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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끔찍한 형태의 팜므파탈 "인형의 집"

오지상 | 2016-07-19 23:09

 

 

 

작은 사회가 어떤 폐쇄적인 악습에 점칠 된 것을 넘어, 특정한 인물의 절대적인 통제 아래 놓여있다는 설정은, 이야기를 극한으로 몰고 가는 데 있어 편리한 도구이다. 물론 약간의 비현실적인 장치가 필요하겠지만, 요즘에는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웹툰 ‘인형의 집’도 그런 설정을 중심으로 풀어가는 이야기이다. 장르를 분류하자면, 살짝 옛스러운 명칭을 사용하자면, ‘에로 스릴러’ 정도일까. 물론 오컬트와 마귀, 귀신들이 난무하지만 ‘스릴러’는 작품의 감정과 분위기를 기준으로 할 뿐 소재는 상관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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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는 군대를 제대하고 대학에 복학하기 위하여(추정) 촌동네로 돌아온 젊은 청년이다. 3년 만에 - 배경은 그리 오래 전으로 보이지는 않는데, 군생활 전후로 딴 짓을 한 모양이다 - 마을로 돌아오지만 3년이라는 시간이 무색하게 마을에는 변한 게 전혀 없다.

 

친구와 술잔을 기울이며 자조하듯 스스로를 ‘루저’라 칭하며, 시간과 돈을 필요로 하는 것에 비해 사회적으로 거의 쓸모가 없을 대학 졸업장을 얻고자 변화가 멈춰버린 것 같은 공간으로 돌아왔다.

 

단 하나 그의 눈길을 잡아끄는 것은, 뜬금없는 곳에 들어선 편의점을 - 정말이지 어디에나 있는! - 제외하고, 첫날 마을로 들어가는 도로에서 우연히 마주친 한 여자이다. 후드를 깊이 눌러쓴 여자의 아름다운 외모는 단숨에 그의 눈길을 끌었다. 여자는 교통사고로 처참히 죽은 고양이의 시체를 끌어안아 수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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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집으로 돌아가던 정우는 우연히 다시 그 여자, ‘설아’를 만나게 되는데 설아는 등장부터가 범상치 않다. 으슥한 뒷골목에서 다른 남자와 관계를 맺고 있던 그녀가 내뱉은 ‘아무도 모르는 곳에 가서 죽어’라는 단순한 한마디에, 방금 전까지만 해도 열심히 허리를 흔들고 있던 남자는 울부짖으며 절망하더니, 커다란 돌을 하나 들고 자신의 머리를 찍으며 설아의 명령에 따르려는 듯 피를 뿜으며 산 속으로 휘적휘적 걸어가고 있다.

 

자취방의 입구에서 오들오들 떨며 앉아있던 설아는 지나가던 정우에게 핸드폰을 빌려달라고 부탁하는데, 사실 설아가 지내고 있는 방은 3년 전에 정우가 살던 곳으로, 정우 또한 비슷한 경험이 여러 번 있는지라 열쇠 없이 방문을 여는 데 익숙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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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설아의 외모에 혹한 것으로 생각되는 - 모든 남자가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 정우는 과감히 파이프를 타고 창문을 넘어 문을 연다. 그런 정우에게 대뜸 커피나 한 잔 먹고 가자며 집 안으로 그를 들이고, 결국은 성관계까지 맺게 되며, 자연스럽게 둘은 연인 사이로 발전한다.

 

그러나 (분량이 많지 않은 웹툰의 특성상)설아의 정체는 금세 밝혀지고, 단순히 분위기가 이상한 미인 여자와의 묘한 연애담 같았던 만화는 급전개 된다. 새로운 인물이 마을에 들어오고 형을 찾으려는 남자는 영적인 능력이 있는 듯 순식간에 설아의 진모를 간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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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를 볼 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극화체의 빼어난 인물 묘사이다. 악마전인 아름다움을 가진 마귀라는 설정에 어울리게 설아의 외모는 사실적이면서도 전통적인, 그리고 모범적인 미인상으로 탁월하게 묘사된다.

 

설아의 유혹에 홀려 정신을 잃고 저지르는 여러 마을 사람들의 폭력과 그것에 대항하는 주인공 일행의 싸움 묘사 역시 암울한 분위기에 어울리는, 처절한 혈투와 같다.

 

특별히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전통적인 작법에 장르에 잘 어울리는 그림체, 그리고 담백하고 빠른 전개로 무장한 웹툰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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