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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 - 죽지 않거나, 무한한 돈이 샘솟거나

누자비어스 | 2016-09-21 20:47

 

 

 

 

인간에게 어느 날 갑자기 초인적인 힘이 주어진다면, 그는 어떻게 행동할까. 이런 의문은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법하다. 아마 능력을 얻게 된 사람의 성격이나 그가 처한 제반 상황에 따라 많은 차이가 날 것이다. 일반론을 제시할 수는 있겠지만 섣불리 단언할 수도 없다.

 

웹툰 ‘좌우’ 에서는 근거를 알 수 없는 확신을 가진 초월자들이 등장한다. 이 둘은 펑퍼짐한 로브를 둘러쓰고 있고 괴이하게도 머리의 앞뒤에 각각 다른 얼굴, 인격이 붙어 있다. 한 회에 걸쳐 소개한 과거에 따르면 일종의 관리자에 가까운 신(神)이었던 모양이지만, 그보다 높은 위치의 신에게 불경을 저질러 하늘에서 쫓겨난 모양이다. 과거를 소개하는 데 들인 정성에 비하면 의아할 정도로 없어도 별 상관이 없었을 일종의 맥거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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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흉측한 몰골에 천상에서 추방당했다지만 둘은 여전히 인간의 입장에서 보면 전능(全能)한 힘을 가진 초월적인 존재이다. 하지만 둘은 전능할지언정 전지(全知)하지는 않은 것 같다. 세상만사를 꿰뚫어 본다면 막장을 달리고 있는 두 주인공에게 불사(不死)와 마르지 않는 돈이라는 대단한 능력까지 부여하며 ‘내기’ 를 할 리는 없을 테니 말이다.

 

처음 등장할 때부터 상당히 맛이 가 있는 폭력 형사 ‘허대수’ 와 전직 재벌회장 ‘이대균’ 이 신들의 장난의 대상이 된 장본인이다. 둘은 시작부터 상당히 곤란한 상황에 처해 있는데, 형사 허대수는 마약 조직의 소굴에 무모하게 홀로 뛰어들었다가 칼침을 수십 차례 맞고 회생 불능한 부상을 입었으며, 이대균은 수천억의 재산가였지만 부인과 정부의 음모에 회장 자리에서 쫓겨나고 통장에 남은 돈은 달랑 백여 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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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모를 흉측한 신은 허대수에게 불사, 말 그대로 어떤 부상을 당해도 죽지 않는 능력을, 이대균에게는 돈을 뽑을수록 오히려 금액이 늘어나는 현금카드를 선사한다. 두 신은 아마도 허대수와 이대균이 어떻게 행동할 것이다, 라는 가정을 두고 어느 쪽이 맞고 어느 쪽이 틀리는지 내기를 벌이는 모양이었다.

 

욕망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현실의 인간에게 갑작스럽게 등장한 신, 혹은 그에 준하는 누군가가 권능을 부여하고 인간이 그것을 행사하는 이야기는 분명 흥미롭고, 다양한 의미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좋은 소재이다. 웹툰 ‘좌우’ 에서도 그런 이야기를 목표로 한 것 같지만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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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작중에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허대수’ 에 대한 설명이 너무 늦게 나왔다는 것이다. 형사, 그것도 일선에서 흉악범들과 난투를 벌이는 강력계 형사에게 불사의 몸이 주어진다면 누구나 그가 범죄를 해결하는 데 그 능력을 요긴하게 사용하리라 생각할 것이다. 아마 허대수에게 능력을 준 이들도 그렇게 예상했던 것 같다.

 

그런데 허대수는 범죄자를 때려잡고 정의사회를 구현하기는커녕 자신의 능력을 시험하기 위해 무고한 피해자를 양산하고, 습격자를 잔인하게 살해하며 - 정당방위는 ‘저 놈이 나를 죽이려고 했으니 내가 쟤를 죽여도 죄가 안 됨’ 처럼 광범위하게 허용되지 않는다 - 나중에는 심지어 이 사실을 숨기고자 자신의 동료와 아무 상관없는 시민을 해치기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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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불사의 몸을 가진 형사가 반드시 본인의 직업에 충실해야 된다는 법은 없다. 전혀 반대되는 내용이 오히려 더 흥미로울 수 있다. 예를 들어 더 이상 쥐꼬리 월급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며 형사를 때려치우고, 역사에 길이 남을 무적의 차력사로 전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좌우’에서 허대수는 그런 수준을 넘어 잔인하고 폭력적인 범죄를 마구잡이로 저지르고 다닌다.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형사였던 인물이 이렇게 돌변하려면 충분한 설명이 필요하다. 유감스럽게도 이런 설명은 작품이 끝날 때야 등장하며, 여기에 경찰들이 범죄자를 추적, 검거하는 방식을 가장 잘 알고 있을 현직 형사가, 어째서인지 저지르는 범죄마다 빈틈투성이에 흔적을 잔뜩 남기는 허술함까지 보여 더욱 독자들을 당황하게 만들고 있다.

 

전직 재벌회장 ‘이대균’ 이 무한한 부(富)를 얻고 보여주는 행적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둘이 우연한 기회에 만나 신들의 예상을 벗어나 일이 꼬이는 전개도 영리하다. 거친 질감의 그림체는 폭력적인 내용과 잘 어울린다. 하지만 작품에서 가장 큰 분량을 책임지고, 또 주제 의식을 표현했어야 할 허대수의 행동방식을 납득시키는 데 주의를 기울이지 못한 점이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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