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을 위한 동화처럼 따스한 '환생동물학교'
동물을 키워본 적이 있으신가요? 털투성이 친구, 뾰족뾰족 가시가 있는 친구, 매끈한 비늘로 덮인 친구, 귀가 큰 친구, 꼬리가 짧은 친구, 나만 보면 놀아달라고 보채는 친구, 평소엔 눈길 한 번 안 주면서 밥 줄 때만 다가오는 친구, 외출 한 번 했을 뿐인데 그동안 집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놓는 친구……. 함께하는 생활이 쉽지만은 않겠지만, 그래도 반려동물을 떠올리면 입가에 절로 미소가 떠오르는 분들이 많으실 거예요.
이렇게 사랑스러운 식구가 어느 날 갑자기 우리 곁을 떠난다면 어떤 마음이 들까요? 대개 반려동물의 수명은 인간보다 짧지요. 언제나 이별을 생각해야 하고, 헤어지는 날까지 사랑해줄 거라고 다짐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상실의 아픔이 덜어지는 건 아니에요. 다시 보지 못해서 슬프고 더 잘해주지 못해서 슬프죠.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주인이라면 한 번씩은 이런 물음을 던지게 됩니다.
우리 야옹이는 거기서 나 없이도 잘 지내고 있을까? 우리 멍멍이는 나를 만나서 행복했을까? 동물들도 천국에 갈까? 우리는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을까?
<환생동물학교>의 이야기는 바로 여기서 출발합니다.
환생동물학교는 일종의 사후세계를 다루고 있습니다. 동물이 죽으면 다른 동물로 환생을 하게 되는데, 그전에 거쳐야 하는 곳이 바로 환생 센터예요. 새 삶에 적응할 수 있도록, 여기서 학교에 다니며 전생의 습성을 지우고 자신이 환생할 동물의 삶과 행동방식을 익히는 거죠. 전생에 사람이었던 아이는 꽁치가 되기 위해 수영을 배우고, 전생에 강아지였던 아이는 인간이 되기 위해 짖지 않고 흙을 파헤치지 않는 법을 배우는 식이에요.
그 중에서도 이 만화의 주인공은 ‘환생 섹터 동물 섹션’의 AH-27반 아이들. 한때 누군가의 반려동물로 살았지만, 이제는 인간으로 환생할 준비를 해야 하는 친구들입니다. 고양이인 머루와 쯔양, 강아지인 맷과 블랭키와 아키, 고슴도치 카마라, 하이에나 비스콧까지 일곱 명의 학생이 있고, 후에 판이라는 악어까지 들어오게 돼요. 이 아이들을 맡게 된 초보 담임선생님도 계시죠. 이 분은 인간 남성이에요.
다양한 종과 외모만큼이나 아이들의 성격도 각양각색입니다. (읽다 보면 아이들마다 교복을 입은 스타일도 다 달라요!) 가령 머루는 까칠하고 말투가 뾰족하지만 다른 아이들을 은근히 챙겨주고, 아키는 쾌활한 성격인데 웃는 얼굴로 가끔 폭탄 발언을 날려서 선생님을 당황시키기도 해요. 이렇게 개성 넘치는 아이들이 함께 어울려 놀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는 <환생동물학교>의 즐거움이기도 합니다.
사람의 특징을 갖게 되었으면서도 동물로 살던 기억 때문에 엉뚱한 행동을 하는 아이들의 모습 역시 소소한 재미를 선사하는데요. 침을 흘린다거나 위협받으면 가시를 부풀리는 것 같은 습성은 물론이고, 동물의 눈으로 세상을 인식하는 사고방식까지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다친 부위는 핥으면 낫는다’고 생각하거나 ‘우리 주인은 동그랗고 은빛 나는 물건(통조림)도 열 수 있다! 대단해!’라고 여기는 등 천진한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람이 되려면 그런 것들을 모두 고쳐야만 하는 거예요. 아이들은 주인님이 갖고 노는 마법의 막대가 사실은 레이저포인터라는 것을, 고양이일 때는 높은 곳에서도 균형을 잘 잡았지만 이제는 떨어져서 다치기도 한다는 사실을 하나하나 알아가며 인간의 방식에 적응해 나갑니다. 그 과정에는 조금 소심하고 서투르지만 아이들을 생각하는 마음만큼은 누구보다 다정한 선생님이 함께합니다.
그런데 선생님도 섣불리 도와줄 수 없는 문제가 있습니다. 아이들이 주인을 너무너무 사랑해서 아직도 그리움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었다는 거죠. 그래서 아직까지 꼬리를 달고 있었던 거예요. 환생 센터의 동물들은 환생을 할 준비가 되면 꼬리를 잃게 되거든요.
모두가 각자의 사연을 갖고 있는 AH-27반. 과연 아이들은 무사히 꼬리를 떼고 환생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 주인과의 추억을 잊어야 한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엘렌 심 작가는 이들의 여정을 아기자기하고 사랑스러운 그림체에 담아 때로는 유쾌하게 때로는 뭉클하게 풀어냅니다. 그 안에는 작가의 세심한 배려와 통찰이 깃들어 있습니다. 학교생활에서 아이들이 겪는 갈등-진실을 알게 되면 힘들어할 게 뻔한 친구에게 진실을 알려줘야 할까, 강아지이고 싶어 하는 악어 친구를 강아지로 대해줘야 할까-은 결코 쉽게 답을 내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그러나 작가는 아이들이 고민과 대화를 통해 올바른 길로 나아가는 것을 설득력 있게 보여줍니다.
사람으로 사는 법을 배워가는 동물 아이들의 이야기 <환생동물학교>. 일차적으로는 반려동물과 주인의 관계 혹은 이별을 겪는 사람들에 대해 다루고 있지만, 결국 <환생동물학교>는 과거를 마주하고, 받아들이고, 앞을 향해 나아가야 하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입니다. AH-27반 친구들을 따라가다 보면 나에게도 떼어내지 못한 꼬리가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를 돌아보게 됩니다. 마지막까지 보고 나면 어느새 내 마음도 한 뼘 자라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빨개진 눈가와 축축한 베개는 덤이고요.
몇 달 전에 완결이 났고 올해 내로 단행본 출간 작업도 끝난다고 하니, 더 많은 분들이 이 만화를 접하셨으면 좋겠습니다!