리 주변에서 수없이 일어났을 법하며, 구질구질한 사건의 연속이죠. 지금보다 약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고, 철없는 소년소녀가 끓는 피를 주체 못하는 시대니까,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입니다.
작품은 19금 딱지를 달고 있고 섹스 장면이 (엄청나게)많기도 하지만 꼭 그런 관점으로 볼 필요는 없겠죠. 주인공 준표가 맞이하는 불친절한 세상, 생각없이 날뛰는 철없는 청소년들, 어려움 속에서도 인간미를 잃지 않은 일부 어른들, 그런 것들이 조화를 이루어서 비록 짠내 나지만 쉽게 놓을 수도 없는 맛깔나는 이야기를 지어내고 있습니다.
- 2018 / 06 /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