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스 선녀 - 전前 폭력 주부의 액션 활극
같은 사건의 당사자라도 각자 위치한 자리에 따라 그들의 기억과 감정은 크게 다를 것이다. 폭력이나 괴롭힘 같은 극적인 행위를 동반한 사건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존재이니 당연한 일이지만, 존재가 당위를 창출하지 못하기 때문에 ‘옳은’ 현상이라고 볼 수는 없다.
웹툰 ‘미세스 선녀’ 는 입장에 따른 괴리 중에서도 그 차이가 가장 극명한 ‘가해자-피해자’ 관계를 다룬 창작물이다. 학창 시절의 괴롭힘과 폭력은 철없는 시절의 추억이라고 미화할 수도 있겠지만, 피해자들에게는 그 당시에는 물론이거니와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평생 잊혀지지 않는 트라우마로 남을 수도 있다.
주인공 ‘선녀’ 는 학창시절에 잘 나가던(?) 일진 날라리였지만 결혼을 하고부터는 현모양처로 거듭났으며(?) 자신의 과거를 필사적으로 숨기고 있다. (잘 생긴 것 같진 않지만)친절하고 푸짐한 남편과 한창 때의 선녀를 꼭 빼닮은 성격 더러운 딸내미와 함께 알콩달콩 지내고 있다.
작품의 초반은 개그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일회성 에피소드로 채워져 있다. 주인공 선녀는 일단 과거를 숨긴다지만 성격이 어디 가지 않고, 싸움 실력도 만화적 과장이 상당부분 포함된 채로 강력하기 때문에, 길에서 불량배들을 만나 삥을 뜯길 때 남편 앞에서는 조신한 척하지만, 남편이 기절하자 일고여덞 명의 남자 고등학생들을 때려눕히는 무시무시한 실력자다.
중반까지의 에피소드는 연결고리가 희미하고, 가벼운 이야기들은 대략 이런 내용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남편 몰래 불량배들을 때려눕히거나, 조카가 공부를 위해 집에서 잠깐 지내게 되자 이 싸가지 없는 조카의 언행에 깊이 분노하면서도 간신히 참거나, 그러다가 또 알고 보니 조카가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고 있자 팬티를 뒤집어쓰고 괴롭힘의 주동자들을 박살내고 조카를 수련시킨다며 육체적으로 혹사시키는 꼴이다.
한편으로 번잡한 사건이 벌어지는 와중에 일관되게 강조되는 것은 선녀가 과거의 자신을 ‘미화’ 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녀는 소위 노는 아이였지만 최악의 수준은 아니었던 것 같다. 하긴 주인공의 과거가 그 정도로 개판이었다면 선녀가 속죄를 위해 면벽수행이라도 하지 않은 이상에야, 만화가 진행될 수는 없겠지만, 하여튼 최악은 아니었다고 해도 힘없는 아이에게 경우에 따라 폭력을 휘둘렀던 막장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학창시절에 선녀에게 견딜 수 없는 끔찍한 가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그러나 정작 선녀는 기억하지 못하는 ‘도향’ 이 선녀의 딸을 납치하면서 시작된다. 선녀는 주변의 도움을 받아 딸을 쫓는다.
특징이나 장점에 대해 간단하게 언급하자면, 일단 전투 장면이 만화적 과장이 - 사실 선녀의 전투력 자체가! - 섞여있으면서도 상당히 디테일하게 묘사되는 것이 인상적이다. 선녀가 자신보다 수십 kg은 더 나가는 장정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쓰러뜨리는 점을 제외하면, 전투 장면은 현실적이고 박력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주제의식의 표현과 중후반의 내용 전개는, 스포일러를 피하는 전제 아래 평해보자면, 모범적이고 올곧은 전개와 메시지의 전달이었다, 하지만 피해자이자 가해자인 ‘도향’ 이 겪은 고통이 작품 전반의 분위기와 그것을 직간접적으로 초래한 (선녀를 포함한)여러 인물들이 겪은 결말에 비해 지나치게 심각했기에, 후기에서 작가가 언급한 것처럼 독자들의 반발과 비판을 샀던 게 아닌가 싶다. 특히 돌이킬 수 없는 종류의 고통이라서 더욱 그렇다. 이 부분을 조금 더 신경 썼으면 전체적으로 완성도가 올라갔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