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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인어, 그리고 판타지 "사이렌"

오지상 | 2016-06-26 04:39

 

 

 

주의. 사이렌은 물론 비상시 요란한 소음을 토해내는 음향장치가 아니라 인어(Mermaid)를 의미한다.

‘세이렌’ 이 아니라 ‘사이렌’ 이라서 오해를 부르기 좋은 것 같다. 물론 음향장치가 제목이더라도 충분히 흥미로웠겠지만 말이다.

‘사이렌’ 은 올레마켓 웹툰에서 연재되고 있는 웹툰이다. 분량이 상당히 많은 편이지만 흡인력 있는 전개 덕분인지 술술 읽히는 장점이 있다. 취향에 아주 정반대되는 불행한 경우가 아니라면 말이다. 후기나 휴재 공지 등에 언급된 것을 살펴보면 작가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이 좋지 못해서 연재주기에 등락이 조금 심한 듯하다. 독자들이 양해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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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웹툰을 봤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인물들의 외모적 특징과 배경이다. 주로 서유럽이나 한국, 혹은 중국풍의 배경과 인물들로 나뉘는, 동양 내지는 서양 판타지가 대부분인 기성 판타지 작품과 달리 ‘사이렌’ 의 배경은 다소 생소하다. 거의 모든 인물들이 피부가 까무잡잡하고, 흑발 흑안이 전부이며, 그러면서도 코가 높고 이목구비가 전체적으로 코카시안의 그것에 가까운 것이, 작가의 의도와는 별개로 남아시아 북인도 지역의 인도아리아어파(인구어족의 하위분파)를 쓰는 민족을 연상케 한다. 물론 건축이나 생활양식 등은 자료의 접근성이 어렵고 국내에서 많이 생소한 탓인지 크게 특이하지는 않다.

 

웹툰 ‘사이렌’ 의 가장 큰 장점이자 특징이라면 역시 전개의 방향성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소위 말하는 ‘다크 판타지(Dark Fantasy)’ 장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시종일관 작품을 지배하는 건 운명론적인 절망과 어둠이다. 어딘가의 중세쯤으로 짐작되는 시대에서, 귀족과 평민의 구분은 매우 극단적이다. 신분 고하에 따라 사람 죽이기를 파리처럼 취급하는 말종들이 넘쳐나고 ‘주술’ 의 힘을 큰 배경으로 두고 있는 귀족들은 반드시 평민들의 목숨을 제물로 필요로 한다. 한편 불합리한 신분 제도 외에도 인간들에게 원한을 품은 이종의 존재는 광범위한 복수를 노리고 안배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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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중에서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의 상당수는 귀족, 그것도 상당히 높은 귀족이지만 분위기가 우울하기는 마찬가지다. 초반의 분량을 대부분 차지하고 있는 ‘로칸’ 가문 부자는 몰락한 귀족으로 천대받는 입장과, 귀족으로서 능력을 갖추기 위한 잔인한 행사에 저항하는 아들과 그 아버지의 갈등으로 인해 콩가루 집안이 따로 없다.

 

줄거리 자체는 전대륙에 변화를 일으킬 거대한 태풍의 핵의 중심에 서 있는 주인공이라는, 전통적인 판타지의 작법을 따르지만 이 중심이라는 곳은 결코 주인공(들)에게 행복할 수 없는 위치라는 점이 큰 차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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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의 이야기는 상당히 복잡하게 꼬여있어서 이를 제대로 설명하려면 지나친 스포일러를 범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간략하게 아주 초반부만 언급하자면, 도시의 몰락한(으로 추정되는) ‘로칸’ 가문의 부자와 평민 반란부대의 다툼의 여파로 ‘인어’ 와 관련된 오랜 봉인과 금기가 깨지고, 혼란 속에 ‘피’ 로서 얽혀있는 귀족들이 휘말리며 벌어지는 모험 정도로 정리할 수 있겠다.

 

다시 언급하지만 주인공들은 대체로 신분의 굴레와 과거로부터 비롯된 숙명에 무력하며, 발버둥은 이제 막 시작된 참이다. 화려한 활극과 전투는 기대하기 힘드니, 독자들은 자신의 취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런 종류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이라면 60회도 넘는 분량을 순식간에 주파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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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초반부에 전개되는 반전과 음모를 이해하기가 제법 난해하다는 점인데, 등장인물들의 묘사가 뛰어난 것과는 별개로 구분이 쉽지 않은 것도 큰 원인이 아니었나 싶다. 이 점을 주의하면서 읽을 필요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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