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모, 끈적한 욕망
윤희는 부유한 배경을 갖춘 남편과 행복한 부부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남편과 아내, 둘 사이의 관계에만 한정한다면 말이죠. 자상한 남편은 그녀를 한없이 사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윤희에게는 남모를 고민이 있습니다. 바로 임신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이죠. 남편은 아이가 없어도 상관이 없다며 윤희를 위로하지만, 문제는 시어머니의 압박에 있습니다. 시어머니는 아주 간절하게 손자를 보고 싶어하고, 비록 남편의 두둔이 있으니 조선시대나 20세기 초도 아니고 아들을 못 낳는다고 쫓겨날 리는 없겠지만, 유산이 걸려있다면 얘기는 달라지겠죠. 게다가 시누이는 아들을 보았고, 윤희는 이로 인해 유산을 모두 빼앗기는 것을 극도로 염려하고 있습니다.
웹툰의 제목에서 쉽게 짐작할 수 있듯 윤희는 시어머니를 설득하는 대신 '대리모'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됩니다. 소개를 받아 찾아간 전문가의 사무실에서 윤희는 '하은'을 우연히 마주하게 되는데요. 윤희는 단숨에 하은이 자신과 꼭 빼닮았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이런저런 만류에도 불구하고 하은을 대리모로 들이게 됩니다.
이 '하은'이라는 인물도 평범한 배경의 소유자는 아니에요. 그 반대죠. 룸살롱에서 몸을 팔고 있는 데다 악질적인 업주에 묶여 일방적인 폭행과 학대를 받으며 어떻게든 한국을 벗어날 궁리만 하고 있던 와중이었는데, 거금의 보상과 포주의 추격까지 피할 수 있는 장소(윤희의 집)까지 마련되니 망설임 없이 대리모 역할을 자처하게 됩니다.
남편은 다소 우유부단한 성격으로 처음에는 대리모의 존재를 강하게 거부하지만 윤희의 간곡한 설득에 이내 납득하게 됩니다.
그 다음으로 벌어지는 이야기는 19금 웹툰이라는 장르를 감안하면 대략 짐작할 수 있는 대로입니다. 단순히 젊은 대리모가 남편과 섹스하는 게 전부는 아니에요. 썩 나쁘지 않은, 이야기의 흥미를 돋울 만한 양념이 적절하게 뿌려져 있죠. 이를 테면, 하은이 집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벌써부터 다른 마음을 먹은 것처럼 보인다던가, 눈썹 하나 깜짝하지 않고 사람을 죽일 것 같은 조폭이 사라진 하은을 쫓고 있다든가 하는 것들입니다.
소재나 줄거리 자체는 크게 특이할 게 없지만 한 가지 짚고 넘어가자면 작품의 질감이랄지, 분위기랄지 그런 부분이에요. 결코 유쾌하거나 가볍지 않고 성애 장면을 마음편히 즐길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습니다. 거칠고 불쾌한 욕망이 가감없이 드러나고, 이러한 감정들은 현실의 위력행사로 이어져요. 이런 특징을 장점으로 받아들이는 분들도 있을 테고, 반대로 거부감을 느끼는 독자들도 있을 겁니다.
- 2018 / 06 /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