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트홈, 강력한 재미를 보장함
현수는 어떤 트라우마로 인해 학교도 가지 않은 채로 방에 틀어박혀 폐인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현수의 부모님과 여동생이 그를 놓고 여행을 가다가 - 물론 현수를 따돌린 것이 아니라 현수가 제안을 거절했죠 - 교통사고를 당해 모두 목숨을 잃고 맙니다. 정신적 질환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졸지에 고아가 되어버린 현수는 집을 팔고 더 저렴한 오피스텔로 이사를 가게 되죠. 현수에게 닥치는 시련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는데 가족을 잃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말 그대로 세상이 망해버리고 맙니다. 사람들은 아무런 징조도 없이 갑자기 괴물 비슷한 존재로 돌변해 같은 사람들을 죽이고 다니고, 거리는 순식간에 쑥대밭으로 변해버렸습니다.
줄거리 설명은 여기까지. 줄거리를 늘어놓는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을 뿐더러, 분량 자체는 적은 편은 아니지만, 사실 내용 전개는 그리 많이 진행된 편이 아니라 적고 싶어도 적을 게 마땅치 않습니다. 재미도 없고 의미도 없는 줄거리 소개는 이만 줄이고, 웹툰 '스위트홈'의 특장점에 대해서, 이 작품을 수작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이유에 대해서 보다 자세히 살펴보지요.
첫번째로 '연출'을 짚고 넘어가고 싶습니다. 변이가 시작되고 괴물이 첫 등장하는 극초반부까지만 보더라도 대부분이 공감할 만한 장점이죠. 단순히 괴물로 변한 사람을 무시무시한 작화로 그리기 때문은 아닙니다. 물론 작화도 밤에 불끄고 보기에는 좀 꺼려질 정도로 살벌하긴 한데, 징그러운 그림으로 시각 테러를 저지르는 게 전부인 비겁한 방식은 아니죠. 쉽게 말해서 연출이 뛰어납니다. 이건 리뷰글에서 활자로 설명하기는 조금 어려운데, 왜 좋은 평가를 받는 영화에서 유명한 장면들이 유튜브 등에서 (불법으로)클립이 되어 돌아다니지 않습니까. 그런 느낌입니다. 주인공 현수에게 위기가 닥쳐오는 과정, 컷 하나하나의 배치, 적재적소에 튀어나오는 끔찍한 괴물들까지. 초반부가 지나서 러브크래프트식 호러물의 색채가 옅어지면(그리고 독자들도 상황 인식을 마치고 나면)이런 장점은 조금 사라지긴 하지만, 그래도 작가의 실력이 어딜 가지 않으니 루즈한 연출로 인해 지루할 걱정은 없다고 봐도 좋습니다.
다음으로 꼽을 수 있는 장점은 역시 '캐릭터'에요. 적지 않은 수의 인물들이 등장하고, 제한된 상황과 공간에서 여러 사건들이 벌어지는데, 캐릭터의 완성도가 일품입니다. 당장 주인공 현수부터가 그렇죠. 단순히 배경설정만 놓고보면 그리 특이할 게 없지만 앞서 언급한 훌륭한 연출 솜씨에 입체적인 면모를 뽐내며 독자라면 누구나 응원하게 되죠. 현수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주조연들이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모두 매력적이고, 인간미를 느낄 수 있는 잘 만들어진 캐릭터들입니다. 숨겨진 욕망이 극에 달하면 괴물로 변한다는 설정이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대단히 영리한데, 아무래도 인물들의 개성을 극대화 시키기 딱 좋은 면이 있으니까요. 심지어는 작중에서 사람들을 파리 목숨 취급하는 변이된 괴물들마저('연근이' '근육이' etc..) 제대로 된 대사도 없이 워낙 개성이 넘쳐서 독자들의 지지를 이끌어낼 정도이니 말 다한 셈입니다.
마지막으로 떡밥을 뿌리는 솜씨에 대해서도 칭찬하지 않으면 많이 아쉬울 것 같아요. 역시 좋습니다. 몇 화 내지는 몇십 화 이후 벌어질 위기나 변화를 암시하는 것부터 주인공 현수의 예정된 파국과 위기, 그리고 과거에 이르기까지, 이야기 자체의 재미도 뛰어나지만 독자들로 하여금 다음편을 궁금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습니다. 아직까지 본격적으로 회수된 떡밥은 거의 없지만 전작인 '후레자식'을 떠올려 보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테고요.
사실, 특정 웹툰의 '재미'를 리뷰글로 설명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나름대로 리뷰어로서 느낀 장점들을 최대한 설득력 있게 설명하려고 노력했지만, 백문이 불여일견(百聞而不如一見)이라. 재밌는 만화를 애타게 찾고 있는 독자분들은 당장 네이버로 달려가시기를 권하겠습니다.
- 2018 / 06 /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