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kg을 위하여, 나 자신을 위하여
주인공 '홍오수'는 외모에 관심이 많은 여대생입니다. 그녀는 객관적으로 봤을 때 비만이나 뚱뚱한 체형과는 거리가 멀지만, 자신의 몸매에 대해 상당한 컴플렉스를 갖고 있습니다.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본질적으로는 우리 사회가 이상적으로 여기는 여성의 신체에 대한 기준이 비정상적이기 때문이겠지요. 여느 평범한 학생들처럼 맛있는 음식을 좋아하고 힘겨운 운동을 그리 좋아하지 않은 오수는, 자신과 비교되는 멋진 몸매를 자랑하는 친구들과의 비교, 그 외에 이런저런 불쾌한 사건들을 겪으며 다이어트를 결심하게 됩니다.
리뷰글을 쓰는 입장에서 다소 조심스러운데, 워낙 민감한 이슈라서 그렇습니다. 제일 먼저, 다이어트를 실제로 시도하는 분들을 위한 정보성 웹툰은 아니에요. 그렇다면 딱히 조심스러울 필요도 없겠죠. 다이어트를 강요하는 것은 당연히 문제지만 그렇다고 스스로 다이어트를 하겠다는 사람에게 하지 말라며 역으로 강요하는 것도 문제일 테고, 정보성 웹툰은 그런 분들을 위해 논란의 여지가 없이 충분히 존재의의를 충족할 수 있으니까요. '5kg을 위하여'는 확실히 그런 종류는 아닙니다.
비록 저는 여자도 아니고 다이어트와 평생 인연이 없는 몸이긴 합니다만, 가장 널리 알려진 (다이어트에 관한)정보성 웹툰인 다음 '다이어터'와 비교해 보면 명료해 집니다. '5kg을 위하여'에 나오는 다이어트에 관한 팁이라고 해봤자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반론 정도가 전부이고, 이 웹툰을 보고 뭔가 구체적인 정보를 얻는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잘못된 정보를 전파하거나 뇌피셜을 근거로 썰을 풀지도 않아요. 애초에 그런 목적의 창작물이 아닌 겁니다.
'홍오수'라는 인물에 대해 다시 한 번 살펴보지요. 오수는 다이어트를 필요로 할 정도로 살이 찌지 않았고, 대인관계에 크게 문제가 있어 보이지도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다이어트라는 고난한 행군에 뛰어듭니다. 사실상 반쯤 강요당한 셈이죠. 더 잘난 친구들과의 비교, (조금)살이 있는 것을 죄악으로 여기는 듯한 사회적 풍조, 비정상적으로 마르고 특별히 예쁜 몸매를 당연한 것처럼 보여주는 대중 매체 따위에 의해서요. 이건 분명 바람직한 과정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오수 자신한테도, 보편적인 관점에서도요.
작품은 이를 부정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초중반의 분량을 대폭 할애하여 이를 강조하죠. (오수와 마찬가지로)TV에 나오는 아이돌과 같은 몸매를 갖지 못할 대다수 독자들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정도로 설명하고 보여줍니다.
하지만 동시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시작된 오수의 다이어트를 무작정 부정적으로 그려내지도 않습니다. 제가 리뷰글을 '나 자신을 위하여'라고 적은 건 그래서에요. 우리 모두가 물질과 외향에 대한 집착과 편견, 그릇된 판단기준에서 전적으로 배제할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을 수가 없겠지만, 현실적으로 이는 어려운 일입니다. 왜냐하면 그런 것들은 대체로 인간의 본능에서 비롯되어 사회적으로 아주 오랜 시간동안 축적되어 온 결과물이기 때문이죠. 심지어는 그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조차 억압된 틀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5kg을 위하여'는 말하자면 일종의 타협안을 제시한 셈입니다. 비록 잘못된(오수의 잘못은 아닙니다) 이유로 다이어트를 시작했다고 해도, 그건 결국 오수 자신을 위해서라는 거죠. 물론 오수가 정말로 다이어트를 성공할지, 그리고 성공한다고 해도 실제 행복과 자존감을 찾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오수의 다이어트 결과가 어떻게 될지, 그 결과로 인해 그녀가 어떻게 변할지, 마지막으로 변화를 어떻게 평가할지. 그 모든 것들은 이제 독자가 직접 확인하고 평가해야 될 몫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