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령, 좀비와 이능력
미시령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강원도 태백산맥을 넘어가는 고개 중 하나입니다. 저도 어릴 적에 속초에 있는 외가에 가기 위해 아버지의 차를 타고 미시령 꼬부랑길을 올라갔던 기억이 나요. 어린 마음에도 제법 무서웠지요. 요즘에는 - 요즘이라고는 해도 10년도 전의 이야기지만 - 터널이 뻥 뚫려서 아버지들이 담력과 운전 실력을 시험받지 않아도 된다고 합니다. 웹툰 '미시령'에 등장하는 미시령은 산을 파서 구멍을 낸 터널보다는 옛날 고갯길처럼 보여요. 제가 운전과 자동차, 공도 상태에는 조예가 없어서 틀렸을 수도 있겠지만요.
미시령은 좀비물입니다. 주조연이 다니는 학교의 학생들이 수학여행을 떠난 미시령에 좀비들이 개떼 같이 나타나서 사람들을 물어뜯어 죽이죠. 이건 스포일러라고 할 수도 없는 게 첫 좀비와 첫 사망자는 1화만에 나오거든요.
좀비물이라는 건 사실 대중들에게 널리 합의되어 있는 '좀비'라는 괴물들이 등장하기만 하면 성립하는 장르니까, 우리는 좀비물이라는 큰 장르 안에서 다시 세부 장르를 구분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미시령'이 어느 쪽인가 하면, 여기서 좀비는 엄밀히 말하면 메인 빌런이라기 보다는 일종의 '잡몹'에 가까워 보여요. 왜냐하면 주인공이 1화에서부터 등 뒤를 보는 이능력을 보여주는가 하면, 조금 지나니까 하반신이 뱀처럼 변한 좀비에 빙의하는 능력자까지 등장하거든요. 쉽게 말해서 <워킹데드>처럼 총칼과 냉병기로 좀비들을 쳐죽이고 인간 무리끼리 죽이고 죽이는 그런 하드코어한 좀비물은 아니라는 거죠.
이능력물로서 어떤가 하면 조금 더 지켜봐야 될 것 같습니다. 전반적인 작화의 수준이라든지 전투 묘사, 초반부 전개를 이끌어 가는 역량 등은 크게 나무랄 곳이 없어 보이고요. 슬슬 좀비가 발생하게 된 원인, 좀비와 비슷한 이능력을 쓰는 인간들의 정체, 주인공 강산을 둘러싼 비밀 등이 하나둘 밝혀질 시점인데, 필자는 호기심을 품은 채로 한동안 더 따라갈 생각입니다.
- 2018 / 08 / 14
P.S.
작품은 2016년 네이버 대학만화 최강자전 3위에 오른 수상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