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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밍 시퀀스, 퓨어한 백합

박성원 | 2018-11-05 17:47

저는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보그체를 썩 좋아하지 않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목을 Pure한 백합이라고 지은 건 뉘앙스의 차이 때문입니다. '순수한'이라고 하면 한국말에서는 뭔가 가치중립적이지 못한 의미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그러한 문제를 피하고 싶었거든요, Pure하다는 건 말 그대로 다른 어떤 요소를 섞지 않았다는 겁니다. 사과에 바나나를 섞어서 만든 주스보다 사과나 바나나 하나만 넣어서 만든 주스가 더 순수하겠지만 둘 사이에 우열을 가릴 수는 없겠죠. 장르의 순수함 또한 비슷합니다. 백합에 스릴러나 판타지를 더하는 것과 온전한 백합, 그러니까 소녀와 소녀, 여성과 여성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는 것 사이에 어느 쪽이 더 낫다, 더 훌륭하다 라고 얘기할 수는 없는 것이죠. 이번 리뷰에서 다루고자 하는 '블루밍 시퀀스'는 리뷰의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후자에 해당되는 작품입니다.




웹툰은 영화과의 서우와 중문과 신입생인 하영은 과 개강파티와 동아리 개강파티가 같은 장소에서 겹치며 처음 만나게 됩니다. 첫만남부터가 다소 정신이 없었는데 술에 취한 하영을 서우가 우연히 발견(?)하며 눈도장을 찍게 되죠. 과는 다르지만 하영도 영화에 관심이 많았고 서우가 회장 자리를 맡은 영화과에 가입하게 됩니다.




이 작품의 줄거리를 거칠게 요약하자면 '선후배 사이의 두 여자 대학생이 연애하는 이야기'에요. 그 이상의 파격적인 반전이나 소재는 보이지 않죠. 둘은 너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가까워 지는데 여자와, 사귀어 본 경험이 있는 것이 거의 분명해 보이는 하영과 달리 서우는 처음인 듯 하지만 그녀가 심각한 고민에 빠지는 일은 없습니다. 둘의 연애 자체도 사회적인 시선과 편견을 다소 의식하지만 두 여자가 이에 맞서 싸우는 모습 같은 게 핵심으로 부각되지는 않고요. 




대신에 '블루밍 시퀀스'의 지면을 대부분 차지하는 건 서우와 하영의 알콩달콩한 연애입니다. 백합이자 로맨스로서 이 작품이 어떤가 하면 기본기가 아주 탄탄하다고 표현하고 싶은데요. 첫만남 이후로 다소 어색했던 둘이 공통의 관심사와 여러 차례의 만남을 통해 점차 친해지고 호감을 느끼게 되는 과정이라든지, 분위기를 전환하는 소소한 개그들, 본격적으로 사귀기 시작하고 보여주는 애정 행각들, 중간중간 소소하게 끼어있는 영화에 대한 지식들까지. 백합 팬이라면 물론이고 로맨스를 좋아하는 독자들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내용들입니다.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작품의 장점 중 하나는 캐릭터에요. 인물이 죽어있는 이야기는 재미가 있을 수 없는 만큼, 블루밍 시퀀스에 등장하는 인물들, 그중에서도 두 주인공인 서우와 하영은 무척이나 사랑스럽게 그려지고 있습니다. 둘이 연애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각자의 매력을 독자들도 함꼐 공유할 수 있을 정도로요. 서우와 하영의 성격이랄지 이미지가 완전히 상반되는 스타일임에도 불구하고, 아니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이 연인이 잘 어울린다는 생각도 드는군요.


- 2018 / 07 /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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